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가을을 맞아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10~11월은 각종 마라톤대회도 많이 열리고, 단풍철을 맞아 등산객도 부쩍 늘어난다.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자전거나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등산,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 마라톤 등 야외활동은 상쾌함을 주는 동시에 크고 작은 부상 위험이 도사리는 양날의 칼을 품고 있기도 하다. 특히 비가 오는 날 산에 올랐다가 내려올 때나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다가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이때 엉덩방아를 찧게 되는데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엉덩방아를 찧고 나서 엉덩이, 특히 꼬리뼈 부근이 뻐근하고 통증이 느껴진다면 '꼬리뼈증후군'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흔히 꼬리뼈증후군은 허리나 다리 등은 아무 이상이 없는데 꼬리뼈 부근만 아플 경우 의심되는 질환으로 대부분 엉덩방아를 찧는 등의 외상으로 인해 발생한다.
산에서 내려오다 '미끌'…꼬리뼈 괜찮을까

앉으면 엉덩이와 꼬리뼈 부근 뻐근

가을 레포츠를 즐기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은 뒤 서 있거나 걸어 다닐 때는 괜찮은데 의자에 앉기만 하면 엉덩이, 특히 꼬리뼈 부근이 뻐근해져 오면서 아픈 경우가 있다. 심하면 엉덩이를 의자에 걸치기만 해도 깜짝 놀랄 만큼 심한 통증이 밀려와 아예 의자에 앉기조차 불편해진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걸어 다닐 때나 대변을 볼 때도 꼬리뼈 부근이 불편해서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어진다. 이처럼 허리나 다리 등은 아무 이상이 없는데 외상 후 꼬리뼈 부근만 아플 경우 흔히 의심되는 것이 꼬리뼈증후군이다.

우리 몸의 척추는 모두 33개의 뼈로 이뤄져 있다. 목뼈(경추) 7개, 등뼈(흉추) 12개, 허리뼈(요추) 5개, 골반(천추) 5개, 미골(꼬리뼈) 4개 등이다. 이중 미골은 바로 위의 척추와 약간의 각도로 안쪽으로 휘어져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꼬리뼈가 엉덩방아를 찧거나 발에 차이는 등 직접적인 외상에 의해서 안쪽으로 더 휘어지면 앉을 때 바닥이나 의자와 닿는 부위가 압박을 받게 된다. 그 결과 닿는 부위에 염증이 생겨 붓고 물주머니가 생기면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을 꼬리뼈증후군이라고 한다. 주로 엉덩방아를 찧는 등의 외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야외 레포츠가 많은 가을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아프더라도 바른 자세 취해야

만약 엉덩방아를 찧은 후 꼬리뼈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우선 생활 속에서 통증을 줄여주는 방법을 찾는다. 통증이 심한 경우에는 이불이나 쿠션을 바닥에 깔아 엉덩이가 바닥면에 닿는 자극을 줄인다. 도넛처럼 가운데 구멍이 뚫린 통증 완화용 쿠션을 사용하면 통증을 줄일 수 있다.

가급적 바른 자세를 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통증이 있다고 해서 다리를 꼬고 앉거나 한쪽에 비스듬히 앉게 되면 허리 통증까지 불러올 수 있다. 때문에 통증이 올수록 허리를 곧게 펴고 엉덩이는 깊게 들이밀어 등받이에 대도록 한다.

그리고 술을 마시지 않도록 한다. 알코올은 혈액 순환을 증가시켜 혈관을 확장시킨다. 염증의 주증상도 혈액 순환이 빠르고 혈관이 확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더욱 부추겨 염증 부위를 더 부어오르게 만들고 열과 통증을 악화시킨다.

꼬리뼈를 다치면 초기에는 심한 통증으로 움직이기 어렵지만 보통 3~5일 정도 안정을 취하면 괜찮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주일 정도 안정을 취해도 통증이 계속되거나 괜찮다가 의자에 앉기만 하면 엉덩이가 심하게 아파온다면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꼬리뼈증후군의 경우 좌욕과 냉찜질이 도움이 되고, 소염제나 근이완제 등 약물요법을 병행하면 대개는 몇주 안에 자연 치유돼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방법으로 해결이 안 될 때는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심한 외상으로 4~5개로 나뉘어 있는 꼬리뼈가 앞쪽으로 꺾인 상태라면 아무리 안정을 취하고 보존적 치료를 받아도 소용이 없다. 이런 경우는 꼬리뼈가 탈골된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즉시 도수교정을 받아야 한다.

도수교정이란 항문으로 손가락을 넣어 꼬리뼈를 뒤쪽으로 빼주는 방법이다. 보통 신경차단주사를 놓아 통증을 차단시킨 상태에서 실시한다. 한번의 교정으로는 꼬리뼈가 고정되지 않을 뿐더러 환자의 통증도 심하기 때문에 최소한 3~5번에 걸쳐 조금씩 교정한다. 일단 꼬리뼈를 제자리로 돌려놓기만 하면 통증은 씻은 듯 사라진다. 교정 후에 인대강화주사를 병행하면 더욱 좋다. 꼬리뼈를 다칠 때 주변의 인대도 다쳤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항문거근증후군, 좌골점액낭염 의심

간혹 원인을 알 수 없는 꼬리뼈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경우 허리디스크가 통증의 원인일 수 있고 골반과 항문 주위 염증이나 직장, 방광, 전립선 등의 종양이 원인일 수도 있다. 또한 변비가 오래됐을 때처럼 항문이 묵직하면서 꼬리뼈까지 당기고 아픈 증상을 보인다면 항문과 직장 사이의 근육이나 골반 주위의 근육이 뭉친 항문거근증후군일 수도 있다. 따라서 꼬리뼈에 외상이 없었는데도 통증이 심하다면 대장항문 전문의의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대장항문 진단 결과 별 이상이 없다면 척추전문의를 찾아 허리디스크와 꼬리뼈의 이상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허리디스크가 아닌데도 엉덩이 통증과 다리가 저린 느낌이 같이 오는 경우도 있다.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있으면 엉덩이가 뻐근하거나 심한 통증이 느껴지고 때에 따라 다리가 저린 느낌까지 온다면 좌둔점액낭염(좌골점액낭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점액낭은 근육과 근육 사이 또는 뼈 사이 등에 있는 주머니 모양의 조직인데 주로 충격완화의 역할을 한다.

좌둔점액낭염은 엉덩이에 있는 점액낭에 오랫동안 압력이 가해져 염증이 생긴 것. 특히 엉덩이 옆에 좌골신경이 지나가기 때문에 점액낭염이 좌골신경을 자극해 다리가 저린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다리가 저리면 먼저 허리디스크를 의심해야 하지만, 만약 주로 앉아있을 때만 엉덩이 등에 통증이 나타나면 좌둔점액낭염일 가능성이 높다. 좌둔점액낭염은 진단만 제대로 된다면 점액낭에 소염제를 투여하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쉽게 좋아지기 때문에 너무 겁을 먹지 말고 척추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