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강남점(왼쪽)과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나란히 연매출 3조원을 넘겼다. 양사가 같은 성과를 냈지만 성장 방식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사진=각 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롯데백화점 잠실점이 나란히 연매출 3조원을 넘기면서 단일 점포 매출 1위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두 점포가 동일한 성과를 기록했으나 성장 방식은 전혀 달랐다. 신세계 강남점은 '밀도'를, 롯데 잠실점은 '확장'을 핵심 키워드로 삼아 각기 다른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달 7일 올해 누적 매출(거래액 기준) 3조원을 돌파했다. 전년(11월28일)보다 3주 앞당긴 것으로 국내 백화점 단일 매장 중 최단 기록이다. 신세계 강남점은 2023년부터 3년 연속 연매출 3조원을 달성했다.


롯데 잠실점은 지난 4일 누적 매출 3조원을 넘어섰다. 2년 연속 기록으로 달성 시점은 지난해(12월25일)보다 21일 빨라졌다. 롯데 잠실점은 누적 매출이 2조원을 넘어선 2021년부터 15%에 달하는 연평균 매출 성장률(CAGR)을 보이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는 '채우고' 롯데는 '넓히고'… 상반된 성장 전략

양사를 대표하는 두 점포가 나란히 '3조 클럽'에 입성했으나 성장 방식은 대비된다. 신세계가 명품 라인업 확대 및 공간 혁신을 통해 본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구매력 높은 VIP를 묶어두는 '밀도'에 집중했다면, 롯데는 인근 인프라를 하나로 묶어 고객 접점을 넓히는 '확장' 전략을 선택했다.

신세계 강남점은 명품과 공간에 집중해 매장의 밀도를 끌어올렸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포함한 국내 단일 점포 기준 최다 명품 라인업을 구성해 VIP 고객의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 결과 올해 강남점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VIP 고객에게서 발생했다. VIP 전체 매출도 8% 이상 성장했다.

공간 혁신을 통한 효율화도 성과를 냈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 2년간 이어온 식품관 리뉴얼 작업을 마무리하며 국내 최대 식품관을 완성했다. 재단장 이후 강남점 식품관은 매출이 20% 이상 늘었고 주말 기준 방문객은 하루 10만명을 넘는다.


롯데 잠실점은 백화점과 에비뉴엘, 롯데월드몰을 통합한 '롯데타운 잠실'을 조성해 동선을 확장했다. 백화점 본관은 취향, 에비뉴엘은 프리미엄, 롯데월드몰은 트렌드 등 각 플랫폼의 강점을 극대화해 고객층을 넓혔다. 롯데 잠실점의 신규 고객 수는 지난해보다 15% 이상 증가했고 2030 고객 매출은 15% 확대됐다.

또 마뗑킴과 협업해 진행한 백화점 최초 러닝대회 '스타일런', 롯데월드타워 야외 광장에서 진행하는 '크리스마스 마켓' 등 계절성 콘텐츠를 강화해 집객력을 높였다. 이러한 전략에 힘입어 롯데타운 잠실의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방문객 수는 5400만명을 넘어섰다.

공통점은 '외국인'… '매출 1위' 경쟁 더 뜨겁다

두 점포 모두 외국인 관광객 유입으로 매출이 성장했다.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 잠실점의 외국인 매출은 지난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 25% 늘었다. 외국인 방한 수요가 확대되고 외국인의 관광 패턴이 단체에서 개별로 바뀌면서 두 점포 모두 구조적인 수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내년 이후부터 양사의 경쟁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절대적인 매출 규모는 신세계 강남점이 앞서고 있으나 롯데 잠실점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차이를 좁히고 있어 시장 판도가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세계 강남점은 VIP와 명품 중심의 안정적인 매출 구조가 강점이고, 롯데 잠실점은 복합 상권을 기반으로 외형을 빠르게 키우고 있어 성장 방식 자체가 다르다"며 "연매출 4조원이라는 고지를 앞둔 두 점포의 경쟁은 앞으로가 진짜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