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근 냉동식품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은 풀무원 ‘치즈폭포 시카고피자’. /사진=풀무원 |
◆기사 게재 순서
①한국인 입맛 장악한 미국 피자들
②토종 브랜드 대반격, 백종원·정용진도 뛰어들었다
③“나도 있다”… 냉동피자 존재감 ‘번뜩’
①한국인 입맛 장악한 미국 피자들
②토종 브랜드 대반격, 백종원·정용진도 뛰어들었다
③“나도 있다”… 냉동피자 존재감 ‘번뜩’
냉동식품의 반란이 시작됐다. 맛이 없고 식감이 형편없이 떨어진다는 편견이 깨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늘면서 식생활에 ‘간편함’이 중요한 키워드로 떠올랐다. 번거롭게 요리를 하거나 외식을 하지 않고 집에서 ‘땡!’하면 먹을 수 있는 냉동식품의 인기가 치솟았다.
에어프라이어가 만능 주방 가전으로 보급된 점도 한몫했다. 여러 요인이 맞물리면서 냉동식품은 비축용 식량이 아닌 식사나 간식의 범주로 들어왔다.
냉동피자의 부활
![]() |
식품업계는 냉동피자가 코로나19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국내 냉동피자 시장 점유율 추이. /인포그래픽=김은옥 기자 |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018년 931억원 규모였던 냉동피자 시장은 2019년 674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눅눅하고 딱딱한 도우, 빈약한 토핑 등이 소비자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존재감을 잃는 듯했다.
침체했던 냉동피자 시장에 숨결을 불어넣은 건 프리미엄화다. 애매한 가성비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외식을 부담스러운 행위로 만든 코로나19 사태는 전문점 수준의 품질을 갖춘 냉동피자 수요를 높였다.
이에 오뚜기, CJ제일제당, 풀무원은 고품질의 냉동피자를 개발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오뚜기는 제일 먼저 도우와 토핑을 강화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크러스트피자의 경우 20시간 이상 저온 숙성해 도우 품질을 높이고 토핑을 증량했다. 냉동피자 시장에서는 드물게 크러스트 도우를 장점으로 내세워 좋은 평가를 받았다.
CJ제일제당은 2020년 12월 ‘고메 프리미엄 피자’로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3단 발효 숙성 기술을 통해 부드럽고 쫄깃한 도우를 내세웠다. 외식 트렌드를 반영해 얇은 피자 형태를 내놓고 ‘칠리감바스’ ‘칠리핫도그’ 등 차별화한 맛으로 눈길을 끌었다. 가공된 치즈가 아닌 통치즈를 바로 갈아 피자의 핵심인 치즈의 탄력성과 풍미 등을 향상시켰다. 출시 후 1년 만에 300만판 이상이 판매되며 호응을 얻었다.
풀무원은 ‘엣지 차별화’ 카드를 꺼냈다. 엣지는 피자 가장자리로 보통 밀가루빵만 있는 부분을 말한다. ‘마지막 한 입까지 맛있게’를 목표로 ▲노엣지 ▲크러스트엣지 ▲비스킷엣지 등의 라인업을 완성했다. 엣지까지 토핑으로 덮거나 과자를 만들 때 쓰는 박력분을 사용해 바삭한 식감을 구현하는 등 차별화에 성공했다.
3사는 각자의 무기를 들고 점유율 싸움에 들어갔다. 초반 시장 선점에 성공한 오뚜기가 2018년 64.4%에서 2021년 40.1%까지 점유율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 2, 3위 경쟁이 불붙었다. 2018년 0.1%에 불과했던 풀무원의 점유율은 2019년 말 엣지 차별화로 2020년 19.2%까지 급등했다. 2021년에는 18.7%로 소폭 하락했으나 3위 존재감을 지켰다. 이어 2020년 말 고메 시리즈를 내놓은 CJ제일제당도 2020년 17.0%에서 2021년 24.7%까지 성장했다. 제품 프리미엄화와 본격 마케팅에 나선 결과다.
선의의 경쟁은 전체 시장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닐슨코리아 기준 냉동피자 시장은 ▲2018년 931억원 ▲2019년 674억원 ▲2020년 854억원 ▲2021년 886억원으로 V자 반등에 성공했다.
‘코로나 특수’ 기대선 안 돼
![]() |
냉동피자 시장의 전망은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사진은 오뚜기 크러스트 피자 3종. /사진=오뚜기 |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냉동만두 시장 규모는 약 4770억원으로 전년(5128억원)에 비해 7%가량 감소했다. 2020년 ‘집콕’ 트렌드로 사상 처음으로 5000억원을 넘어선 지 2년 만에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 대신 가정간편식(HMR) 등의 인기가 급등했고 다양한 조리도구도 함께 각광받으며 냉동만두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냉동만두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냉동식품과 밀키트가 쏟아졌고 고속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 피자가 주식으로 여겨지지만 국내는 아직 그 정도 수준이 아니라 다양한 대체재가 등장할 수 있다”면서 “수요는 시장 경쟁 대비 정체된 것으로 보이지만 전문점과 품질 차이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