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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한화세미텍이 이를 기회로 업계 내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와 고대역폭메모리(HBM) 필수 제조 장비인 TC본더(열압착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차세대 반도체 장비 개발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시장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한화세미텍 모회사인 한화비전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29.1% 오른 약 572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매출은 5112억원으로 같은 기간 13.1%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3분기에도 매출 5464억원, 영업이익 663억원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성장 배경에는 SK하이닉스와의 TC본더 공급 계약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420억원 규모의 TC본더 12대를 한화세미텍에 주문했다. 계약이 두 달 전에 체결된 만큼 장비 인도와 설치가 남은 분기 중 마무리되면 실적에 반영된다.
SK하이닉스가 TC본더 신규 물량 발주를 고려하고 있어 한화세미텍의 추가 수주 기대감도 커진다. 세계 1위 HBM 공급사인 SK하이닉스는 이미 올해 HBM 판매 물량을 완판하고 내년 판매 물량에 대해 고객사들과 협의 중이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올 4분기 청주 M15X 공장 완공 전 TC본더 추가 발주 가능성이 높다.
한화세미텍은 SK하이닉스가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면서 수혜를 받고 있다. 지난 8년 동안은 한미반도체가 SK하이닉스에 TC본더를 100% 독점 공급했었다. 이로 인해 SK하이닉스가 한미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경우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상황에 놓이게 됐다.TC본더는 고온과 압력을 통해 D램을 웨이퍼 기판에 수직 적층하는 장비로 HBM 생산에 반드시 필요하다. 리스크를 막기 위해 SK하이닉스가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배경이다.
SK하이닉스가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는 과정에서 두 회사 간 갈등도 발생했다. 한미반도체와 악연으로 알려진 한화세미텍이 SK하이닉스와 협력 관계를 맺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결국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납품가 28% 인상을 통보하고, 그동안 무상 지원했던 고객 서비스도 유상 전환한다고 통보했다.
한화세미텍은 한미반도체와 SK하이닉스 간 균열 속 TC본더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차세대 반도체 장비 개발 전담 조직인 '첨단 패키징장비 개발센터'를 신설하고 기술 인력을 대폭 늘렸다. 급증하는 TC본더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차세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개발센터에서는 포스트 TC본딩으로 꼽히는 '플럭스리스'와 '하이브리드본딩' 등의 신기술을 개발할 방침이다.
한화세미텍 관계자는 "조직개편을 계기로 차세대 HBM 반도체 장비 시장을 이끌기 위한 성장 동력이 마련됐다"며 "연구개발 투자도 계속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