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의 설계수명을 마치고 가동을 멈췄던 고리 2호기 원자력발전소가 앞으로 10년 더 가동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13일 전체회의에서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 운영변경허가안을 최종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고리 2호기는 설비 개선과 정기 검사를 거쳐 2026년 2월 재가동에 들어가 2033년 4월 8일까지 운전될 예정이다. 이번 결정은 2030년 이전에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국내 원전 10기의 계속운전 논의에 첫발을 뗀 것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고리2호기의 계속운전이 가져올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경제성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신규 원전을 건설하는 데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지만 계속운전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한수원은 운영허가기간 만료를 앞둔 원전 10기를 계속 운전할 경우 약 107조6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미래 산업의 폭발적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특정 기업이 공급받기로 한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가동하는 데에만 대형 원전 1기 분량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할 정도다.
또한 원자력 발전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원전의 탄소 배출량은 화석연료 발전의 1~2% 수준에 불과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전대욱 한수원 사장직무대행은 "계속운전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고 2050 탄소중립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리 2호기의 계속운전 승인은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와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과제 해결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와 노후 원전의 안전성 및 핵폐기물 문제에 대한 우려가 공존하는 복합적인 사안이다. 따라서 앞으로 남은 9기 원전의 계속운전 심사 과정에서는 이번 결정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고 국민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투명하고 철저한 검증 절차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