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과 올리브영의 고속성장 등으로 로드숍 시대가 막을 내렸다. 사진은 올리브영 명동 플래그십. /사진=올리브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과 올리브영의 고속성장 등으로 로드숍 시대가 막을 내렸다. 사진은 올리브영 명동 플래그십. /사진=올리브영

◆기사 게재 순서
④엇갈린 로드숍의 명암… 클리오-더페이스샵
⑤올리브영과의 호흡… 인디 뷰티 브랜드의 실험
⑥이유 있는 변신… 백화점·이커머스·패션기업도 'K-뷰티' 가세


한때 거리에 즐비했던 로드숍은 이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채워 팔던 '원브랜드숍 시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살아남은 로드숍 브랜드는 멀티 브랜드숍인 올리브영 등으로 흡수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은 로드숍 시대의 종말을 알렸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화장품 수요가 급감했다. 로드숍 브랜드는 대부분 립스틱 등 색조 화장품 중심으로 타격이 더욱 컸다. 유통의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넘어가면서 실적은 더 나빠졌다. 로드숍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점포를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로드숍이 주저앉게 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영향이 첫 번째였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어들면서 국내 면세점 채널과 명동 같은 관광 상권의 매장 판매가 감소했다.

두 번째는 시대의 흐름이다. 소비자들은 편리함을 이유로 다양한 브랜드를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멀티 브랜드숍을 선호하게 됐다. 올리브영은 트렌드를 타고 외형을 키웠다. 올리브영의 매출은 ▲2020년 1조8739억원 ▲2021년 2조1192억원 ▲2022년 2조7809억원 등으로 고속성장을 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사실상 중소 뷰티 브랜드들의 최대 매출처가 됐다.



올리브영 성장에 탑승하고 웃었다


올리브영 메이크업 코너에 클리오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올리브영 메이크업 코너에 클리오 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이 불러온 로드숍의 종말 속에서도 살아남은 곳은 있다. 빠르게 시대의 흐름에 탑승하고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면서다. 클리오, 바닐라코, 에스쁘아 등이 대표적이다.

색조 전문 브랜드 클리오는 '클럽클리오' 매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올리브영의 성장과 소비자들의 움직임 등을 파악하고 2018년부터 매장 수를 점차 줄여갔다. 100개 이상이었던 클럽클리오 매장은 2022년 상반기 전면 철수로 모두 사라졌다.

클리오는 올리브영에 일찍 입점한 경우다. 2005년 2월 입점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매출을 관리해왔다. 2023년 상반기 기준 클리오의 H&B 스토어 매출 비중은 30%에 달한다. 클리오는 올리브영과 함께 성장한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힌다. 클리오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15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성장하며 반기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클리오 관계자는 "H&B 등 견고한 내수 오프라인 채널 매출을 기반으로 버티컬 플랫폼 등 디지털 채널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며 "채널별로 입체적인 상품 전략, 맞춤형 콘텐츠 전략을 실행해 브랜드 시장 지배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 올리브영에서 에스쁘아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소비자가 올리브영에서 에스쁘아 화장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장동규 기자

바닐라코 역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오프라인 점포를 줄여왔다. 2019년 로드숍, 백화점 등 브랜드숍을 70개점 운영했지만 빠르게 정리하며 2023년 8월 기준 2개점만이 영업하고 있다. 2019년 5월 올리브영에 입점한 바닐라코는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올리브영에서 매출을 늘려갔다. 올리브영 매출 비중은 입점 4년 만에 10%까지 올랐다.

바닐라코 매출은 ▲2019년 1047억원 ▲2020년 914억원 ▲2021년 1170억원 ▲2022년 1185억원 등이다. 영업이익은 ▲2019년 73억원 ▲2020년 마이너스(-)15억원 ▲2021년 152억원 ▲2022년 117억원 등으로 코로나19 대확산 초기를 제외하면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에스쁘아는 오프라인 단독 매장이 현재 1개밖에 없지만 2018년 8월 올리브영에 입점한 이후 '베이스 메이크업 명가'로 유명하다. 2022년 기준 올리브영 매출 비중이 30% 중반대까지 치솟았다. 에스쁘아의 올 2분기 매출은 1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계열사 중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NO 올리브영' 더페이스샵, 가맹사업 중단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등 가맹사업을 철수한다. 사진은 네이처컬렉션. /사진=장동규 기자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등 가맹사업을 철수한다. 사진은 네이처컬렉션. /사진=장동규 기자

올리브영 매출 비중이 상당한 에스쁘아는 뷰티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계열사다. 또 다른 뷰티 대기업인 LG생활건강의 로드숍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현재까지도 올리브영 입점을 하지 않았다. LG생활건강 멀티숍인 네이처컬렉션에서 판매하고 있다.

지금 더페이스샵의 브랜드 존재감은 미미한 수준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더페이스샵은 원브랜드숍 가맹점 브랜드로 시작해서 가맹점에서만 판매를 해왔다"며 "이 기조를 유지하기로 해 올리브영에 입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최근 LG생활건강은 더페이스샵 등 가맹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가맹점주들에게 공문을 보내 기존 가맹 계약을 물품 공급 계약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LG생활건강 제품만 팔던 가맹점주들이 올리브영처럼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이 가맹점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은 더 이상 이 사업모델이 확장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뷰티 시장은 올리브영 등 멀티 브랜드숍이 주류가 됐다. 코스맥스, 한국콜마 등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기획·개발·생산 등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중소 브랜드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올리브영 입점을 통해 매출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