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키 프라이데이2'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그때 그 시절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속편이라는 이름을 달고 또 한 번 개봉을 앞두고 있다. '향수 마케팅'의 일환으로 기획된 작품의 제작은 세계에서 가장 큰 영화시장인 할리우드이기에 가능하다는 평가다.

영화 '프리키 프라이데이'(2004)는 약 21년 만에 '프리키 프라이데이2'로 돌아온다. 오는 27일 개봉을 앞둔 '프리키 프라이데이'는 과거 한 차례 몸이 바뀌었던 엄마 테스(제이미 리 커티스 분)와 딸 애나(린지 이 로언(린제이 로한) 분)가 이번엔 세대를 초월해 또다시 뒤바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바디 체인지 코미디 영화.


미국에선 2003년, 한국에선 2004년 각각 개봉했던 전편 '프리키 프라이데이'는 당시 '퀸카로 살아남는 법' 등의 영화를 통해 2000년대 하이틴 무비의 아이콘으로 활약했던 린지 로언의 대표작 중 하나다. 20여년 전 엄마 테스 콜만 역을 맡은 연기파 배우 제이미 리 커티스와 함께 탁월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코믹 앙상블을 선보였던 그는 이번에도 다시 한번 같은 배우와 '모녀 케미'를 보여준다.

이번 영화는 엄마와 딸에 이어 손녀까지 3대가 얽힌 보디 체인지가다. 북미에서 지난 8일 개봉한 '프리키 프라이데이2'는 22일 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현지에서 5995만 1105만 달러(약 834억 9390만 원)의 수익을 벌어들이며 흥행 중이다.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은 9164만 9519만 달러(약 1276억 4028만 원)이다. 미국의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일반 관객들의 평점인 팝콘 지수는 무려 92%에 달한다.

'프리키 프라이데이' 스틸 컷

속편 제작만으로 화제가 되는 '그 시절' 영화는 또 있다. 2026년 개봉 예정인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속편인 이 영화는 지난 6월 공식적으로 제작에 들어간 사실을 전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이후 미국 매체들은 미국 뉴욕에서 진행 중인 이 영화의 촬영 현장과 배우들의 모습을 앞다투어 보도하며 특별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앤 해서웨이와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아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다. 로렌 와이스버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저널리스트를 꿈꾸던 앤드리아(앤 해서웨이 분)가 일류 패션 매거진에 입사한 후 악마 같은 보스 미란다 프레슬리(메릴 스트립 분)을 만나 겪는 일을 그렸다. 특히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를 모델로 한 인물을 연기한 메릴 스트립은 실존 인물의 카리스마를 뛰어넘는 독보적인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2006년 개봉 당시 이 영화가 거둔 글로벌 흥행 수익은 3억 2672만 785달러(약 4548억 2800만 원)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스틸 컷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마찬가지로 데이빗 프랭클 감독이 연출을, 엘라인 브로쉬 멕켄나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속편의 내용은 아직 확인된 바 없다. 다만 로렌 와이스버거가 쓴 소설의 속편은 전통적인 패션 매거진이 쇠퇴기에 들어서며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란다 프레슬리가 럭셔리 그룹의 광고 예산 관리 임원이 된 자신의 옛 어시스턴트(영화 속에서는 에밀리 블런트가 연기한 에밀리)와 대립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려, 이를 기반으로 한 이야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봉 예정일은 오는 2026년 5월 1일.

할리우드에서는 이처럼 20~30년 만에 속편을 내놓는 경우가 왕왕 있다. '탑건'(1987)의 속편인 '탑건: 매버릭'(2022)은 35년 만에 나왔고, '블레이드 러너'(1993)는 24년 만에 '블레이드 러너 2049'(2017)로 돌아온 바 있다. 또한 '인디펜던스 데이'(1996)는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2016)이라는 속편으로 20년 만에 관객을 찾은 바 있다.

이는 플랫폼의 다변화로 검증된 IP(지식재산권)의 가치가 중요해진 최근의 트렌드와 맞아떨어진다. 또한 여전히 구매력이 있는 30대~40대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향수 마케팅'과도 맞물린 흐름이다.

정지욱 영화 평론가는 뉴스1에 "잘된 작품들이 속편으로 나온다, 그렇게 되면 젊은 관객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기존의 연령대가 높은 관객들에게는 향수로 인한 마케팅이 가능하다"면서 "두 가지 이점이 있어 속편이 만들어지지만, 무엇보다도 전편이 탄탄했고, 팬층이 두껍게 남아있어 잠재적인 관객층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어서 기획된다"고 이 같은 현상에 관해 설명했다.

하지만 이처럼 20~30년 만에 속편 영화를 내놓는 것은 어느 시장에서나 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히 한국 영화 시장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기획이다. 정 평론가는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하기보다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애초에 시리즈물로 기획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 다시 같은 영화의 속편을 만드는 것은 빠르고 보수적인 우리나라 관객의 성향과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