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텍스의 저주 이겨내서 기쁘다."
'스페인 전설'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가 오랜 징크스를 깨고 두 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산체스는 지난 7일 경기 고양킨텍스 PBA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6시즌 8차 투어 하림 PBA-LPBA 챔피언십 결승에서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결승에선 이번 대회 최고 애버리지인 2.294를 기록하며 맹타를 휘둘렀다.
산체스의 활약은 그야말로 전성기를 방불케 한다. 그동안 명성에 비해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지만 올시즌 8번의 투어 중 4번 결승 무대에 오르며 적응을 완벽히 마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지난 7차 투어(하이원리조트챔피언십)에 이어 두 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산체스 시대'를 열었다.
산체스는 우승 소감으로 "매우 기쁘다. 이번 대회는 굉장히 어려운 경기가 많았는데 운이 조금 따라서 우승한 것 같다"고 겸손을 떨었다.
길었던 킨텍스에서의 부진을 털어낸 것에 대한 기쁨도 만끽했다. 2023-24시즌부터 PBA에 합류한 산체스는 그동안 킨텍스에서 유독 부진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네 번 결승에 올랐지만 킨텍스에서 열린 경기(1·6차 투어)에선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반면 외부 대회에서 열린 결승(2024-25시즌 3차 투어 하노이 오픈, 7차 투어)에선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산체스는 "대회장 컨디션에는 큰 차이는 없고 마인드 세팅에 따른 결과였던 것 같다"라며 "유독 킨텍스에서 성적이 안 좋았었던 것 같다. 이번 시즌에도 두 번의 결승, 한 번의 4강전에서 모두 패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나는 여기서 이길 수 없는 것인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오늘 졌다면 킨텍스의 저주에 걸린 것이 아닌가 생각도 들었겠지만 이겨내서 기쁘다"라고 웃었다.
늘 자신을 믿고 응원해주는 가족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산체스는 "막 경기장에서 나와서 아직 가족들의 메시지를 확인하진 못했다. 우리 가족 단톡방이 있는데 어머니와 와이프, 딸이 늘 저를 응원해주고 많은 메시지를 보내준다"라며 "기자회견을 끝내면 곧바로 딸과 아내에게 전화할 예정이다"라고 웃었다.
강동궁은 오랜 부진을 깨고 결승 무대에 섰지만 아쉬운 준우승을 차지했다. 결승 전까지 애버리지 2.167을 기록할 만큼 컨디션이 좋았기에 더욱 아쉬운 패배다.
강동궁은 이번 대회 소감을 묻자 "준비를 많이 했고 모든 게임에 만족했다. 결승전에선 생각과 달리 몸이 많이 무거웠는데 월드챔피언십에 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서 좋다"라며 "앞으로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라고 답했다.
이번 대회 좋은 애버리지를 낸 비결을 묻자 "이번 대회는 첫 게임부터 너무 힘들었다. 다들 압박을 주셔서 매 경기 결승전 같았다"라며 "만약 그 정도 애버리지를 내지 못했다면 중간에 졌을 것 같다"고 웃었다.
4강에서 오랜만에 맞대결을 펼친 최성원(휴온스)과의 경기에 대해선 "1대1로 붙는 건 한 7~8년 만인 것 같다. 경기 전부터 연습도 같이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나눴다"라며 "20년 넘게 같이해서 친형님, 친동생 같은 사이다. 이기면 맛있는 밥 한 끼 사주자고 말하며 재밌게 쳤다"고 설명했다.
결승전 상대 산체스에 대한 칭찬도 이어갔다. 강동궁은 "아마추어에 있을 땐 제가 많이 이겼는데 PBA에 와선 이기기 어렵더라"라며 "모든 선수가 다 알겠지만 전 세계 4대 천황이라고 불린 선수다. 언제 어디서든 이길 수 있는 실력을 갖췄기에 어려운 상대다"라고 답했다.
남은 시즌 각오를 묻자 "항상 열심히 하지만 우승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올시즌 경기 내용은 좋은데 결과가 없어 고민이 많아진 것 같다"라며 "그래도 올해가 가기 전에 결승에 올랐으니까 계기 삼아 조금 더 열심히 해서 작년처럼 잘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