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넥스가 상장사 수도 줄며 시장에서 소외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코스피와 코스닥이 연일 상승세를 지속하지만 '코넥스' 시장은 여전히 소외돼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량과 시가총액, 상장기업수가 모두 감소하며 제도권 내 사각지대 시장으로 전락하며 사실상 '아사' 직전이라는 지적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넥스 신규상장 기업은 본시스템즈와 오션스바이오 2곳에 불과하다. 2023년 14곳이었던 신규 상장 기업수는 2024년 6개를 기록하며 한 자릿수로 급감하더니 올해는 더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초 129개던 상장 종목 수는 116개로 줄었다. 시가총액은 3조8572억3000만원에서 2조7488억2800만원으로 감소했다.

유동성도 급감했다. 이달 코넥스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2억4000만원이다. 2023년엔 24억7000만원, 2024년엔 19억4000만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감소했다.

코넥스 시장의 유동성 감소는 단순한 거래 위축을 넘어 악순환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 거래량이 줄어들면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투자자 감소는 다시 거래 부진을 심화시키는 식이다. 기업들도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신규 상장을 포기하거나 코스닥 이전을 서두르며 남은 기업의 시장 신뢰도까지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코넥스는 2013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자본시장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출범했다. 창업 초기 기업들이 코넥스를 통해 시장 신뢰를 얻고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하는 성장 사다리 역할이 본래 취지였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정부와 거래소의 지원 정책이 축소되면서 정책적 동력과 신뢰도가 동시에 약화됐다. 개설 초기에는 정부와 거래소가 상장 지원, 세제 혜택, 전용 IR 행사 등 다양한 활성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최근 몇 년간 관련 예산과 제도적 관심이 크게 줄었다.
사진은 올해 코넥스에 상장한 오션스바이오 상장 기념식. /사진=뉴스1

코스닥의 특례상장 제도가 확대되면서 정책 역량이 집중됐고 코넥스는 사실상 관리·운영만 유지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신규 상장 유인도 약화되고 기존 기업에 대한 후속 지원이나 홍보도 미비해 정책 동력이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최근 '생산적 금융' 기조 아래 모험자본 육성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코넥스 시장은 그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 조성, BDC(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 도입, 기관 자본규제 완화 등으로 벤처투자와 회수 시장을 확충하고 있으나 정책의 초점이 벤처캐피털과 비상장 투자 중심으로 맞춰지면서 코넥스는 실질적인 수혜를 받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 대비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넥스 상장사는 코스닥에 비해 공시 의무가 제한적이고, 내부통제나 회계감사 수준도 상대적으로 완화돼 있다.

이에 따라 기업정보 신뢰도가 낮고 투자자들이 기업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며 개인은 물론 기관 투자자 진입에도 장벽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시장 신뢰 저하 → 투자자 외면 → 유동성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넥스는 제도권 시장임에도 민간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과의 차별화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 증권플러스비상장, 서울거래비상장, 비마이유니콘 등 민간 플랫폼들이 간편한 거래 시스템과 빠른 정보 업데이트로 투자자들의 주요 비상장 투자 창구로 자리 잡았다. 코넥스는 상대적으로 상장 과정도 복잡할 뿐 아니라 투자자 거래 환경 자체도 민간 플랫폼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코넥스의 침체가 단기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고 진단한다. 이에 시장에서는 코넥스의 중소기업 성장 사다리 역할을 복원하려면 코스닥과의 단계적 통합이나 정책금융 연계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용린 자본시장 연구원 연구위원은 "모험자본시장과 관련한 정책적 주안점은 잠재적 성장성이 높은 스타트업의 발굴과 창업
부터 후기단계 성장, 그리고 주식시장 상장 후 단계의 성장까지 지원할 수 있는 촘촘한 자본시장생태계의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비상장 및 상장 자본시장이 균형 잡힌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는 코넥스 상장법인의 IR을 적극 지원하는 동시에 원활한 투자 정보 제공 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