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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영화나 소설 등 각종 창작물에서 매력적인 소재다. 현재 불가능한 일도 기술이 발달한 미래에는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때로는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이 몇십년 전 과거 우리가 상상했던 미래의 모습을 추월한 부분도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공학의 발전을 얘기하는 SF에서 LCD나 플렉시블도 아닌 둥근 형태의 CRT모니터가 나온다거나, 먼 미래의 최첨단 휴대단말기라며 나온 물건이 지금의 스마트폰에 비하면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가 그렇다.
과거 SF물에서 미래의 물건이라고 다뤘던 상상 속의 기기들 중 많은 것들이 지금 현실화되기도 했다. 아서 클라크의 원작을 기반으로 한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5년)의 경우 휴대용 디스플레이인 '뉴스패드'가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휴대용 TV 수준으로 그려지지만 원작소설에서는 현재의 태블릿PC 개념을 거의 정확하게 예견한 것이다.
또한 <스타트렉>의 오리지널 시리즈에서 등장한 무선통신기의 경우 휴대폰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상용화되는 데 결정적인 영감을 준 것으로 전해진다.
스티븐 호킹은 "한때 SF(science fiction)에 지나지 않던 상상 속의 산물들이 과학적 사실(scientific fact: SF)로 판명됨을 생각하면 현재 기술력의 한계일 뿐 이론적으로 명백하게 가능한 것이 많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현재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된 모습은 어떤 것일까. 미래의 모습을 다룬 영화 등을 통해 살펴보면 과연 우리가 가까운 미래에는 어떤 식으로 웨어러블을 활용하게 될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 <드래곤볼>, 전투력은 얼마일까?
일세를 풍미했던 작품인 <드래곤볼>의 상징은 당연히 '드래곤볼'이지만 갑자기 우주에서 날아온 사이어인과 프리더들의 필수품이었던 '스카우터' 또한 기억에 남는 드래곤볼의 아이템이다.
전투력을 수치화해서 보여주는 스카우터의 모니터부는 투명한 재질로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며 사물 위에 직접적인 정보를 표시해준다. 기계부는 통신과 카메라, 탐색, 전투력 측정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즉 현실로 비유하자면 스카우터는 HUD(헤드 업 디스플레이)를 가지고 있으며, 스마트폰의 기능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라 생각할 수 있다.
현실에 존재하는 상품 가운데 '구글글래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프로젝트 포르탈레자', 애플과 리콘 등이 개발 중으로 알려진 글래스 계열의 웨어러블기기가 이에 해당된다.
이미 존재하는 안면인식 기술과 구글글래스에 적용된 적외선 안구 마우스 기술 등을 생각하면 스카우터처럼 전투력을 측정하는 것은 힘들지 모른다. 하지만 앞으로는 누군가를 만난 뒤 '얼굴은 기억나는데 누구였지?'하고 고민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나'만 볼 수 있게, 그와 관련된 정보와 연락처 등을 조용히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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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뇌코일>, 디지털세계의 동반자
지난 2007년 NHK 교육TV에서 방영된 <전뇌코일>은 '가까운 미래에 웨어러블이 발전한 세상은 어떨까?'라는 궁금증을 해소해줄 만한 작품이다.
각 도시별로 대규모 증강현실이 구현돼 있고 심지어 배경인 다이코쿠시에는 증강현실과 관련해 여러가지의 백신프로그램을 관리하며 바이러스 및 불법프로그램을 제거하는 등 '사이버공간을 관리'하는 시 직속 부서까지 등장한다.
또 등장인물들은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전뇌안경'을 통해 사이버세계와 현실의 사이에 서 있다. 사실상 증강현실 애플리케이션으로는 궁극의 형태 중 하나인 전뇌안경은 HUD의 일종으로 인터넷을 통해 각 도메인에 연결돼 있으며, 도시의 지형지물 및 위치정보 등과 연계돼 일명 '전뇌세계'로 일컬어지는 도시 단위의 증강현실 시스템을 보여준다.
구글글래스 등 현재 화제가 된 글래스 계열의 웨어러블기기가 일상화된다면 이러한 모습의 세계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전뇌코일>의 등장인물들은 디지털 펫을 키운다. 국내에 컴퓨터가 한참 보급되던 시기에 유행하던 디지털 펫이나, 스마트폰 초기시절 스마트폰으로 강아지나 고양이 등을 키우는 게임에서 발전된 형태다. 비록 감촉은 느낄 수 없고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가상의 펫은 정말로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등장인물들과 감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준다.
심지어 '일리걸'이라는 검은 물질은 '전뇌세계'에 등장하는 감정의 파편들(실제로는 데이터의 집합체)이 모여서 만들어진, 생명력을 부여받은 존재다. 물론 가상의 세계 주민일 뿐이며 안경을 벗으면 존재하지 않는 생명이지만, 앞으로 웨어러블을 통해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가 무너진다면 이러한 존재를 과연 데이터일 뿐이라 치부할 수 있을까. 한번쯤은 생각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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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 DB |
◆ <아이언맨>, 24시간 옆에 있는 비서
올해 3편이 나오면서 인기를 끈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숨은 주연은 '수트'다.
이에 반해 잘 부각되지 않는 캐릭터가 있는데, 바로 '자비스'다. 토니 스타크를 대신해 집안을 관리하고 그의 회사를 경영하는 토니의 애인 겸 비서는 '사람'인 페퍼 포츠다. 하지만 토니가 원하는 수트 개발을 돕고 생활을 관리하며 수트의 실제 사용을 돕는 것은 '인공지능' 자비스가 하는 일이다.
아이폰의 시리(Siri), 갤러시의 S보이스 등 음성인식 기술과 결합된 인공지능은 앞으로 웨어러블을 사용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 중 하나다. 물론 현실에서는 자비스처럼 자아를 가지고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하는 것이 가능한 강(强) 인공지능이 아니라 주어진 조건하에서 결정을 내리는 약(弱) 인공지능이지만, 의외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시리의 경우 국내에서는 여러 사정상 모든 기능을 사용하기는 힘들지만 미국 등 영어권 나라에서는 전화걸기, 음악재생, 문자전송, 일정관리, 이메일 전송, 주가 확인, 인터넷 검색, 응용프로그램 실행 등 거의 대부분의 작업을 시리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
구글글래스에서 음성인식을 적용한 것도 기존의 입력방식으로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웨어러블이 HMD(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와 같은 '화면을 뒤집어쓰는' 모습이 아니라 안경과 콘텍트렌즈 등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작은 화면을 다루는 이상 음성인식과 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은 웨어러블 시대를 열기 위한 한 요소가 될 것이다.
◆ <턱시도>, 궁극의 웨어러블
지난 2002년 개봉된 청룽(成龍, 성룡)의 <턱시도>는 총알택시 운전사인 지미 통이 얼떨결에 부상당한 첩보원을 대신해 턱시도를 입고 세계를 구하기 위한 좌충우돌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턱시도>에서 청룽이 맡은 주인공 지미는 정말 평범한, 내세울 것이라고는 운전실력 밖에 없는 사람이다. 그런 지미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것은 미국의 비밀 첩보국인 CSA의 최첨단 비밀병기인 '턱시도' 덕분이다. <턱시도>에 등장하는 턱시도는 본질적으로 웨어러블의 궁극적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아이언맨>에 등장하는 수트처럼 갑옷이 아니라 평범한 옷임에도 불구하고 턱시도는 입는 사람의 힘을 강화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건강검진까지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하다. 턱시도 같은 '똑똑한 의류'는 현실에서도 연구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