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스틸컷 |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고승아 기자 = 동화 작가를 꿈꾸며 불법 음란물 단속팀 새내기가 된 주인공은 출근길에 사고를 치고 성인 웹소설계 대부와 어쩔 수 없이 계약을 맺으며 19금 웹소설을 쓰게 된다. 파격적인 설정 속에서 주인공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이다.
8일 개봉한 '동화지만 청불입니다'는 동화 작가가 꿈이지만 현실은 음란물 단속 공무원인 단비(박지현 분)가 어쩔 수 없이 19금 웹소설을 쓰다 뜻밖의 성(性)스러운 글재주에 눈을 뜨는 재능 발견 코미디 영화다. '협상'(2018)의 이종석 감독 신작이다.
영화는 동화 작가 지망생인 단비가 돈을 벌기 위해 어렵게 공무원이 된 후, 청소년보호팀에서 불법 음란물을 단속하는 모습에서 시작한다. 순수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단비는 선배 정석(최시원 분) 등 청소년보호팀 직원들이 단속을 위해 불법 음란물을 모니터링하는 모습에 충격을 받으며 힘겨워한다. 그러다 단비는 19금 웹소설 단속과 관련해 1인 시위를 하던 황 대표(성동일 분)의 클래식카와 접촉 사고를 내고, 수리비 1억 원을 듣고 당황한다. 돈이 없던 단비는 마침 작가를 찾던 황 대표와 결국 계약을 맺고, 하루아침에 19금 소설을 쓰게 된다. 하지만 동화 작가만 꿈꾸던 단비에게 19금 소설은 미지의 세계였다. 단속하며 본 웹소설을 대충 짜깁기하는 것도 실패하다가, 개방적인 친구들의 생생한 경험담과 단비의 사정을 알게 된 정석의 도움으로 소설을 발표한다. '음란마귀'가 깨어난 단비는 자신이 쓴 소설이 높은 순위에 오르자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자괴감에 빠지며 괴로워한다.
![]() |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스틸컷 |
![]() |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스틸컷 |
![]() |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스틸컷 |
동화 작가를 꿈꾸지만 공무원이 됐고, 불법 음란물을 단속하면서 19금 웹소설을 써야만 하는 단비가 매 순간 겪는 아이러니함은 '동화지만 청불입니다'의 재미다. 순수한 단비가 성인물을 마주하고 자기도 모르게 거친 욕설을 내뱉는 순간 웃음이 터진다. 여기에 극 초중반 친구들의 경험담을 풀어내는 방식으로 제목에 충실한 '청불' 이야기를 그려낸다. 발칙하고 대범한 경험담과 성에 관한 지식, 용어 등 여러 이야기를 통통 튀는 모습으로 연출해 극에 재미를 더한다. 19금 성인 로맨스와 BL 등 다채로운 장르를 보여주며 다양성에도 신경 쓴 모습이다.
다만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는 단비의 성장에 집중하면서 19금 코미디 특성이 다소 약해진다. 몰랐던 재능을 찾으면서,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단비의 모습이 공감대를 자아내지만, 메시지에 중점을 둔 나머지 초반부의 유쾌한 매력이 약해진다. 또한 과한 빌런의 등장과 위기가 얼렁뚱땅 해결되는 전개가 아쉬움을 안긴다. 그럼에도 극 말미 단비가 쓴 19금 소설을 연극으로 풀어낸 장면을 통해 코미디를 잃지 않고 웃음을 챙기고자 한다.
박지현의 자연스러운 일상 연기가 도드라진 영화다. 전작 '히든페이스'에서 보여준 19금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다. 처음 코미디 연기에 도전한 그는 과하지 않고, 어색하지 않게 그려내 극에 몰입을 높인다. 엉뚱하고 발랄한 모습부터 감정 연기까지 소화해 내며 단비를 더욱 매력 있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최시원은 이번 작품을 통해 과감한 연기 도전에 나섰다. 특히 19금 소재로 웃음을 안기는 신이 눈길을 끈다. 러닝 타임 109분. 청소년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