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SK텔레콤이 ‘진흙탕 싸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1월 초 ‘3밴드 LTE-A’ 상용화의 세계 최초가 누구냐를 놓고 법적공방까지 다퉜던 이들은 1차 심리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 또 다른 문제를 들고 2차전에 돌입했다. 1차전이 통신기술에 대한 신경전이었다면 이번 2차전의 주제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예의주시하는 ‘불법 보조금’이다.

방통위는 현재 SK텔레콤에 대한 ‘사실조사’에 나선 상황. SK텔레콤은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모두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항변하고 있다. ‘소외된’ 소비자들은 이 같은 이통사 간 소란이 황당무계하다. ‘도 긴 개 긴’ 이통사들이 쓸데없는 것에 힘을 빼느라 정작 소비자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반응이다.

 
/사진=뉴스1 허경 기자
/사진=뉴스1 허경 기자

◆KT ‘한방’에 사실조사 받은 SKT

“겉으로는 시장안정을 외치는 척하면서 뒤로는 불법영업으로 통신시장을 과열로 몰고 갔다.”(KT)

“앞에서는 경쟁자를 성토하면서 뒤로는 규제기관의 눈을 피해 불법행위로 자신의 잇속을 챙겼다.”(SK텔레콤)

KT와 SK텔레콤이 ‘같은 듯 다른, 다른 듯 같은’ 내용으로 비방전에 나섰다. 불법 리베이트(보조금)를 뿌려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시작의 화살은 KT가 당겼다.

지난 1월20일 KT는 보도자료를 내고 “SK텔레콤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면서 “규제기관은 사실조사를 통해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 달라”고 강력 요청했다. KT는 SK텔레콤의 단통법 위반 증거자료로 ▲고액 리베이트 지급 ▲공시지원금 선(先) 적용한 사전판매 등을 제시했다.

KT 주장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1월16일 오후부터 자사의 대리점과 판매점을 통해 최신 스마트폰인 ‘아이폰6’와 ‘갤럭시노트4’ 등 주요 단말기를 대상으로 일괄 47만원씩 보조금을 올렸다. 또한 다음날인 17일부터 적용해야 하는 공시지원금을 하루 전에 미리 적용해 사전판매를 금지한 단통법을 위반했다.

이 결과 같은달 19일 하루에만 SK텔레콤이 KT의 가입자 4850명을 빼앗았으며 19일까지 총 5391명의 타사 가입자들이 SK텔레콤으로 번호이동을 했다고 KT는 주장했다. KT는 “이러한 갑작스러운 가입자 순감은 불법적인 영업 행위 외에는 다른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SK텔레콤 측은 KT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가입자 증가에는 10개 기종에 대한 지원금 인상과 ‘베가시크릿노트’, ‘갤럭시노트3’ 등 4개 기종에 대한 출고가 인하에 원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SK텔레콤 관계자는 “당시 가입자 증가는 수치상으로만 봐도 전주보다 적어 과열로 볼 순 없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방통위는 KT의 손을 들어줬다. 이통3사 유통점을 중심으로 관련 문제에 대한 실태점검에 나선 결과 SK텔렘의 장려금 지급 위반 정도가 가장 높다고 판단해 SK텔레콤 단독으로 지난 1월21일부터 사실조사에 착수한 것. 사실조사는 점검에 그치는 것이 아닌 규제절차의 일환으로 위법사항에 따라 과징금 철퇴나 영업정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이에 SK텔레콤 측은 “리베이트를 불법 보조금으로 전용하는 유통망은 항상 있어왔고 이는 이통 3사 모두 공통사항”이라며 방통위가 SK텔레콤 단독조사가 아닌 이통3사 전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KT가 제시한 채증 ‘KT, 안양지역서 온라인 통한 내방 안내’
SKT가 제시한 채증 ‘KT, 안양지역서 온라인 통한 내방 안내’

◆SKT, “KT도 리베이트…처벌해야”

그리고 KT를 향해 곧바로 반격을 가했다. 방통위가 사실조사에 착수한 바로 다음날(1월 22일) SK텔레콤은 보도자료를 내 “KT가 방통위의 조사발표 시점에 과도한 리베이트를 살포했다”고 폭로했다. 이전까지 공식입장을 자제하며 관계자들의 ‘입’으로 대응했던 SK텔레콤으로선 적극적인 공격태세였다.

SK텔레콤 주장에 따르면 KT는 방통위가 사실조사에 착수한 지난 1월21일 오후 자사의 대리점 및 판매점 등 전체 유통망에 최대 55만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살포했다. 이후 공식 판매망이 아닌 SNS 등을 위주로 음성적인 페이백을 활용했다고 SK텔레콤은 주장했다.

SK텔레콤 측은 “이는 방통위가 SK텔레콤을 조사하고 있을 때 고액 리베이트를 뿌림으로써 자사 가입자를 늘리는 수법”이라며 “SK텔레콤 가입자 움직임이 둔해지는 시기를 역이용해 ‘역시 SK텔레콤의 지난 주말 순증은 과도한 리베이트 제공 때문이었다’는 상황을 조장하기 위한 행위로 의심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KT의 행태는 규제기관의 눈을 흐려 조사의 정확성을 왜곡하는 행위”라며 “KT 역시 규제기관의 엄정한 조사 및 결과에 따른 강력한 처벌이 요구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다렸다는 듯 KT의 반박이 이어졌다. KT는 “단통법 안착을 위해 성실히 조사에 응해야 할 SK텔레콤이 반성은커녕 마치 KT도 불법 행위를 자행한 것처럼 몰아가며 자신들의 불법 행위에 물타기를 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이어 “SK텔레콤이 제시한 자료는 신빙성이 전혀 없다”면서 “증거자료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법적조치 등으로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덧붙였다.

KT가 제시한 채증 ‘SKT대리점의 정책 공지’
KT가 제시한 채증 ‘SKT대리점의 정책 공지’

◆규제기관소비자 ·"진흙탕싸움, 이제 그만"

“겉으로는 싸우는 척 하면서 뒤로는 담합하는 것 아닙니까. 서로 쇼하는 것 같은데요.”(소비자 A씨)

치고받은 것은 KT와 SK텔레콤이지만 피로감은 이 난타전을 지켜보는 규제기관과 소비자들의 몫으로 넘어왔다. 이들은 피로감을 넘어 불쾌감을 호소하며 양사 간 전쟁이 ‘소모전’이라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통 3사 모두 스스로 최선을 다해 관련법을 지켜주길 바란다”면서 최근 이통사 간 ‘이르고 꼬집는’ 행위에 대한 불쾌함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소비자들의 원성도 커졌다. 이통3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포털사이트 댓글과 SNS 등을 통해 “도 긴 개 긴 이통사들이 소모적인 논쟁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가장 원하고 있는 요금제 내리기에 동참해주길 바란다”는 의견에 무게를 실었다.

한편 방통위는 지난 1월21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SK텔레콤 단독 사실조사에 집중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다만 앞으로도 이통 3사 사이에서 시장 질서를 흐리는 정황이 포착될 시 일벌백계로 다스릴 계획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