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대부분 완료한 SK에코플랜트가 상장 주관사단을 재조정해 기업공개(IPO)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부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입성을 지속 추진해온 SK에코플랜트는 국내 증시 흐름을 감안해 예비심사 청구 시점을 검토 중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상반기 또는 하반기 초 상장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14일 건설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재조정된 상장 주관사단과 예비심사 청구 시기를 조율 중이다. 대표 주관사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2023년 새로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과 크레디트스위스(CS) 등 글로벌 금융사들의 파산 사태가 벌어졌다. 같은 해 SK에코플랜트는 크레디트스위스 부도 이후 대표 주관사였던 CS증권을 뱅크오브아메리카로 교체했다.
앞서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NH투자증권과 CS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상장 대표 주관사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해 IPO를 추진해왔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주관사 선정 이후 지속해서 IPO를 추진해오고 있다"며 "국내외 경제 여건과 증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 예비심사 청구 시점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매출 비중 50% 돌파… 김영식 신임 사장 전략 주목
SK에코플랜트가 2022년 1조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당시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상장 기한은 내년 7월. 이때까지 상장하지 못하면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발행가격의 5%를 우선배당해야 한다. 이후 매년 3%씩 배당률이 오른다.
지난달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이 SK에코플랜트 신임 사장으로 취임하며 상장 전략 수립이 본격 착수될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 또는 하반기 초 IPO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김 사장은 그룹 내 반도체 분야 전문가로서 SK에코플랜트의 하이테크 리밸런싱(구조조정)과 IPO를 목적으로 한 전략 인사로 평가된다. 회사 측은 "차별화된 반도체 사업 기회를 발굴해 성과를 창출하고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김 사장이 IPO 성공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업종으로 내부 리밸런싱 작업을 마무리한 상태다. 회사는 사명 변경 후 환경사업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려 했으나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반도체·인공지능(AI) 등 고부가가치 하이테크 사업으로 선회했다.
지난해 SK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 등 알짜 계열사를 자회사로 편입했고 SK트리켐·SK레조낙·SK머티리얼즈제이엔씨·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등 4개 반도체 소재사의 편입도 진행 중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는 올 3분기 경영실적에서 전년 동기(-67억원) 대비 흑자 전환한 157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SK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 등 반도체 사업의 실적이 반영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의 올 3분기 하이테크 사업부문 매출은 4조7116억원으로 전체(8조7927억원)의 53.6%를 차지한다.
다만 회계 이슈가 상장 심사에서 평가 요소로 반영될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과 2023년 연결재무제표 작성 과정에서 미국 연료전지 자회사의 매출을 과대 보고한 혐의로 지난달 금융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약 54억원을 부과받았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심사 시 재무구조와 내부통제, 윤리경영 등 적격성을 다각도로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