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사이에 눈에 띄게 달라진 대학 강의의 특징은 단연 영강(영어 강의의 준말)의 출현이다. 입학과 동시에 교양 과목을 포함한 전공과목까지 영어로 수업을 들어야하는 신입생은 물론이고, 재학생,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 온 복학생, 그리고 교수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각 대학은 영강이 강의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영어 실력 신장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온다며 영강 도입을 적극 장려하고 있는 추세다. 고려대는 올해부터 전체 개설 강좌 중 영강의 비중을 30%이상으로 두었고 2010년까지 50%로 늘릴 예정이다. 현재는 17%의 영강 비중을 가진 연세대, 10%안팎의 이화여대, 성균관대 역시 조만간 그 비율을 30~50%로 늘려갈 방침이다.
이렇듯 주요대학에서 국내 대학의 경쟁력 강화, 글로벌화를 내세우며 각 과목에 대한 영어강의의 비중을 크게 늘리면서 캠퍼스에서는 전에 없던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는 강의부터 마감되던 예전과는 달리 한국어 진행 강의가 재빨리 마감된다. 비밀리에 원어민 강사로부터 영어강의법 지도를 받는 교수들도 늘어나고 있고, 교수 공채 시 영어 능력 검증은 필수다. 캠퍼스를 거니는 수많은 학생들이 두꺼운 영어 원서를 들고 있고, 도서관에 가도 영어 원서를 공부하는 학생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강에 대한 캠퍼스 내의 의견은 다양하다. 영강은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인 만큼 상대평가제가 아닌 절대평가제로 점수를 주기 때문에 영어만 잘 한다면 좋은 학점을 보다 쉽게 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발표, 토론를 통한 회화 능력, 원서 읽기를 통한 읽기 능력, 강의를 통한 청취 능력을 신장시킬 수 있다.
특히 영어에 관심이 많은 학생의 경우 영강에 적극 찬성하는 추세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 정 모씨는 “영강이 한국어 수업보다 수업 내용도 훨씬 쉽고, 절대평가기 때문에 점수도 잘 받을 수 있다”며 “영어를 자주 사용하면서 실력도 많이 향상되었다”고 말했다.
적응하기 쉽지 않고 학업 부담이 늘기는 하지만 취업과 자기 경쟁력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고, 꼭 유학을 다녀오지 않더라도 충분히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이다.
반면 의사소통의 제한으로 인한 낮은 질의 강의 때문에 영강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 박나정(이화여대 교육학과 04)씨는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는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미묘한 느낌의 차이를 설명하는 교수나 그것을 이해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강의를 시도한 목적과는 다른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고 말했다.
교수들도 영강이 달갑지만은 않다. 영강에 찬성하는 젊은 교수들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중견교수들도 많았다. 전문적 용어가 많아 사실상 영어수업이 불가능하거나 한국사학과처럼 특성상 영어로 정리된 개념이 없는 학과도 있어 단과대별로 차이를 두어 실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이 가진 지식이 아닌 영어실력으로만 평가되는 점수가 정당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비롯하여 학생들의 영어 실력 차이도 문제로 꼽힌다.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학생들이 많아 다른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영어 수준이 너무 높아서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듣고 싶은 강의가 있어도 영강이라는 제약 때문에 수업선택권이 제한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러한 영강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각 대학에서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강의 시간 전에 강의 내용을 미리 인터넷에 올려 예습을 가능하게 하고, 교수 재량에 한해 레포트나 시험은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고려대학교에서는 영강의 활성화를 위해 EKU에 복습이 가능하도록 동영상이나 녹음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대학생기자 박명진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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