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면에서 본 'The 2026 쏘렌토 하이브리드'. 날카로운 수직형 DRL과 넓어진 라디에이터 그릴이 존재감을 강조한다./사진=최유빈 기자

'차를 잘못 빌려주신 것 같은데…'

주차장에서 쏘렌토를 마주한 순간 잠시 멈칫했다.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인 줄 알았는데 체감 크기가 이전보다 훨씬 커 보였다. 양쪽 주차선에 닿을 듯 말 듯 한 모습에 당황스러움이 몰려왔다.


첫 시승차로 쏘렌토를 택한 건 익숙함 때문이다. 처음 면허를 딴 뒤부터 지금까지 5년 넘게 쏘렌토를 운전해 왔다. 하지만 'The 2026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익숙함을 단번에 흔들 만큼 이전 모델과는 느낌이 새로웠다.

차 문을 여는 순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기존의 블랙 시트 대신 네이비·그레이 조합의 시트가 눈에 들어왔다. 그동안 쏘렌토는 고급보다는 실용에 가깝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실물을 만나니 또 다르게 느껴졌다.

그레이 톤 시트와 파노라마 선루프가 개방감을 높인 1열 공간. 스티어링 휠과 센터콘솔 디자인 변화로 실내 완성도가 더욱 올라갔다./사진=최유빈 기자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스티어링 휠(운전대)이었다. 각이 살아있는 타원형 4스포크 디자인에 그레이와 네이비 색상이 조화됐고 기아 로고는 중앙이 아닌 오른쪽으로 이동해 있었다. 손을 올려보면 그립감이 탄탄해 조작감이 한층 정교하게 느껴졌다.


이번 연식변경 모델은 전 트림에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와 차로 유지 보조 2를 기본으로 넣었다. 기존 기능에서 한 단계 강화된 버전으로, 주행 안정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높였다는 게 기아의 설명이다.

실제 주행에서 그 변화는 확실히 체감됐다. 차로가 끊어지는 구간에서도 주변 차량을 인식하며 자연스럽게 차선을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전 세대보다 제어가 부드럽고 운전자 개입 부담이 줄었다.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화면과 도어 트림까지 이어지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실내 분위기를 밝힌다. 네이비·그레이 조합의 실내는 기존 모델보다 고급감이 강화됐다. /사진=최유빈 기자

밤이 되자 실내 분위기는 또 달라졌다. 1열 도어 맵포켓까지 확장된 앰비언트 라이트 덕분에 색감이 고르게 퍼지며 실내 고급감이 강조됐다. 파란빛의 은은함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주행 중 가장 뚜렷한 변화는 방지턱에서 확인됐다. 이전 쏘렌토의 '턱'에 걸리는 듯한 느낌이 거의 없었다.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전기모터뿐 아니라 e-라이드 컨트롤이 적용돼 내비게이션 기반으로 방지턱을 인지하고 서스펜션을 미리 조절해 준다. SUV 특유의 차고 높이로 인한 흔들림을 효과적으로 잡아주는 기능이다.

저속 구간에서는 하이브리드의 장점이 더욱 두드러졌다. 전기모터만으로 움직이는 시간이 길어 엔진 개입이 최소화되며 정숙성과 부드러움이 유지됐다. 주차장이나 골목길 주행에서는 이 차의 캐릭터가 확실하게 드러났다.

새로운 그래픽이 적용된 리어램프와 블랙 하단 범퍼가 후면부에 강한 인상을 더한다. 균형 잡힌 비율은 중형 SUV의 안정감을 보여준다./사진=최유빈 기자

정체 구간에서도 조용함이 이어졌다. 가다 서다 반복하는 상황에서도 엔진음이 거의 들리지 않아 실내 대화나 음악 청취에 방해가 없었다. 이전 쏘렌토에서 출발 시 느껴지던 잔진동이 크게 줄어든 것도 체감 차이를 만드는 요소였다. 전기모터 활용 비중이 높아진 덕분인지 주행 질감 전반이 한층 매끄럽게 다듬어진 느낌이다.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에는 '쏘렌토가 이렇게 달라졌나'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내연기관 기반 SUV의 실용성을 유지하면서도 하이브리드의 정숙성, 주행 안정성, 첨단 기능들이 더해지니 기존과는 결이 다른 차량으로 느껴졌다.

The 2026 쏘렌토의 판매 가격은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2WD 모델 기준 ▲프레스티지 3896만원 ▲노블레스 4217만원 ▲시그니처 4467만원 ▲X-Line 4559만원이다. 4WD 모델은 ▲프레스티지 4225만원 ▲노블레스 4546만원 ▲시그니처 4795만원 ▲X-Line 4888만원이다. (※개별소비세 3.5% 기준,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2WD 모델은 친환경차 세제혜택 반영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