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국내의 경우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외식비는 점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로선 통계 물가와 상당한 괴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저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물가가 높게만 느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저물가'에도 외식비는 오른다?
보통 외식비는 경기가 좋을 때 상승폭이 커지기 마련인데, 최근 경기 부진에도 이례적으로 외식비가 상승한 이유로 축산물 가격과 인건비 증가 등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실린 '최근 외식비 상승 원인 및 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대를 나타낸 반면 외식비는 2.3% 상승해 전년(1.4%)보다 오름폭이 0.9%포인트 확대됐다.
한은은 최근 외식비가 상승한 배경으로 수요 측면 외에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등 비용 측면에서 변동 요인을 점검했다.
우선 외식비 품목별로 원재료 가격과의 관계를 살펴보면 최근 축산물 가격의 상승이 외식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쇠고기,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이 상승세가 지속됐다. 지난해 축산물 가격(생산자물가)은 3.4%나 올라 최근 5년간 평균치(1.0%)보다 오름 폭이 컸다.
이로 인해 설렁탕 가격은 지난해 3.0% 올라 전년(1.7%)보다 오름폭이 확대됐고, 불고기(1.5%→2.0%), 돼지갈비(2.0%→2.6%) 등 축산물 관련 품목 대부분의 가격이 전년보다 더 올랐다.
◆인건비 상승도 체감물가 상승에 영향
인건비가 높아진 점도 외식비 상승요인으로 작용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를 상승시켰다.
한은이 고용노동통계를 이용해 음식업 1인당 임금과 외식비를 비교해 본 결과 지난해 인건비 상승률은 2.3%로 전년(1.0%) 보다 1.3%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외식비 상승폭(0.9%포인트)과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또 다른 외식비 상승 요인 중 하나인 임대료는 지난해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임대료 상승률이 대부분 축소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서울 종각역, 합정역, 건대입구역 등 서울 일부 지하철역의 주요 상가 임대료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9.8%~31.3%까지 상승해,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는 임대료가 외식비 상승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내년 물가 전망은?
한은은 28일 소비자 물가의 오름세가 점차 확대되면서 올해 1.4%, 내년 2.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외식비 상승 요인들을 고려했을 때 올해도 마찬가지로 외식비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을 예측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4% 상승할 전망이다. 상반기 1.2%에서 하반기 1.5%로 오름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무엇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지난해 10월(1.7%) 전망치보다 3개월 만에 0.3% 낮춘 건 국제유가 추가 하락 등을 감안한 조치다.
다만 지난해 3분기 교통요금 인상과 개인서비스요금 인상 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아지면서 예상보다 하락폭이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하반기 소비자물가는 상반기 0.5%에서 하반기 0.9%로 오름세가 확대됐다.
한은은 "내년에는 석유류 가격의 물가하락 영향이 다소 약해지면서 올해보다 소비자물가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한은은 "농촌경제연구원의 전망 등에 따르면 올해도 축산물 가격이 쇠고기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명목임금도 최저임금 상승폭 확대 등으로 완만하게나마 오름세를 나타낼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올해 설 연휴가 약 1주일 앞으로 다가오며 소비자들의 외식비 지출이 증가할 시점임을 감안했을 때,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물가는 '저물가'라는 세계의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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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사진=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