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몇째 아들?… 대기업 승계의 원칙

[머니S리포트 - 재벌가 왕좌의 게임] ① 장자승계 전통 속 예외도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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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는 해외 기업들과 달리 한국 재벌가는 핏줄을 따라 경영권을 승계하고 기업을 소유한다. 차기 왕좌에 오르는 주인공은 주로 아들이다. 통상 장자승계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형제가 경영권을 물려받기도 한다. 세대가 교체되고 자손이 많아지면 경영권 승계 작업은 더욱 복잡하다. 피를 나눈 형제나 부모 자식 사이에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남보다 못한 사이로 관계가 단절되는 사례도 적잖다. 한국 재벌가의 승계를 둘러싼 면면을 살펴봤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재벌집 몇째 아들?… 대기업 승계의 원칙
②피보다 진한 재벌가 경영권 분쟁 잔혹사
③경영능력 입증한 재벌家 여인들… 호텔신라 이부진·금호석유 박주형


오너경영체제를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 재벌기업에 있어 승계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다. 선대에서 후대로 이어지는 핏줄을 통해 적통성을 잇고 가업을 계승한다는 의미가 강해서다.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유교적 가부장제 문화의 영향을 받아 다수의 기업들은 아들, 특히 장남을 중심으로 경영권을 승계한다. 자손이 늘어나 계열분리가 진행되더라도 그룹의 모태기업은 장자(長子)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예외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 실리주의 등 관점에서 장자가 아닌 적자(適者)를 택하는 것이다.


뿌리 깊은 장자승계 기업


"LG는 1947년 창업 이후 LG가(家)의 일관된 원칙과 전통을 바탕으로 집안 어른들의 양해와 이해 속에서 경영권을 승계해 왔다."

최근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모친과 여동생들이 상속 분쟁을 일으키자 이 같은 입장을 내놨다. 지난 75년간 이어진 승계의 전통을 흔들지 말라는 의미다.

LG는 장자승계의 룰을 따르는 기업으로 꼽힌다. 고 구인회 창업주가 타계한 1969년 장남인 구자경 당시 금성사 부사장이 회장으로 추대됐다. 창업주의 동생인 구철회 사장은 경영에서 퇴진했고 구 사장의 자손들은 이후 LIG그룹으로 계열분리했다. 창업주의 또 다른 동생인 태회·평회·두회 형제가 이끌던 계열사는 LS로, 동업 관계인 허씨 일가는 GS로 각각 분리됐으며 이 과정에서 잡음은 없었다.

2대 회장인 구자경 명예회장은 1995년 장남 구본무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구본무 회장의 숙부들은 경영에서 손을 떼고 아워홈, LB인베스트먼트 등으로 독립했다. 2018년 5월 구본무 회장 별세 후에도 장남인 구광모 회장이 경영권을 받았다.


코오롱그룹도 장자승계의 원칙을 철저히 따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 이원만 창업주는 경영에 오직 장남만 참여하고 딸이나 사위, 처가와 친·인척 참여를 금지시켰다. 창업주의 아들인 이동찬 명예회장과 창업주의 동생 이원천 전 사장 사이에 불거졌던 경영권 분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대 회장인 이동찬 명예회장은 1996년 아들 이웅열 명예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2018년 이웅열 명예회장이 은퇴하면서 마찬가지로 아들인 이규호 사장을 중심으로 후계구도가 정립되고 있다. 이규호 사장은 "능력이 있어야 승계받을 수 있다"는 부친의 말을 따라 단계적으로 승진을 거치며 경영능력을 입증한 후 회장직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한화그룹도 장자승계를 따른다. 김종희 창업주가 1981년 갑작스럽게 타계하자 장남인 김승연 회장이 경영권을 계승해 한화를 이끌며 재계 7위 그룹으로 덩치를 키웠다. 김승연 회장은 현재 슬하에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 등 3형제를 뒀다. 이들 가운데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의 핵심인 에너지·방산사업을 맡아 3세 경영의 중심에 서 있다.

서울 종로구 일대에 밀집한 대기업 본사들. / 사진=뉴시스 DB


장자 아닌 적자승계 기업


장자승계를 따르지 않는 곳도 있다. 재계 1위 그룹인 삼성을 세운 이병철 창업회장은 1987년 장남이 아닌 삼남 이건희 선대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다. 유교적 가치보다는 경영능력이란 실리를 우선시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건희 선대회장 체제에서 삼성은 국내 최대이자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했다. 현재는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회장을 중심으로 '뉴삼성'으로의 도약을 추진 중이다.

SK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창업주인 최종건 회장의 조카다. 최종건 창업주가 1973년 폐질환으로 별세하자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2대 회장직을 승계했다. 1998년 최종현 회장 별세 이후에는 그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이 승계했다. 창업주의 핏줄인 최신원·최창원 형제도 SK그룹 내 계열사를 맡아 독자 경영 기반을 구축했다.

현대가의 경우 정주영 창업주가 슬하에 8남1녀 자녀를 뒀는데 그룹의 모태는 5남에게 승계됐다. 장남은 불의의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2남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2001년 자동차 계열 회사를 떼어내 따로 독립했다.

롯데가도 신격호 창업주의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 대신 차남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의 반발로 몇 차례 경영권 분쟁을 겪긴 했지만 모두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돌아갔다. 현재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 체제가 완전히 굳혀진 상태다.

아모레퍼시픽 역시 서성환 창업주의 차남인 서경배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형인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을 제치고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오너일가 간 경영권 승계는 차기 경영자 인재 풀이 너무 좁다는 문제가 있다"며 "어려서부터 아무리 좋은 교육을 받고 자라더라도 정해진 범위에서 승계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차기 후계자 선택지가 적고 선대나 전문경영인에 비해 경영능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배구조 개선으로 점차 전문경영인의 참여가 늘고 있지만 아직은 과도기로 봐야 한다"며 "대기업의 승계는 결국은 장기적인 프로세스에 따라 능력이 검증된 전문경영인을 육성하는 게 중요하고 이사회를 비롯한 거버넌스 구조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한듬
이한듬 [email protected]

머니S 산업팀 기자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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