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00%는 아니다. 예전엔 더 잘했고 앞으로 다시 잘할 수 있다."
'스페인 전설'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가 PBA 무대에 완벽 적응한 모습을 보이며 과거 전성기 시절 자신을 되찾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산체스는 지난 11일 강원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5-26시즌 7차 투어 국민의 행복 쉼터 하이원리조트 PBA-LPAB 챔피언십 PBA 결승전에서 마민껌(NH농협카드)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산체스는 올시즌 유독 우승과 연이 없었다. 지난 1차 투어(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와 6차 투어(휴온스 챔피언십)에서 번번이 미끄러져 고배를 마셨지만 결국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산체스는 "우선 승리해서 기쁘다. 올시즌 결승에 세 번, 4강과 8강에도 각각 한 번씩 올라왔는데 드디어 우승했다"며 "PBA에 처음 데뷔했을 때와 비교하면 스스로 굉장히 많이 발전했다고 느낀다"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이어 "처음 PBA에 왔을 땐 우승이 이렇게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강한 선수들이 많다. 이런 큰 무대에서 우승해 기쁘다"고 덧붙였다.
산체스는 세계당구연맹(UMB) 시절 '4대 천왕'으로 불린 당구계에 전설적인 인물 중 하나다. 하지만 PBA에 와선 한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에 대해 산체스는 "처음 PBA에 왔을 때 난 우승과 거리가 먼 선수였다. 데뷔 시즌(2023-24시즌)은 내 커리어 사상 최악의 한해였다"며 "아마 랭킹 56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것 같은데 16세 이후 그런 성적은 처음이었다"고 회상했다.
첫 우승인 2024-25시즌 3차 투어(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 이후 조금씩 감을 잡았다고 자평했다. 산체스는 "처음 우승을 차지하면서 테이블만 적응하면 언제든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PBA 대부분 선수도 워낙 뛰어나서 같은 생각을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산체스는 이번 대회 16강에서 강동궁(SK렌터카)과 명경기를 펼쳤다. 당시 경기에 대해 산체스는 "내가 승리했을 뿐 정말 1㎜ 차이였다. 운이 좋았다"며 "강동궁 선수가 3세트에서 매치 포인트를 놓치면서 기회가 찾아왔고 이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PBA와 한국 무대에 적응을 마쳤는지 묻자 "나는 한국의 음식과 삶, 당구를 정말 좋아한다. 생활면에선 거의 100%로 적응했지만 시스템적인 부분에서 적응이 필요할 것 같다"며 "더 잘 할 수 있고 그래서 더 잘 알고 싶다. 예전엔 지금보다 더 잘했다"고 답했다.
시스템적인 부분으론 뱅크샷을 언급했다. 산체스는 "저는 UMA 시절에 뱅크샷을 거의 치지 않았는데 PBA에선 굉장히 중요해졌다"며 "올시즌 나의 뱅크샷 비율은 18%밖에 되지 않는데 아마 리그 최하위 수준으로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뱅크샷에 적응한다면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 같다"며 "난 아직 무언가를 배우기엔 젊은 나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기록보다 승리와 그 과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산체스는 "UMB 시절엔 대회 그랜드 애버리지 신기록을 세운 적이 있지만 지금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며 "기록보다 승리와 그 과정이 훨씬 중요하다. 경기 내용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