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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에 목이 탄 코알라가 지난달 26일 호주 애들레이드 인근 도로 한 복판에서 물을 받아 마시고 있다. /사진=로이터 |
호주에서는 늦여름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뒤 봄이 오는 9월쯤에는 잦아든다. 하지만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이번 산불은 달랐다. 기후 변화로 늦여름이 아닌 봄인 9월에도 초대형 산불이 이어진 것.
산불은 지난해 1965년 이후 최소 강수량을 기록하는 최악의 장기 가뭄이 이어지고 35도에 이르는 고온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까지 겹쳐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게 시작된 산불은 해가 바뀐 현재까지 잦아들 기미가 없고, 오히려 여름을 맞아 40도를 웃도는 폭염과 맞물려 시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호주는 전국 평균 기온이 41.9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시속 30~40㎞의 강풍도 상황 악화에 기여했다.
지난 6일 기준 한반도 면적의 28%에 해당하는 630만헥타르의 숲이 소실됐고, 소방대원 10여명을 포함해 24명이 사망했다. 1300여채의 주택을 포함한 2500여개의 건물들이 전소됐다. 호주 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 청구 건수만 5239건으로, 총 32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보험 청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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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빅토리아주 말라쿠타 지역이 주변에 번진 산불로 붉게 물들었다. /사진=로이터 |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수천명의 소방대원들을 돕기 위해 최대 3000명의 예비군을 소집했지만, '화염 토네이도'(firenado) 현상 등으로 인해 진화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화염 토네이도는 건조하고 뜨거운 공기와 불이 만날 때 만들어지는 일종의 바람 소용돌이다. 2003년 호주 산불 때나 최근 캘리포니아 산불 등에서 관찰됐는데 이 경우 불이 빠르게 확산하고 헬기를 띄우는 데 어려워 진화에 고충이 생긴다.
호주 코알라는 산불 이전부터 멸종 우려를 낳았다. 최근 수년새 적지 않은 코알라들이 성병의 일종인 ‘클라미디아’에 감염되면서다.
개체수 감소로 우려를 낳았던 코알라는 호주 산불이란 대형 악재까지 맞았다. 호주 시드니대 생태학자들은 5일 CNBC에 "산불 피해 지역에서 불이 시작된 이후 코알라 약 8000마리가 죽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정부 관리들은 약 30%의 코알라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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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남부에서 일어난 대형 산불을 베이트먼스 베이 상공에서 촬영한 위성사진. /사진=로이터 |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코알라가 '기능적 멸종 상태'에 빠졌다고 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포브스 등에 따르면 호주 코알라 재단의 테보라 타바트 회장은 "코알라가 기능적 멸종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기능적 멸종 상태는 어떤 종의 개체 수가 너무 줄어 더 이상 생태계에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장기적 생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국제환경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현재 코알라를 멸종위기종으로 간주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대 생태학자들은 이번 산불로 포유류, 새, 파충류 약 4억8000만마리 또는 그 이상이 죽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특히 8000마리가 죽을 만큼 코알라의 피해가 극심한 건 다른 동물들과 다른 코알라의 특징 때문이다.
생태학자들은 코알라가 움직임이 느려 불길을 피하지 못하기 때문에 산불 피해 지역에서 불이 시작된 이후 피해가 컸을 것으로 추정한다. 코알라 보호단체의 수 애시턴은 "코알라들은 나무 위에서 그대로 불에 탔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생태학자 마크 그레이엄도 유사하게 설명했다. 그는 산불 관련 의회 청문회에서 "코알라는 불의 확산을 피해 빨리 도망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서 "특히 기름으로 가득한 유칼립투스잎을 먹기 때문에 다른 동물들보다 불에 약하다"고 설명했다.
퀸즈랜드대 크리스틴 아담스-호킹 박사도 내셔널지오그래피와의 인터뷰에서 "새는 날 수 있고, 캥거루는 매우 빨리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코알라는 너무 느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