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상업 운전 중인 코리아에너지터미널 LNG탱크. /사진=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이 국내 최초 오일·천연가스(LNG) 복합 터미널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상업 가동을 시작한 이후 LNG 벙커링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며, 글로벌 에너지 거점으로의 도약을 가시화하고 있다.

KET는 SK가스와 한국석유공사가 합작해 건설한 울산 최초의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이다. 현재는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오일 허브'에서 LNG를 포함한 '에너지 허브'로 사업을 확장했다.


KET는 이미 준공된 LNG 저장탱크 2기와 추가 건설 중인 1기 등 3기의 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영하 162℃의 액화 상태인 LNG를 총 64만5000kl 저장할 수 있으며, 하역·저장·기화·송출 기능이 탑재된 최첨단 설비도 갖췄다. 국내 최대 산업단지 울산에 자리한 만큼 대형 에너지 기업과 석유화학사, 발전사 등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이현관 KET 팀장은 "LNG 탱크는 콘크리트, 9% 니켈 특수합금강 등을 사용해 이중 구조로 건설됐다"며 "액화 LNG를 기화해 송출하는 과정에서 근처 동서발전의 온배수를 활용해 기화 능력을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접부지에는 SK가스의 액화석유가스(LPG) 저장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서 연료를 공급받는 SK멀티유틸리티(SKMU)는 300MW급 LNG·LPG 겸용 가스복합발전소를 운영 중이며,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SK가스가 투자한 1.2GW 규모의 LNG·LPG 겸용 발전소 '울산지피에스'(UGPS)도 마련된 상태다.
KET에 구축된 해수식 기화시설. 영하 162℃의 액화 LNG가 바닷물과 만나 기화돼 수요처로 공급된다. /사진=정연 기자

향후 KET는 울산을 넘어 글로벌 청정에너지 허브로 도약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LNG 벙커링 전용 부두를 기반으로 선박에 LNG연료를 직접 공급하는 '해상 주유소' 사업을 본격화하고자 한다. ▲탱크-부두 간 거리가 가까운 안변식 부두 ▲부두 전면에 조성된 방파제 ▲적은 조수간만 차 등이 최적의 사업 조건으로 이어졌단 분석이다. 향후 이러한 인프라를 활용해 선박간 연료를 주입하는 STS(Ship to Ship)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LNG 냉열 공급 사업으로의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LNG 기화 과정에서 발생한 저온 에너지를 바다에 버리지 않고, AI 데이터센터 등 냉열 필요 수요처까지 공급하는 사업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AI 연산으로 발열량이 많기 때문에 고도화된 냉각 기술이 필요하다. 인근에 건설 중인 'SK AI 데이터센터 울산'에서 채택한 수랭식 공정(냉각수를 반도체 칩이나 CPU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에 이를 적용할 경우,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원가 절감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 팀장은 "해수식 LNG 기화 시설에서 사용된 바닷물은 LNG 냉기로 인해 수온이 낮아진다"며 "이를 냉매와 결합하면 AI 데이터센터 수랭식 냉각 공정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AI 데이터센터의 열로 뜨거워진 물을 다시 KET로 보내 LNG 기화 공정에 활용하는 순환 시스템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