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고른 침대가 척추 건강을 책임진다
[머니위크]의사들이 쓰는 건강리포트
고도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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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입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이 카피의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커서 지금도 널리 회자될 뿐 아니라 초등학교 시험에서 학생들이 가구가 아닌 것을 고르는 문제 답을 침대라고 썼을 정도다.
다소 과장된 경우지만 침대는 단순히 잠을 자는 가구가 아니라 과학적인 원리가 담겨있는 것은 확실하다. 몸에 맞지 않는 침대를 계속 쓰면 자세가 불완전해 진다. 또 오래된 매트리스는 허리에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침구 따라 달라지는 척추 건강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난방문화는 온돌이다. 하지만 점차 주거환경이 아파트 등 서구적으로 바뀌면서 온돌의 자리를 침대가 대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구당 침대 보급률이 7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처럼 침대사용이 크게 늘어나면서 건강과 질병 예방을 위해, 그리고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 자신의 몸에 맞는 침대를 구입하고 관리하는 움직임도 함께 일고 있다.
침대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침대의 종류는 매트리스의 소재에 따라 나뉘게 된다. 가장 일반적이고 고전적인 매트리스는 스프링 매트리스다. 이 매트리스는 스프링 특유의 탄력성으로 통통 튀는 쿠션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매트리스는 라텍스 매트리스다. 라텍스 매트리스는 천연고무로 만들어져 침대의 공공의 적이라 할 수 있는 진드기, 박테리아가 서식하지 않는다. 몸의 곡선에 따라 형태가 변형되면서도 묵직하게 받쳐 주기 때문에 밀착감 높은 쿠션을 원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매트리스다.
팜 매트리스도 있다. 팜 매트리스는 코코넛 열매의 속껍질을 감싸고 있는 코코넛 팜이라는 천연섬유를 이용해서 만든 매트리스다. 코코넛 팜은 자체적으로 항균성을 가지고 있으며 통풍성도 좋아 땀이 많은 사람이 사용하기에 적당하다. 천연석을 이용한 온열 돌침대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각광을 받는 침대로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렇게 침대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사람마다 선호하는 침대도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허리 건강을 위해서라면 단단한 스프링 매트리스가 좋다. 똑바로 누웠을 때 등뼈의 자연적인 굴곡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또 척추는 수평이 될 때 혈액순환이 가장 원활해지고 이완이 되는데 단단한 스프링 매트리스는 척추를 균형 있게 잘 받쳐준다. 특히 허리보호대라고도 불리는 서포트 바가 내장된 매트리스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서포트 바는 매트리스 중간 부분에 허리를 지지하기 위한 것으로 스프링만으로는 충분히 탄력을 주기 어렵기 때문에 탄력과 매트리스 수명을 위해 필요하다.
반대로 너무 푹신한 매트리스는 사람의 몸 중 가장 무거운 부위인 엉덩이와 허리를 충분히 지탱해주지 못해 몸이 자연스러운 일직선이 되지 못하고 허리와 엉덩이가 아래로 처져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잠자리가 너무 단단하면 누웠을 때 허리 부분을 충분히 받쳐 주지 못하고 공간이 생길 수 있어 허리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매트리스는 종류가 다양한 만큼 각각의 소재가 지닌 특성의 장단점도 다양하기 때문에 매트리스를 선택할 때는 유행에 따르기 보다는 자신의 몸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자신의 몸무게를 가장 최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경도의 매트리스를 골라야 하는데 옆으로 누웠을 때 허리뼈가 수평을 이루는 자세가 가장 이상적이다. 또 자기 몸이 바르게 펴지고 안락함을 느낄 수 있는 알맞은 쿠션감이라는 주관적 수치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간혹 내원환자 중에는 침대에서 자면 더 허리가 아프다면서 바닥에서 자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침대가 너무 푹신하거나 오래 사용해 머리와 엉덩이가 닿는 부분이 꺼졌기 때문이다. 요통환자라면 딱딱한 바닥보다는 적당한 내구성을 갖춘 매트리스가 통증 감소에 더 도움이 된다.
한편 베개 역시 수면의 질과 척추 건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베개의 기능은 심장보다 머리를 조금 높게 하고 목의 커브(C자형)를 무리 없이 지지하면서, 바닥과 목 사이의 틈새를 메워줘 편안하게 머리를 받쳐주는 것이다. 그런데 베개가 높으면 이 C자형 곡선이 이뤄지지 않아 턱이 아래로 땅겨져 기도가 막힌 상태가 된다. 그로 인해 경추나 주위 근육에 부담을 줘 손이 저리거나 목통증, 어깨 결림을 불러온다. 심한 경우 목 디스크를 초래할 수도 있다. 지나치게 낮은 베개나 베개를 베지 않는 것 또한 건강에 해롭다. 이 상태로 잠을 자면 숙면을 취할 수 없고 얼굴이 붓고 두통이나 목 결림이 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베개의 높이는 베고 누웠을 때 바닥에서 6~7cm 정도 되는 것이 좋다.
◆수면 자세에 따른 허리 건강의 비밀
허리 건강을 위해서는 좋은 침대 뿐 아니라 수면 자세도 매우 중요하다. 척추에 가장 좋은 수면자세는 천정을 향해 얼굴은 똑바로 하며 양발은 쭉 펴 어깨 넓이로 벌리고 양손을 몸에 가볍게 붙인 자세다. 이 자세가 척추에 좋은 이유는 무엇보다 척추가 똑바로 정렬된 자세기 때문이다.
옆으로 누워서 자는 것도 괜찮다. 이 자세는 허리디스크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애용한다. 허리 통증 때문에 허리를 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이 같은 자세로 잠을 자면 어깨 근육과 척추의 비틀림을 유발시켜 요통을 심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옆으로 잘 경우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조금 구부리거나 양 무릎 사이에 베개를 낀 상태가 좋다. 이는 몸을 고정시키고, 척추의 정렬을 돕고, 척추가 비틀리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반면 엎드려 자는 것은 좋지 않다. 척추관 협착증 환자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세인데 이는 목이 돌아가거나 꺾이게 되므로 목에 무리를 주게 되고 등이나 허리의 곡선들이 모두 편평해진다. 만약 똑바로 누워 자는 것이 힘들다면 무릎 밑에 베개나 담요를 말아 넣으면 편안한 허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수면 후 기상 시에도 허리 건강의 키워드가 숨겨져 있다. 일어날 때에는 누운 자세에서 윗몸을 바로 일으켜 세우지 말고 일단 옆으로 몸을 돌린 다음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천천히 일어나야 한다. 윗몸을 바로 일으켜 세우면 그만큼 허리에 갑작스런 무리가 가게 된다. 기상 시 기지개를 쭉 펴는 등 스트레칭 후 팔로 몸을 밀면서 앉되 허리는 되도록 곧게 펴면 허리에 주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만약 자고 일어났을 때 목이나 어깨, 허리 등에 통증이 있다면 핫팩 등으로 찜질을 하면 된다. 찜질은 혈액순환을 돕고 근육의 긴장을 풀어 주는 효과가 있다. 증세가 심하지 않다면 가정요법만으로도 이내 통증이 사라지지만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되고 손발 저림 증세가 나타난다면 목, 허리디스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만약 반듯이 누웠을 때 허리 속으로 손이 들어가지 않으면 척추후만증, 반면 손이 너무 쉽게 들락거리면 척추전만증, 무릎을 높게 세우고 자는 것이 편하다면 척추관 협착증, 자고 난 후 목 어깨 통증을 호소한다면 목디스크를 의심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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