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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 사진=머니S DB. |
삼성바이오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서 삼성바이오에피스 유상증자 참여나 재무제표 승인 안건 등에 대해 단 한 건의 반대표도 행사하지 않아 거수기 논란도 제기된다.
또한 삼성바이오는 안진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에 대해 셀트리온(한영회계법인)보다 두 배 이상의 보수를 지급하며 감사업무를 맡겼지만 두 회계법인 모두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으면서 안팎으로 투명성 문제가 불거졌다.
◆재무전문 사외이사도 '거수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명의 사외이사를 두고 있다. 정석우 한국회계기준위원회 비상임위원, 윤병철 김앤장 변호사, 권순조 인하대 생명공학과 교수 등이다.
정석우 이사는 삼일회계법인, 고려대 회계학 교수, 한국회계학회 재무분과위원회 위원장,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회계전문가이자 증선위 위원 출신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정 이사를 포함해 사외이사 3명은 2016년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단 한 건의 반대표도 행사하지 않았다. 재무재표와 관련해 ▲삼성바이오에피스 유상증자 참여의 건 ▲주요주주와의 거래승인의 건 ▲재무제표 및 영업보고서 승인의 건 ▲대표이사 선임 및 이사 업무 위촉의 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승인의 건 등에 대해서 모두 찬성했다. 회계전문가 조차도 분식회계에 대해 의혹을 전혀 갖지 않았다는 점에서 ‘거수기’ 논란이 나온다.
윤병철 이사는 국세청 고문변호사를 비롯해 싱가포르 국제중재법원 이사,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중재인, 법무부 국제법무자문위원회 위원, 서울국제중재센터 이사,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법원 상임위원 등을 역임한 국제중재 전문가다. 법조 출신 역시 현재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인사라인으로 꼽힌다.
다만 삼성바이오나 셀트리온 등 글로벌 바이오기업은 법조 전문가를 선임하는 경우가 많아 분식회계 이슈로만 묶이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해외시장에서 특허권 등과 관련한 논쟁이 벌어질 여지가 있어 자문을 구하기 위한 차원이다. 셀트리온의 경우 사외이사 6명 중 3명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5명 중 2명이 법조전문가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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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 보수, 셀트리온의 2배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과 삼정회계법인에 대해서도 제재 조치를 내렸다. 안진회계법인에는 감사업무 3년 제한조치, 삼정회계법인은 과징금 1억7000만원과 관련 회계사 4명에 대한 직무정지를 금융위에 건의했다. 담당 회계법인 역시 분식회계에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삼성바이오는 2016년 안진회계법인에 회계감사를 맡기면서 총 7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2017년에는 담당 회계법인을 삼정으로 변경했으며 그 해 5억원, 올해는 3분기까지 3억1500만원을 지급했다. 2년9개월 동안 15억85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지만 결과는 고의 분식회계였다.
삼성바이오의 회계법인에 대한 지불비용은 셀트리온의 두 배 수준이다. 셀트리온은 한영회계법인에 감사업무를 맡기고 있으며 2016년 2억6000만원, 지난해 2억8000만원, 올해는 3분기까지 3억3000만원을 각각 지급했다. 지급 총액은 8억7000만원이다.
삼정·안진·한영회계법인은 삼일회계법인과 함께 4대 회계법인으로 꼽힌다.
◆삼바 상폐 가능성 낮지만 변수 존재
이번 삼성바이오 사태는 분식회계 의혹에서 시작됐고 고의성 여부가 문제가 됐다. 증선위는 지난달 14일 정례회의에서 삼성바이오에 대해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검찰 고발, 대표이사 해임권고, 과징금 80억원 등의 조치를 내렸다.
한국거래소는 또 지난달 말 삼성바이오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관련 기업심사위원회 심의대상으로 결정했다. 정례회의 전 증권가에서는 거래정지 가능성에 대해 높게 봤지만 상장적격성 심사 대상 포함 여부는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상장적격성 심사에 오르면서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 됐다. 기심위는 20거래일 이내에 심의를 마치게 되면 심사 후 내린 결론을 거래소에 넘기면 거래소는 상장폐지 여부를 결론짓게 된다.
기심위는 15명의 위원 중 7명이 법률전문가, 회계사, 학계 등으로 구성된다. 15명 가운데 삼성바이오나 삼정회계법인 등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를 심의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바이오는 현재 거래정지 중인 상태로 상장폐지까지 이어지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말쯤 주식거래가 재개될 예정이다.
상장폐지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는 분위기지만 이번 사태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건과도 맞물린 상태여서 장담하긴 이르다. 양사 합병건은 국민연금의 투명성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이슈가 화두인 점도 최종 결정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증선위 정례회의를 일주일 앞두고 삼성 내부문건을 공개하며 “이번 사건은 옛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 간 합병을 위한 과정 중 하나였다”며 “제일모직 주가 적정성 확보를 위해 고의적으로 분식회계를 했고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8조원으로 부풀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모든 회계처리 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했다고 확신한다”며 매매거래 조속 재개를 위해 힘쓸 것을 약속했지만 상황이 복잡해졌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증선위 결정 후 “분식회계 여부를 가리기 이틀 전부터 주가가 급등한 것은 분식회계로 판결나도 상장폐지까는 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투자자들의 베팅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다른 상황과 비교하면 형평성에 어긋나 거래정지는 될 수 있어도 상장폐지까지 갈 사안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