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어려운데 휴가 타령이냐 하시는 독자들께는, 지난 6월 증권가의 무서운 상승세를 통해 얻은 희망을 꿈꾸자. 그때까지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돌아오는 휴가철에 산이나 바다로 떠나면 될 일이다.
이번에 드릴 이야기는 우리가 휴가철에 주로 찾는 산과 바다에 관한 음악 이야기다. 특히 바다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는 바로 섬이다. 강이나 호수에도 섬이 있다지만 한반도에 있는 섬들의 대부분은 바다에 있으니 수평선 위로 둥둥 떠 있는 섬들을 염두에 두자. 섬은 확실히 그 자체만으로 매력이 있다. 멀리서 바라만 봐도 휴식과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게 섬이라지만, 아예 작정하고 그 섬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는 더 큰 무언가를 얻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섬일수록, 그리고 뭍과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그 섬만의 독특하고 독자적인 문화가 있을 확률이 높다. 우리나라 섬들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 존재하는 섬들 거의 모두 예외가 없을 지경이다.
음악도 그중 하나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섬들 또는 섬나라에는 그곳만의 독특한 문화와 음악, 그리고 예술이 존재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 섬들의 음악이 주변 지형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사실이다. 지형의 고저장단 변화가 심한 지역의 음악은 왠지 지형에 맞춰 변화가 심하고 정신없을 것 같지만 오히려 느리고 변화가 밋밋한 편이다. 반면에 평지의 음악은 지형의 변화가 없으니 느리고 밋밋할 것 같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음의 고저장단이 심하게 변하는 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 민요 아리랑을 생각해 보면 좋다. 일단 한국인이면 다 아는 가락과 가사를 기본으로 두자. 그리고 지형의 높낮이가 심한 산지 출신 정선 아리랑을 생각해 보자. 지형과는 반대로 느리고 변화도 심한 편이 아니다. 비교적 평탄한 평야와 바다, 그리고 수평선이 보이는 배경으로 탄생한 진도 아리랑은 반대로 잦은 변화와 꾸밈음을 간직한 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세계 각지의 섬 출신 음악도 예외가 아니다. 지중해에 있는 프랑스령 코르시카 섬의 음악은 기본이 남성 무반주 합창인데,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음악은 전체적으로 느릴지 몰라도 그 속에 매우 섬세한 변화와 장식음들이 가득하다.
또한 섬의 내륙으로 들어가면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담은 경쾌한 축제 음악도 많다. 이 음악은 여지없이 리듬과 멜로디의 고저장단이 심하게 변하는 편이다. 검푸른 바다 위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뭍일지 모를 동네의 음악은, 우리가 예상하는 경우와 오히려 반대일 때가 많다. 중요한 점은 바다뿐만 아니라 모든 평지의 음악들이 이 전통을 따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자. 산꼭대기라도 분지 같은 평지가 있다면 알프스 요들처럼 음의 변화가 심한 음악이 탄생할 수도 있는 일이며, 알프스 산맥 전역에 적용하자면 알펜호른 음악처럼 역시나 느린 리듬에 저음을 위주로 한 음악들이 등장한다. 이것은 음악에 목적성을 덧붙이기 때문이다.
시야 확보가 쉽지 않은 산악 지역이나 지형 변화가 심한 곳에서는 소리가 의사 소통의 도구로 변한다. 소리는 낮을수록 멀리 퍼져나간다. 결국 소리를 통해 적군이 쳐들어오든 산불이 나든 언덕이나 산 너머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전통이 음악 속에 담겨 있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시야 확보가 용이한 평지에서는 굳이 음악을 정보 전달의 용도로 사용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공동체의 단합이나 동질성을 확인하는 도구로 쓰일 때가 많다. 알프스 분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요를레이 요를레이 요들을 함께 부르며 동질성을 회복한다. 수평선 멀리 보이는 바다를 두고 '오늘도 무사히'를 함께 외치며 기도하는 코르시카 뱃사람들의 기원이 남성 무반주 합창에 담겨 있다.
이런 음악 특성을 염두에 두고, 다가오는 휴가철의 희망을 잃지 말고, 무더운 장마철을 독자 여러분들이 잘 견뎌내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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