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시돌목장 |
![]() |
성이시돌센터 |
◆임피제 신부와 성이시돌목장
성은 이씨, 이름이 시돌? 제주 최초의 한국인 신부 이름인가? 혼자 소설을 쓰다가 자료를 찾아보면 기가 막혀 웃음이 나온다. 성이시돌의 이시돌(Isidore)은 독일계 유대인 자손 이시도르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 이름을 따서 목장 이름을 지은 것이고, 설립한 사람은 따로 있다. 설립자인 ‘임피제’ 신부는 아일랜드 사람이고 원래 이름은 패트릭 제임스 맥그린치다. 그는 25세 때 사제 서품을 받고 지난 1954년 제주 한림본당에 부임했다.
6.25와 4.3 사건으로 상처 많은 제주였지만 더 시급했던 문제는 가난이었다. 임피제 신부가 고단한 삶을 살던 제주도민들과 한라산 중산간 지대의 황무지를 개척하고 지난 1961년 11월 중앙실습목장을 건립한 것이 이 목장의 시작이다. 한편 신자 중에 계가 깨져 자살하는 사람이 나왔는데, 이를 계기로 지역신용협동조합이 설립됐다. 지난 1964년 4월부터 성이시돌 배합사료공장을 가동했고 1969년부터 뉴질랜드, 호주 등에서 소, 면양, 종돈 등을 지속적으로 들여와 종축 개량과 치즈, 우유공장 같은 목축 가공사업을 쉬지 않고 해 나갔다. 한때 동양 최대의 돼지목장을 일궜고 수천 마리의 소가 있었다. 사람들은 임피제 신부를 ‘돼지 신부님’이라고 불렀다.
임피제 신부는 목장뿐 아니라 병원, 경로당과 요양원, 유아원, 유치원, 청소년 시설인 성이시돌 젊음의 집 등을 건립하였다. 20대에 제주도에 들어와 그 젊음과 인생을 다 바친 맥그린치 신부는 지난 1973년 제주도 명예도민증을 받으며 ‘임피제’라는 이름의 한국인이 됐다.
후에 로마가톨릭교회에서 정한 농민의 주보 성인이 됐고, 지금까지 천주교 신자와 제주도민의 존경을 받으며 연간 1만2000여명의 청소년을 교육하는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아일랜드 대통령 특별 공로상’을 수상하고, 연말에 2014년 국민훈장 모란장과 ‘2014 자랑스런 제주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성이시돌센터에 가면 목장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공동체의 역사와 복지사업 홍보관도 마련돼 있고 수녀님들이 직접 만든 작품도 전시, 판매한다. 또한 이곳에서 행복하게 나고 자라는 젖소들이 생산한 유기농 우유도 맛볼 수 있다.
![]() |
삼위일체대성당 |
![]() |
테쉬폰 |
◆사진포인트, 테쉬폰
성이시돌목장을 대표하는 그림은 역시 테쉬폰이다. 이 농장의 초기개척농가주택으로 지어진 때가 지난 1961년이니 목장의 나이와 동갑이다. 형태도 이국적이고 날씨에 상관없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어 언제나 카메라를 든 여행자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낡은 건물벽과 앙상한 나무, 드레스를 차려 입은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이 대조를 이뤄 셀프 웨딩촬영을 하는 커플들에게도 인기다.
테쉬폰은 바그다드 가까운 곳의 지명이다. 이 형태의 건축양식이 시작된 곳이라 건물도 그대로 ‘테쉬폰’이라 부른다. 제주에는 1960년대에 보급됐고 성이시돌목장의 것은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건축된 것이다. 이밖에 사료공장, 돈사료, 협재성당 등을 짓기도 했지만 이제는 찾아볼 수 없어 성이시돌목장의 것이 유일한 보물이다.
테쉬폰은 보는 각도에 따라 느낌도 다르다. 노란색 채색이 남아있는 벽은 단순하면서 날렵한 유선형으로 벽에 비해 큰 창문이 시원하고, 측면에서 바라보면 올록볼록한 곡선이 마치 슬레이트 지붕을 크게 확대해 놓은 것 같기도 하다. 여기에 앙상한 나무와 잡초도 분위기를 더한다. 하루 종일 목장을 일구느라 지친 사람들에게 편안한 쉼터가 됐던 테쉬폰은 지금의 음산한 분위기와 달리 포근하고 따사로운 곳이었을 것이다. 말 그대로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이었을 ‘리즈시절’의 테쉬폰을 상상해 본다.
![]() |
새미 은총의 동산 숲길 |
◆새미 은총의 동산과 목장의 풍경
성이시돌목장은 현재 젖소, 한우, 경주마를 사육하는 16만 5000㎡의 목장이다. 더불어 천주교 성지기도 하다. 넓은 목장 사이를 지나는 여유로움과 성지를 걷는 평화로움으로 절로 힐링이 되는 곳이다. 신자가 아니어도 개방된 곳이니 누구나 한번쯤은 다녀오라고 권한다.
테쉬폰에서 길을 따라 들어오면 삼위일체대성당을 지나고 새미 은총의 동산 입구에 도착한다. 새미 은총의 동산은 ‘새미소’를 중심으로 예수생애공원과 십자가의 길, 묵주기도 호수, 야외미사를 할 수 있는 성모동굴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예수 탄생의 장면이 나타난다. 예수생애공원의 시작이다.
이곳은 예수님의 탄생과 공생활에 대한 주요 장면을 길가에 표현해 놓았다. 실제 사람 크기의 조각품들은 표정이 생생해 자꾸 발을 멈춰 내용을 읽어보게 된다. 예수님이 제자의 발을 씻긴 장면에는 실제로 샘물이 흐르고 나사로를 살리는 장면에는 실감나는 무덤동굴이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신약성서를 이야기하듯 들려주기도 좋다. 공원은 삼나무와 곶자왈 숲이 울창한데 중간중간 만나는 성서 이야기가 나무 숲과 조화를 잘 이룬다. 아름답고 고요한, 마음이 차분해지는 산책길이다.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새미소가 나오고 이를 지나면 성모동굴이 있다. 이는 야외 미사를 위한 공간이다.
어느덧 성지를 빠져나오면 말목장이 있다. 쭉쭉 뻗은 방풍림과 바다가 보이지 않는 초원이라 뭔가 ‘제주’같지 않은 이국적인 느낌이다. 송아지 집도 재미있다. 나무 사이로 살짝 들여다 보면 작은 우리 한칸마다 송아지 한마리씩 들어 앉았다. 호기심 많은 녀석은 인기척을 느껴 밖을 살피는 반면 천하태평 늘어져 있는 녀석도 있다. 되도록 송아지들에게 들키지 않는 것이 좋다. 그 집의 주인이 편히 쉬도록 얼른 가던 길을 간다. 운이 좋으면 들판에 산책 나온 젖소 떼도 볼 수 있다. 제주에는 목장이 많지만 얼룩소 보기는 쉽지 않다. 초원 위의 얼룩소는 동화책에서 본 그림 그대로다.
이밖에도 목장 부지에는 성이시돌 양로원, 피정센터, 젊음의 집, 금악성당, 성 이시돌 어린이집, 클라라 관상수녀원, 농촌산업협회 등이 있다.
[여행 정보]
● 제주공항에서 성이시돌목장 가는 법
제주국제공항 - 공항입구에서 ‘중문, 한림, 신제주’ 방면으로 우회전 - 공항로 - 신제주입구에서 ‘중문, 한림’ 방면으로 우회전 - 도령로 - ‘회수, 탐라대학교, 제주현대미술관, 저지, 음악’ 바연으로 우측 방향 - 광평교차로에서 ‘저지, 금악’ 방면으로 우회전 - 산록남로 - ‘이시돌목장 누운오름’ 방면으로 우회전 - 금악동길
[대중교통]
제주국제공항 정류장에서 755 버스 탑승 - 동광 육거리 정류장에 하차 - 961번 승차 - 이시돌하단지 정류장에서 하차
[주요 스팟 내비게이션 정보]
성이시돌목장: 검색어 ‘성이시돌목장’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116번지
성이시돌목장
http://www.isidore.co.kr
문의: 064-796-0396
성이시돌센터 운영시간: 오전 9시 ~ 오후 6시 30분 (문의: 064-796-4181)
성이시돌목장우유
http://www.isidoremilk.com
문의: 070-8872-0102
성이시돌목장 우유는 유기농인증 및 HACCP 인증을 받은 우유로 제품으로 제주우유와 대관령우유가 있다.
● 음식
오설록티뮤지엄과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 이 자체가 유명관광지이기도 한 오설록티뮤지엄에서는 간단히 차와 다과를 먹을 수 있고 뒷편에 마련된 이니스프리 하우스는 오가닉 푸드·카페·체험 공간이다.
제주 참미역 톳국수 어묵탕과 제주 나물 주먹밥 1만원 / 제주 유기농 당근수프 5000원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안덕면 서광리 1235-3 / 064-794-5351
● 숙소
바람자리: 협재 해수욕장 앞에 있는 독채펜션으로 깔끔한 인테리어와 독특한 집모양 때문에 셀프웨딩 촬영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문의: 010-8430-0340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협재리 1858 / http://thewishhouse.net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