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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성수·여의도 등 주요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조합들이 잇따라 시공사 경쟁 입찰에 실패해 공사계약을 미뤄야 할 전망이다. 단독 입찰로 인한 유찰이나 시공사의 조합원 개별 접촉에 따른 규정 위반 논란, 사고 여파 등 리스크가 커졌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우성4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 9일 입찰 마감을 앞두고 기존 입찰 공고를 취소했다. 사업 참여가 예상됐던 포스코이앤씨가 현장 사망사고로 계획을 재검토하며 롯데건설의 단독 응찰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시공사가 두 차례 연속 단독 응찰 시 수의계약을 허용한다. 조합 입장에선 경쟁 입찰이 성사됐을 경우 공사계약 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우위를 점하게 돼 입찰 계획을 보류한 것이다. 해당 사업은 총 1080가구를 재건축하는 공사비 6498억원 규모 사업이다. 개포우성4차의 시공사 선정은 내년으로 예상된다.
송파한양2차도 재건축 입찰 절차가 중단됐다. GS건설이 단독 응찰했으나 일부 조합원과 개별 접촉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구청이 입찰 무효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무효 확정시 GS건설이 납부한 입찰보증금 600억원은 조합에 귀속되고 재입찰을 진행해야 한다.
GS건설 관계자는 "조합의 지침을 준수해 입찰에 참여했고 소명 자료를 제출했다"며 "구청 지침과 조합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송파한양2차 재건축은 공사비 6856억원 규모다.
경쟁 입찰 통해 유리한 조건 확보하려는 조합 전략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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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전략정비구역 제1지구 재개발 조합은 지난 9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기존 시공사 선정 입찰을 취소했다. 경쟁 입찰 성사를 위한 지침 조정을 위해서다. 조합은 재입찰 과정에 일부 조항을 손질하기로 했다. 조합이 제시한 ▲조합원 로열층 우선분양 금지 ▲추가 이주비 담보인정비율(LTV) 100% 이하 제한 조건들로 시공사들의 참여가 저조했고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응찰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새 입찰 지침에는 해당 조항들이 폐기될 예정이다. 성수1지구 조합 관계자는 "오는 18일 기존 입찰 지침을 취소하는 대의원회를 열어 변경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수1지구는 공사비가 2조1540억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지난 10일 열린 2차 현장설명회에서 삼성물산이 단독 참여해 두 번째로 유찰됐다. 조합은 다음 달 시공사 수의계약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11월 총회를 열어 최종 판단을 내릴 전망이다. 대교아파트 재건축은 최고 49층, 912가구 규모로 탈바꿈하는 공사비 7500억원 사업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지속되는 건설 중대재해와 경기침체로 인한 정비사업 수익성 하락에 조합들이 경쟁 입찰의 유리한 전략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송승현 도시와 경제 대표는 "사업 일정과 공사 기간이 지연되더라도 시공사 경쟁 구도가 형성돼야 조합 입장에서 더 유리한 계약 조건을 협상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경쟁 입찰은 일반분양가 산정과 분양 수익 확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