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의 읽는 인간] ②정석과 곡선 사이: 아마존과 카프카, 그리고 설득의 기술
회의는 지루했다. 예전의 한국 축구 같았다. 빌드업만 이어졌고, 유효슛은 없었다. 중원에서 공을 돌리다 이렇다 할 순간 없이 연장으로 가는, 선수보다 해설자가 더 바쁜 그런 경기 말이다. 설명은 설명을 불렀고, 알 듯하면 잊혔다. 회의의 목적조차 흐려져 갔다. 한 시간이 지나면 습득한 정보의 거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을 실증하는 자리 같았다.우리는 수많은 회의에 둘러싸여 산다. 회의가 곧 일이다. 회의를 많이 하면 회의적(懷疑的)일 수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렇다. 회의의 대부분은 설명하는 자리다. 설명으로는 실행은커녕 공감조차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우리는 설명을 요구받아 왔다. 질문엔 정답이 있다는 전제, 논리에는 정석이 있다는 믿음에 길들여졌다. "수학의 정석"이 그렇지 않은가. 우리나라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책. 그러나 정석은 정답을 설명하는 책이다. 남이 짠 공식을 따르는 기술이지, 나만의 길을 찾는 방법이 아니다. 남의 문을 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