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주가연계증권(ELS) 발행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1%대의 저금리시대에 은행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하고 싶은 투자자가 늘어났다는 방증이다. 다만 발행규모의 증가분을 보면 점점 둔화되는 추세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증권업계에서는 상반기에 글로벌증시가 활황을 보였기 때문으로 본다. 수익이 제한된 ELS보다 펀드가 더 유망하다는 것.

하지만 지난달 들어 그리스에서 시작된 위기감이 세계 증시로 퍼졌다.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했던 중국펀드는 5000선을 넘나들던 상하이종합지수가 3500선으로 빠지자 큰 손실을 보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국내증시 역시 2000선을 내주는 등 휘청거리고 있다.

증권업계는 지수가 고점에서 조정을 받은 상황인 만큼 투자대안으로 ELS를 다시 눈여겨보길 권한다. 보통 50~60% 사이로 설정된 녹인배리어 구간에 진입할 확률이 이전보다 줄어들었다는 게 이유다.

커지는 ELS시장, 이젠 '안정'도 생각해야죠

◆상반기 트렌드, 해외지수형 ELS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ELS의 발행금액은 47조34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4% 증가했다.


오봉록 예탁결제원 복합금융상품팀장은 “지난 2013년 이후 지속적인 저금리 기조와 연초부터 시작된 국내외 증시의 완만한 상승흐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초저금리시대의 대안으로 ELS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꾸준히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현재 추세라면 올 연말에는 ELS 발행을 시작한 이후 최대 발행금액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발행규모의 증가폭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ELS 발행규모 44조1792억원을 기록하며 상반기보다 60%가량 늘어난 반면 올 상반기에는 7.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의 PB는 “상반기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중국 등 모든 증시가 상승추세를 보여 고객에게 ELS보다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갈 수 있는 펀드를 주로 추천했다”고 말했다.


발행규모의 증가세는 잦아들었지만 보다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 수요는 점차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전체 ELS 발행액 중 원금비보전형은 40조5309억원으로 전체의 85.6%에 달했고 지난해 하반기보다 30.5%의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원금보전형은 6조8144억원으로 48.1% 감소했다.

특히 원금비보장형 중에서도 하반기 이후 개별종목의 변동성이 확대되며 원금손실구간에 진입할 확률이 높아지자 종목형 ELS는 줄고 지수형 ELS가 눈에 띄게 늘었다. 전체 ELS 발행금액의 98.7%가 지수형 ELS다. 이 중 HSCEI지수, 유로스톡스50지수, S&P500지수 등 해외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종목형 ELS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만기상환된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69개의 평균손실률은 7.61%에 달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 ELS 11개는 평균 33.95%의 손실을 보였다.

일부 증권사가 상환일에 고의로 주가를 떨어뜨려 투자자에게 피해를 입힌 사례가 왕왕 발생한 점도 종목형 ELS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009년 한화증권의 ELS ‘백투백’(위험헤지) 운용사인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는 상환기준일에 SK보통주를 고의적으로 매도해 수익상환 기준가격을 밑돌게 만든 바 있다. 최근 SK증권도 포스코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를 발행한 후 시세를 조작한 혐의로 조사받는 중이다.

커지는 ELS시장, 이젠 '안정'도 생각해야죠

◆안정성·수익 동시추구 ELS ‘대세’ 예상
올 하반기에도 ELS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초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더라도 추가 수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저금리 기조에서 투자자들이 ELS투자를 통해 리스크 감내에 나섰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다만 이런 위험자산이 주로 해외지수에 치우쳐 있고 이미 발행규모상 최고수준이어서 추가적인 대규모 증가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증시가 흔들리는 상황이어서 하반기에는 투자자들이 상반기보다 더 안전한 자산을 선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원금보장형 상품으로 다시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김경호 미래에셋증권 파생상품솔루션팀 차장은 “그리스의 앞날이 안갯속이고 중국시장도 큰 폭으로 하락해 하반기에는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라며 “이럴 때 투자자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상품을 찾기 마련이어서 녹인구간이 낮거나 노녹인상품이 많이 팔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원금의 90~95%를 보장해주면서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기존 종목형보다 높은 안정성을 추구하면서도 지수형보다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초대형 종목형 ELS도 속속 등장했다.

김용범 키움증권 장외파생상품팀장은 “포스코나 S-OIL 등의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ELS가 손실을 본 이유는 전체 거래대금이 침체돼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국가별 시총 1위 기업을 기초로 한다면 유동성이 풍부해 큰 폭의 하락이 발생할 확률이 적고 지수형 ELS보다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중호 애널리스트는 “ELS의 기초자산이 해외지수로 쏠림에 따라 나타나는 문제점은 아직 없지만 주의할 필요는 있다”며 “해외종목 기반 ELS의 발행은 기초자산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그는 해외종목형 ELS의 발행 수치가 증가할 가능성 역시 크다고 전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