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 /사진제공=한국타이어
(왼쪽부터)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과 조현범 사장 /사진제공=한국타이어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 부회장이 아버지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 참여 의사를 밝히며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 일가의 대결 구도가 본격화됐다.
6일 법원과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조 부회장은 전날 서울가정법원에 법률대리인을 통해 성년후견 개시 심판에 참가인 자격으로 의견서를 냈다. 이 심판에서 참가인은 청구인과 같은 자격을 갖는다.

관련업계에서는 장남인 조 부회장이 장녀 조희경씨와 차녀 조희원씨와 함께 본격적으로 경영권 분쟁에 뛰어든 것으로 해석한다.


분쟁의 시작, 지분 양도



한국타이어의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이 막내인 조현범 사장에게 지분을 넘기면서 시작됐다. 지난 6월26일 조 회장은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형태로 그룹 지분 23.59%(2194만2693주)를 조현범 사장에게 매각했고 조 사장의 그룹 지분은 19.31%에서 42.9%로 늘었다. 조 사장의 형인 조현식 부회장의 그룹 지분은 19.32%며 조희경 이사장과 10.82%의 지분을 보유한 조희원씨가 손을 잡아도 30.97%에 불과하다.

지난해 3월 조 회장이 모든 계열사의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뒤 본격적으로 3세 경영이 시작됐고 조 부회장이 그룹 지주사, 조 사장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대표를 맡아 회사를 이끌어왔다.


하지만 조 사장은 협력업체로부터 매달 수백만원씩 총 6억1500만원을 받고 관계사 자금 2억63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4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6월23일에는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대표직을 사임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한국타이어의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기 어렵다는 판단과 함께 재판 준비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봤고 조 부회장에 무게가 실리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돌았다. 하지만 대표직을 내려놓은 3일 뒤 조 사장이 그룹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형제의 난이 본격화됐다.
조양래 회장과 판교 신사옥. /사진제공=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과 판교 신사옥. /사진제공=한국타이어

조 회장의 건강 상태가 관건


지난 7월30일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은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차남 승계 결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며 서울가정법원에 한정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하루 뒤인 지난 7월31일엔 조 회장이 “건강엔 이상이 없고 딸에게 경영권을 줄 생각은 전혀 없다”며 “차남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로 미리 점찍어뒀다”고 밝혔다.

이후 8월25일 조 부회장은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성년후견 개시 심판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또 다른 분란을 막기 위해 새로운 의사결정은 유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의 지분 양도가 건강한 정신 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의해 내린 결정인지 객관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것. 조 부회장은 지난 8월 법률대리인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성년후견심판절차에 가족의 일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만약 법원이 조 회장의 상태에 대해 조 부회장의 주장을 인정하면 조 사장으로의 지분 양도가 효력을 잃을 수 있고 이 경우 지분율은 19.31%로 되돌아간다. 관련업계에서는 법원이 조 부회장의 손을 들어주지 않으면 지분 6.24%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17.57%의 소액주주의 판단이 결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지분과 경영권은 별개라는 시각도 있다. 조 사장은 재판 결과에 따라 경영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 재계 관계자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5억원 이상의 횡령·배임 등을 저지른 경영진은 회사 복귀가 불가능하다”며 “추징금으로 6억원 이상을 선고받은 만큼 경영에서 손을 떼고 최대주주로서 활동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전 사장은 효성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홍제 회장의 손자이자 조양래 전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이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