"최근에는 여행지를 콕 짚어 문의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습니다." 여행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60세 이상 실버세대의 여행스타일이 변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실버세대에게 여행이란 자녀가 보내주는 효도관광이 전부였다. 여행지도 자녀가 추천한 곳으로 떠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저가의 관광을 통해 '비행기 한번 타보는 것'이 목적인 여행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입소문을 들은 실버세대들이 직접 가고 싶은 여행지를 골라 문의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인터파크투어는 지난해 5월 '가정의 달 선물'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효도여행(38.4%)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로 꼽혔다.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여행지와 일정 등을 부모세대가 직접 선택하고 자녀들은 비용만 대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전했다.
| 중국 상하이 외탄 야경. /사진제공=하나투어 |
| 태국 방콕 에메랄드 사원. /사진제공=하나투어 |
◆<꽃할배>가 불러온 실버여행 열풍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한진관광 등 여행사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실버세대 여행열풍에 가장 큰 촉매제로 작용한 것은 케이블채널 tvN의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다. 평균연령 77세 원로배우들의 해외 배낭여행 이야기를 담은 이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비슷한 연령대의 여행문의가 크게 늘었다는 것.
여행사 한 관계자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해외여행을 쉽게 떠나지 못했던 노년층이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후 '나도 한번 떠나보자'고 마음 먹은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여행업계에 따르면 실버여행은 '패키지' 형태의 상품이 주를 이룬다. 언어와 체력이 약한 노년층의 경우 자유여행보다는 가이드와 함께 다니는 여행이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키지여행도 트렌드가 바뀌었다. 과거에는 많은 유적지와 명소를 다니며 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빡빡한 일정은 필수. 하지만 타이트한 일정이 노년층을 더 힘들게 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최근에는 여유있는 여행을 선호하는 추세로 변한 것이다.
송진규 한진관광 대리는 "실버세대는 비용이 조금 더 들더라도 시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패키지여행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여유있는 패키지여행으로 대표적인 관광지는 일본 규슈, 중국 장가계, 베트남 하롱베이 등이 꼽힌다.
일본 규슈는 노년층이 선호하는 온천을 즐길 수 있어 많이 찾는 관광지다. 비용이 많이 드는 대신 온천을 갖춘 숙소를 이용하면 편안하고 여유있는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송 대리의 설명이다.
실버세대 역시 자유관광을 즐긴다. 조일상 하나투어 과장은 "실버세대의 자유관광은 자녀를 동반한 가족여행이 주를 이룬다"며 "건강과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 자녀가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가족여행 개념의 자유관광을 떠날 때 선택하는 관광지는 휴양지가 많다. 자녀뿐만 아니라 손자까지 동반한 가족여행은 인원이 많기 마련. 따라서 가족여행을 떠나는 경우에는 이동경로가 많은 곳보다는 휴양지를 선택한다. 필리핀 보라카이와 세부, 괌, 태국 푸껫 등이 안성맞춤이다.
|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사진제공=여행박사 |
| 프랑스 파리 에펠탑. /사진제공=하나투어 |
◆부모가 좋아할 만한 여행지 선택법
"TV에 방영된 내용만 보고 무작정 여행을 떠났다가 큰 재미를 느끼지 못해 실망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잘 고른 여행지는 즐거운 실버여행의 첫 걸음이다. 단순히 TV프로그램 속 모습만 동경하고 떠났다가 후회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여행지를 잘 고르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새로운 문물을 접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는 국내와 다른 생활문화, 유적 등이 다른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여행 이후 새로운 문물을 접했다는 성취감과 함께 재미를 얻을 수 있다. 또한 자연경관을 즐기는 실버세대의 특성상 수려한 자연환경을 갖춘 곳을 선택해야 한다.
대표적인 곳이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다. 이곳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힌다. 앙코르와트사원뿐만 아니라 동양 최대호수인 톤레삽 호수, 영화 <툼레이더> 촬영지로 유명한 프로바켄 등 많은 볼거리를 갖추고 있다. 또한 실버세대가 즐겨찾는 전신마사지를 받을 수도 있다.
실버세대에 맞는 여행지를 선택할 때는 비행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비행시간이 4시간 미만인 곳이 적당하다. 체력이 약한 실버세대는 비행시간이 길면 여행지에 도착하기도 전에 지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나치게 긴 일정도 실버세대에겐 바람직하지 않다. 5일 이내로 일정을 짜는 것이 좋다.
최근 여행의 트렌드는 자유여행이다. 여행사가 개입된 패키지상품은 인기가 시들해진 상황. 그러나 실버세대가 여행을 갈 때는 자유여행보다는 패키지상품이 효과적이다. 여행가이드를 통한 안전확보와 이동의 편의성 때문이다.
여행사 패키지상품을 선택할 때는 여행가이드에 대한 사항을 필수로 체크해야 한다. 여행사 관계자는 "좋은 가이드를 만나는 것은 최고의 여행을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여행가이드는 국내 인솔 가이드뿐만 아니라 현지 안내 가이드까지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실버여행은 건강 체크가 필수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듯 여행은 고생하러 가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상 문제가 발생하면 즐거운 고생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평소 꾸준히 먹는 복용약이 있다면 충분히 챙겨가야 한다.
이밖에도 여행지의 예절을 숙지하고 떠나는 것이 좋다. 일부 동남아 국가는 '머리를 만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다른 사람이 머리를 만지면 재앙을 불러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한국 노년층은 현지에서 어린아이를 만나면 귀엽다는 표현으로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현지인에게 실례를 범하는 것이다.
조일상 하나투어 과장은 "호의의 표시가 불미스러운 일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 같은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지 예절을 충분히 숙지하고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