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그룹을 이끈 지 2년을 맞았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그룹을 이끈 지 2년을 맞았다. 전통적인 제조업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구체적인 사업방향을 제시하며 체질개선을 선언한 이후 그룹은 수평적 조직문화가 점차 자리 잡아 젊고 활기찬 모습으로 바뀌었다는 평을 받는다. 특히 그는 올 들어 다른 그룹 총수와 잇따른 파격 회동을 거듭하는가 하면 과감한 글로벌 인재 채용으로 본격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으로 눈 돌린 현대차그룹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9월14일 그룹을 총괄한 이후 입지가 한층 강화됐다. 지난해 3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이어 올 3월에는 현대차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지난 7월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는 수소전기차와 미래 전략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2년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2018년 글로벌 자동차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된 상태인 데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중국 판매마저 곤두박질쳤다. 영업이익은 2017년 4조5747억원에서 2018년 2조4222억원으로 크게 줄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앞서 그가 진두지휘한 현대차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와 고성능브랜드 ‘N’을 통해 실적 반등에 성공했고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6060억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 |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는 'CES 2020' 현대차 전시관에서 실물 크기 현대 PAV(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S-A1'를 전시하고 'UAM(도심 항공 모빌리티) 사업 추진을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
이후 정 수석부회장의 광폭 행보는 더욱 거침없다. 올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및 IT전시회 ‘CES 2020’에서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환승 거점(HUB)을 바탕으로 한 차세대 모빌리티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다.
내년이면 친환경차 브랜드 관련 비전도 첫 발을 대디딘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바탕으로 한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시리즈가 모습을 드러내며 이를 바탕으로 2025년까지 제네시스 등 브랜드를 합해 전기차 100만대 판매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수소전기차 넥쏘의 후속 모델을 선보이는가 하면 수소전기트럭 양산체제로 수소차 판매량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수소전기트럭은 2025년까지 1600대 유럽 수출이 예정돼있다.
이를 위해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5월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잇따라 만나 미래 모빌리티 사업 관련 협력을 모색했다.
젊어진 현대차그룹
수평적 조직 문화와 인사 혁신도 주목할 부분이다. 직급 개편으로 고위직 임원을 줄이고 전체 임원을 늘려 의사결정능력을 강화했다. 특히 여성, 40대, 외국인 임원이 크게 늘어난 점은 변화의 핵심으로 꼽힌다.
현대차 2020년 상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6월 말 기준 임원은 474명으로 2년 전 290명과 비교해 63.4% 늘었다. 지난해 4월 이사대우, 이사, 상무를 모두 상무로 통합하는 직급체계 개편에 따른 것.
초고위직 임원은 줄어든 반면 사장은 늘었다. 2년 전 정의선·윤여철·김용환·양우철·권문식 등 5명이던 부회장은 정 수석부회장과 윤여철 부회장 2명뿐이다. 6월 기준 현대차 사장은 이원희, 알버트 비어만, 하언태, 피터슈라이어, 한성권, 김걸, 서보신, 공영운, 지영조, 호세무뇨스, 이광국 등 11명으로 2년 전 5명에서 2배 이상 늘었다.
임원 구성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 본부장,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경영담당 사장,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미주 권역 담당 사장 등 외국인 사장은 3명으로 증가했다. 여성 임원 수는 올 상반기 기준 13명으로 2년 전 1명에 비해 크게 증가했으며 40대 임원 역시 올해 상반기 기준 60명으로 2년 전보다 3배 늘었다.
![]() |
정 수석부회장은 글로벌 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회장에 선임됐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 |
이 같은 조직 변화는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이라는 게 자동차업계의 시각이다. 자율주행과 전동화를 넘어 인공지능과 차세대 모빌리티 서비스 등 다방면에서 동시다발적 사업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
정 수석부회장은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조직을 다듬으면서도 미래차 분야에 20조원 이상 투자를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이 2018년 9월 취임한 뒤 2년간 현대·기아차가 신규 설립한 법인(유동화전문회사·투자사 제외)은 총 13개사로 이 중 절반이 넘는 7개가 모빌리티 전문기업이며 나머지는 제네시스의 국외 법인(4개)과 인도네시아 법인(2개)이다.
신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에 약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완성차 공장을 짓는 중이며 앞으로 이곳에서 전기차를 만들 수도 있다. 싱가포르에는 현대 모빌리티 글로벌 혁신센터를 세우고 전기차 공장을 지어 2022년부터 3만대를 생산할 방침이다. 그랩과 올라 등 카헤일링 업체에도 투자했고 미국과 한국에 모빌리티 사업 실증 법인인 모션랩과 함께 ‘모션’을 세웠다.
지난 8월에는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20억달러(약 2조374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앱티브사와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 |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옛 한국전력 부지에 들어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옥이자 시민에게 개방하는 서울 랜드마크빌딩으로 추진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
코로나19 사태 극복 등 과제 남아
경영 보폭을 늘려온 정 수석부회장이 해결할 과제도 적지 않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시각이다. 당장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크게 위축된 점을 극복해야 하며 특히 중국에서의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로 꼽힌다. 나아가 지배구조 개편과 숙원 사업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완공도 남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코로나19로 수출이 부진하지만 국내생산과 판매가 꾸준히 유지된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도 하나씩 성과가 드러나는 만큼 앞으로 정 부회장의 밑그림을 다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