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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전망대에서 바라본 흑산 전경/사진=홍기철기자 |
흑산도를 방문하기 위해 지난 17일 목포여객선 터미널에서 쾌속선에 몸을 실었다. 중간 경유지인 비금도와 도초도를 거쳐 외해(外海)에 접어들자 미풍에도 배가 흔들렸다. 놀이기구를 탄 듯 좌우로 배가 흔들려 속이 울렁거렸지만 참을 만 했다. 나중에 알아보니 이날 파고가 1.2m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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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표지석 /사진=홍기철기자 |
해양경찰파출소 뒤 자산문화회관에는 자산어보 전시실과 해양도서실 등을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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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성당 /사진=홍기철기자 |
신안문화원 최휘철 사무국장은 "'조선 정조 때 천주교를 믿다가 박해를 받은 양반집 첩실 120명이 흑산도로 귀양 와 뭍으로 나가지 못하고 이곳 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흑산도가 천주교 순례성지로 부상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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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부는 소년과 처녀당신의 전설이 있는 진리 성황당 /사진=홍기철기자 |
이에 처녀당신이 피리소리에 사로잡혀 몸살을 앓고 이 소년을 붙잡기 위해 출항 때마다 번번이 풍랑을 일으켜 끝내 섬을 벗어나지 못한 소년이 굶주림과 외로움에 지쳐 죽었다는 애절한 얘기가 전해진다. 마을 사람들은 처녀당에 소년의 화상을 걸어놓고 매년 정초 건강과 풍어를 비는 제사를 지낸다 한다.
바로 옆에는 나뭇가지를 불전에 꽂아 귀신을 부른다는 일명 귀신(鬼神)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희귀수종은 제주도와 흑산도에서만 자생하는 수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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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의 선물 배낭기미 해변 /사진=홍기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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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의 보고 배낭기미 습지 /사진=홍기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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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풀숲 사이로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새 조각공원 /사진=홍기철기자 |
다음 일정으로 흑산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상라 전망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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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아가씨 노래비 /사진=홍기철기자 |
상라 전망대에 오르자 흑산도 관문 예리항 전경은 물론 영산도도 눈앞으로 다가왔다. 희뿌연 해무 때문에 홍도와 가거도는 보지 못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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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빼닮은 지도바위 /사진=홍기철기자 |
해안일주도로를 가다보면 비리마을 인근에서 시작한 도로가 허공에 떠있다. 해안 절벽을 따라 교각 없는 다리가 길게 늘어져 있어 중국 황산으로 향하는 절벽에 놓인 아슬아슬한 다리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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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최고봉인 문암산 봉오리 /사진=홍기철기자 |
오르막길 정상에는 27년의 공사 끝에 모습을 드러낸 해안일주도로 완공 기념비가 노동자들의 '피와 땀'에 대한 노고를 위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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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일주도로 완공비 /사진=홍기철기자 |
서두에서 밝혔듯 흑산도는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유배의 고향으로 유배문화공원도 조성돼 있다. 정약전, 최익현, 김홍록, 김귀주 등 모두 17명의 개별 비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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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문화원 최휘철 사무국장이 천촌리 손바닥 바위에 새겨진 면암 최익현선생이 쓴 '기봉강산 홍무일원 (箕封江山 洪武日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홍기철기자 |
조선 말기 일본의 침탈이 시작되자 조선이 독립국가 임을 강조하며 투쟁했던 면암 선생의 나라사랑 정신이 100여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서 제2의 애국자들이 들불처럼 일어서는 상황과 다르지 않음을 느끼는 하루였다.
흑산도 일주도로여행에 함께한 흑산 예리 출신의 정일윤씨의 구수한 입담이 여행의 피로를 씻어 주었다. 사리마을 큰 바위 얼굴에 얽힌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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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야설이 전해지는 큰바위 얼굴 /사진=홍기철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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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리 구문여 /사진=홍기철기자 |
여기에 빠지면 서운한 것이 흑산도 막걸리다. 시원하게 톡 쏘는 일반 막걸리에 비해 회색빛을 띄는 흑산 막걸리는 인공가미가 안된 자연에 가까운 단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홍어 한 점에 막걸리 한잔으로 관광의 피로를 풀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뿐만 아니라 흑산도에는 전복, 가리비, 조피볼락, 성게, 돌김 등의 특산물이 나온다. 청정 자연산 해산물의 참맛도 음미해 보길 권한다.
흑산도 구석구석을 방문했다면 인근 영산도와 대둔도, 다물도, 장도도 둘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최대 관광지 홍도는 두말 하면 잔소리다.
한편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흑산도를 가는 쾌속선 배편은 오전 7시50분 첫 배를 시작으로 오후 4시까지 하루 4차례 왕복 운행된다. 운임은 3만76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