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도 부모입니다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면접교섭권은 이혼 후 자녀를 직접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자녀를 만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런 통념을 뒤집고 임수희 판사가 면접교섭권을 아이의 권리로 재정의한 '이혼해도 부모입니다'를 펴냈다.

임 판사는 면접교섭이 부모의 '권리 행사'가 아니라 아동의 '권리 보장'이라고 강조한다. 양육비는 비용 분담의 문제이지만 면접교섭은 시간 분담의 문제라고 구분한다. 부부가 헤어져도 아이는 여전히 두 부모의 돌봄과 애정을 받아야 한다.


책의 백미는 연령·발달 단계별로 면접교섭를 설명하는 2부다. 아이의 발달 단계에 맞춘 빈도·시간·활동이 핵심이다.

영유아기에는 '짧게, 그러나 자주' 만나는 방식을 권한다. 유치원기에는 명절과 같은 특별한 날의 약속을 사전에 협의해 갈등을 줄인다. 초등 저학년은 변화에 대한 설명과 감정 지지를 병행하고, 고학년은 기다림만으로는 오지 않는 기회를 부모가 먼저 만드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적는다.

사춘기에는 '자주 문자하기'와 '그냥 함께 있기' 같은 낮은 강도의 접촉을 권한다. 저자는 "제가 담당했던 수많은 사례에서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에게 권하여 대부분 성공했던 방법은 '자주 문자하기'와 '그냥 함께 있기'였다"고 설명한다.


'나쁜 면접교섭'을 피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다양한 상황을 사례별로 짚는다. 새로운 연인과의 관계 노출, 재혼 가정의 면접교섭, 자녀에게 이혼을 설명하는 법 등을 차례로 다룬다. 현실 사례를 바탕으로 절차와 언어를 제시해 즉시 응용하도록 구성했다.

"면접교섭 때 행동수칙, 예컨대 아이들 앞에서 서로 웃으면서 인사하기, 아이를 데리고 있을 때 상대방을 험담하지 않기 … 그저 정한다고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연습이나 훈련을 통해 몸에 익히고 관계 안에서 실제로 구현해내야 준수할 수 있습니다"

법적·사회적 맥락도 놓치지 않는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보장하는 권리로서 면접교섭을 해석하며, 한국의 현실 통계가 여전히 냉엄함을 보여 준다고 지적한다. "정기적으로 만난다" 11.8%, "전혀 연락 없음" 18%라는 수치는 아이의 최선의 이익이 중심이 아님을 증명한다.

이혼 부모의 태도도 다룬다. 자녀는 이혼 과정에서 가장 먼저 챙겨야 할 존재다. 현명한 부모는 이혼해도 자녀와 헤어지지 않는다는 기준을 제시하면서 "면접교섭은 아이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라고 못 박는다.

책은 이혼 가정의 복잡한 현실을 다루면서도 일관된 기준을 제시한다. 바로 아이를 중심에 놓는 일이다.

△ 이혼해도 부모입니다/ 임수희 지음/ 동녘/ 1만 9000원

이혼해도 부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