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용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소장(왼쪽)과 신동식 (주)한국해사기술 회장이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신 해양패권 스마트해양기술 세미나'에서 환영사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김대영 기자

"세계는 이미 해운·조선·항만을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이제 섬처럼 각각 개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하나의 지도 위에서 연결해야 합니다."

홍기용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 소장은 2일 '신 해양패권 스마트해양기술 세미나' 환영사에서 이같이 말하며 우리나라 해양기술 체계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미나는 탄소중립 규제 강화, 녹색해운 요구 확대, AI 기반 해양데이터 활용 등 글로벌 해양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한국이 대비해야 할 기술·정책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KRISO와 어기구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충남 당진)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친환경 선박·자율운항·스마트 항만 등 미래 기술 로드맵과 조선-해운-항만의 통합 가치사슬 전략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홍 소장은 세계 각국이 통합 해양기술 체계로 전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럽이 선박·연료·항만 물류를 하나의 체계로 보고 정책을 집행하고 있으며 싱가포르가 항만·해사 데이터를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덴마크·노르웨이 등도 친환경 선박과 디지털 해양 정책을 국가 차원의 통합 로드맵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다음 5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따로 개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율운항·스마트 항만·친환경 연료·해양 데이터 등을 하나의 구조로 통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KRISO가 지난 50년간 축적한 인프라, 실증체계, 글로벌 협력망을 기반으로 "해운-조선-항만 기술을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기조강연에 나선 신동식 한국해사기술 회장은 한국 조선산업의 역사와 미래 전략을 조망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1960년대 초 박정희 정부 시절 국가조선산업 계획을 설계한 경험을 회고하며 "세계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한국 조선산업의 도약은 전문가 중심의 치밀한 계획과 강력한 실행 의지가 만든 결과"라고 했다.

신 회장은 앞으로 해양 패권경쟁을 ▲'탄소중립 전환'(Decarbonization) ▲AI·디지털 트윈(가상 시뮬레이션 기술)·해양데이터망 등 '디지털 전환'(Digitalization) ▲북극항로·해상에너지·해양안보 등 '공급망 다변화'(Diversification)로 진단했다. 그는 "조선·해운·항만 기술이 따로 존재해서는 대응할 수 없다"며 "국가 차원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기술·정책·실증을 아우르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한국이 앞으로 70년을 대비하려면 단순한 제조 강국을 넘어 해양기술의 '룰 세터'(규칙을 만드는 나라)가 돼야 한다"며 "KRISO가 국가 기술 플랫폼으로서 정책 제안과 국제 표준 선도를 주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