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군의 외출·외박 제한 규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제기된 헌법소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2022년 4월30일 오전 서울역에서 군인 장병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헌법재판소가 군의 외출·외박 제한 규정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판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해 부적법하고, 국가안보와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현 규정으로 발생하는 공익이 더 크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7일 전직 육군 장교 A씨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 시행령 제38조 제2항과 관련 규정·예규 등에 대해 제기한 위헌확인 청구 소송을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각 각하·기각했다.

해당 군인복무기본법에 따라 장성급 지휘관(사단장 등)은 국가비상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군인의 휴가·외박·외출 지역을 제한할 수 있다. 구 육군 35보병사단 병영생활 예규에 따라 간부 외출·외박 지역을 2시간 이내 복귀 가능한 지역으로 한정하며 지휘관 승인 후 기타지역까지 허용한다.

2021년 8월2일 육군 제35보병사단 법무부 군검사로 보직된 A씨는 간부 외출·외박 지역이 2시간 이내 복귀 가능한 지역으로 한정된 것은 일반적 행동의 자유, 휴식권,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A씨가 문제 삼는 기본권 제한은 장성급 지휘관인 사단장이 제정한 예규조항에 의해 구체화되고 확정적으로 발생했으므로 시행령조항과 규정조항 그 자체에 의해 A씨에 대한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권리 또는 법적 지위의 박탈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며 본안 판단 없이 각하했다. 나아가 '2시간 이내 복귀 가능한 지역'으로 외출·외박 지역을 제한한 병영생활 예규는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아 합헌이라며 기각했다.

헌재는 예규조항의 '법률유보(국가 행정권은 법에 근거해야 한다) 원칙' 위배 여부에 대해 국가 방어를 책임진 군 특성상 지휘관이 부대 상황과 임무에 따라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헌재는 "우리나라는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에 있고 접경 지역에서 군사적 분쟁이 다수 발생해온 점, 평시라 하더라도 국지도발에 대한 대처 및 국가중요시설 방위 등 임무에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평시에도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서 제외된다고 할 수 없다"고 설시했다.

기본권 침해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과잉금지 원칙에 대해서도 "외출·외박 지역에 일정한 제한을 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국가안전보장이라는 공익은 예규조항으로 받게 되는 청구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 및 거주·이전의 자유에 대한 제한에 비해 월등히 크다"고 짚었다.

헌재에 따르면 이 사건은 장교의 평시 외출·외박 지역을 제한하는 육군 병영생활 예규에 대한 최초 본안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