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3000달러선까지 급락했던 비트코인이 안정세를 찾았지만 시장엔 여전히 대규모 청산에 대한 공포가 만연하다는 평가다. 불안 심리가 확산하며 국내 시장에도 충격이 번질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글로벌 코인 시황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0.99% 오른 8만6901.14달러에 거래된다. 이날 비트코인은 장 중 최저 8만3862.25달러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이때 국내 시장에서는 해외의 급락세와 달리 안정세를 보이며 일시적으로 마이너스(-) 4%대까지 역김치프리미엄(역김프)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이 안정세를 찾자 김치프리미엄은 1.73%를 기록 중이다.
'역김치프리미엄'은 김치프리미엄의 반대 개념으로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싸게 거래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번처럼 급락 시 국내 시장이 해외 가격을 따라잡지 못할 때 발생한다. 글로벌 시장에 비해 국내 시장은 거래 규모가 작아 해외에서 대규모 청산이 발생할 경우 하락 속도를 국내 시장이 즉각 따라가지 못한다.
이에 '역김프'는 해외 시장에 비해 국내 시장의 유동성과 투자 심리가 약하다는 지표로 해석되며 불안 심리와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현재처럼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대규모 청산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 급락의 전조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번 급락은 해외 거래소 전반에서 레버리지 포지션이 빠르게 정리된 영향이 컸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각) 글로벌 시장에서 10억달러 규모 비트코인 레버리지 포지션이 청산됐다.
레버리지 포지션은 빚(대출 또는 차입)을 내서 투자하는 방식이며, 청산은 빚을 내서 비트코인을 보유한 포지션이 유지 증거금을 충족하지 못할 때 거래소가 강제로 정리하는 방식이다. 청산 물량은 시장가로 바로 출회되며 하락세를 더 빠르게 만든다.
시장에서는 또 한번 대규모 청산이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급락 과정에서 수억달러 규모 레버리지 포지션이 강제로 정리됐지만 가격이 조금만 더 흔들리면 청산 구간에 걸리는 취약한 포지션이 여전히 상당량 남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레버리지 비중이 높은 가상자산 시장 특성상 1% 안팎의 작은 변동에도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 있어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리 불확실성과 중국 규제 경고 등 악재가 이어지며 가상자산에 대한 투심이 위축된 것도 위험을 키운다.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29일 공안부 등과 공동 성명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사기·자금세탁·불법적인 자본 이동에 악용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관련 활동을 불법 금융행위 범주로 명시했다.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 발언도 위험자산 심리를 위축시켰다.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지난 1일(현지시각) "다음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상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악재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청산까지 일어나며 시장 유동성은 더욱 위축되고 투자심리도 감소한 상황이다. 이에 두번째 청산 은 그 규모가 더욱 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며 시장 전반에 경계심리가 확산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역시 그 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최근 가상자산 하락을 가속화시킨 것은 대규모 청산"이라며 "특히 바이비트 거래소에서만 8억9000달러 규모가 청산되며 시장 하락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 심리는 급격히 위축됐고 이 과정에서 레버리지 롱 포지션이 연쇄적으로 청산되며 가상자산 시장이 약세를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