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규제지역 확대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추가 규제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적지 않다. 규제지역과 인접한 일부 지역의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시장 과열을 차단하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비규제지역의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며 규제지역 확대를 시사했다. 특히 경기 화성시와 구리시를 언급하며 "두 지역은 풍선효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했다.
앞서 정부는 10·15 부동산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제한했다.
지난 10일 부동산플랫폼 직방이 국토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0·15 부동산대책 발표 후인 10월 16일부터 11월 4일까지 비규제지역의 아파트 거래량은 5170건에서 6292건으로 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규제지역은 아파트 거래량이 1만242건에서 2424건으로 76% 감소했다.
특히 김 장관이 언급한 경기 화성시는 비규제지역 중 거래량이 가장 많이 늘었다. 화성시의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대책 전 561건에서 890건으로 58.6% 증가했다. 갭투자가 가능한 신도시로 인식되며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으로 해석된다.
화성 동탄신도시의 실거래가는 3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국토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동탄역 이지더원(총 642가구·2015년 입주) 전용면적 84.97㎡는 7억150만원(13층)에 거래돼 2022년 이후 약 3년 만에 7억원을 돌파했다. 동탄역 센트럴푸르지오(1348가구·2015년 입주)도 지난달 25일 전용 84.98㎡가 8억7800만원(10층)에 거래되며 2022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경기 구리시도 거래량이 41.0%(133건→187건) 늘었다. 지하철 역세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실거래가가 상승했다. 지하철 8호선 구리역 7번 출구에서 도보 7분 거리인 e편한세상 인창어반포레(총 632가구·2021년 입주)의 전용 84.99㎡는 지난달 27일 12억원(16층)에 거래되며 입주 후 최고 실거래가를 기록했다. 장자호수공원역 1번 출구 앞 신명아파트(총 434가구·2001년 입주)도 전용 84.63㎡가 지난달 25일에 12억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경신했다.
해당 지역들의 아파트값 상승은 통계로도 확인됐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11월 1주차(10월 20일~11월 3일) 화성시의 아파트값은 평균 0.26% 상승했다. 경기 구리시도 같은 기간 0.52% 상승해 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두 곳 모두 수도권 평균(0.13%)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 수원시의 유일한 비규제지역인 권선구도 거래량이 73.0%(143→247건) 증가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개통 수혜가 있는 경기 파주시는 41.0%(148→209건)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 밖에 경기 군포시(34.0%) 경기 부천시 원미구(25.0%) 등도 비규제지역들로 아파트 거래가 늘어났다.
"장관 발언 정책 일관성 보여줘… 집값 안정 쉽지 않을 것"
김 장관의 국회 발언은 정부 정책에 후퇴가 없을 것이라는 일관성을 보여준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추가 규제지역 지정 전 해당 지역들을 선점하는 매수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지속되는 규제에도 부동산 과열이 이어지며 정부가 추가 규제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며 "경기 화성시나 구리시에선 규제 지정 전 매수하려는 시도가 더욱 늘어나고 주변 지역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고하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부동산 거래에 스스로 균형을 맞추는 시장 기능이 있는데 규제로 인해 약화됐다"면서 "수요 규제가 한계에 봉착하고 있어 신뢰할 만한 공급 정책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비규제지역의 매수세가 일시 현상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WM사업부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위원은 "비규제지역 거래의 경우 투기보다 실수요자 중심"이라며 "정부 규제로 대출이 막히면서 실수요자가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실수요자 움직임이 줄면 풍선효과도 약화될 것"이라며 "추가 규제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추가 규제가 단행될 가능성을 작게 보는 전망도 있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 랩장은 "김 장관의 발언은 투기 수요에 대한 경고일 뿐 실제 규제로 이어질지 미지수"라며 "규제지역 투자 수요는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작은 비규제지역으로 이동하지 않으면서 지금 같은 상승세가 길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