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산업이 글로벌 공급 과잉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 거점인 여수산업단지에서 여천NCC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전남 여수에 위치한 여천NCC 제1사업장 전경. /사진=여천NCC 제공

석유화학 산업이 글로벌 공급 과잉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 거점인 여수산업단지에서 여천NCC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고 있다. 30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과 에틸렌 생산 감축을 위한 연산 47만톤(t) 규모 제3공장 가동 중단에 이어 대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에틸렌 공급계약 체결에 합의해 이사회 처리를 마쳤다.

12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외부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여천NCC 에틸렌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여천NCC는 이날 오후 관련 내용을 이사회에서 처리했다.


이번 원료 공급계약의 대상은 ▲에틸렌 ▲프로필렌 등 나프타 분해시설(NCC) 주요 원료다. 계약 기간은 2025년 1월1일부터 2027년 12월31일까지이며 가격 조건은 국제 시장지표와 원가 기반 포뮬라를 적용한다.

공급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DL케미칼 관계자는 "합의점을 찾아 계약을 진행하기로 했다"며 "공급 가격은 대외비인 만큼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천NCC는 그동안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에 각각 연 140만t, 73만5000t 규모의 에틸렌을 공급해왔으나 공급 가격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공급에 차질을 빚어왔다. 두 대주주의 가격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서 구조조정에도 제동이 걸려왔다.


두 회사에 대한 공급 가격이 확정돼야 향후 예상 매출과 이익을 산출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사업 재편 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산업은행 역시 여천NCC가 사업 재편안을 제출하기 위한 핵심 조건으로 ▲제3공장 감축 방안 ▲3000억원 규모 출자전환 ▲한화솔루션·DL케미칼과의 원료 공급계약 재체결을 제시해왔다.

다만 정부가 정한 구조조정안 제출 기한이 다가오면서 양측 모두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원료 공급 가격이 확정되면서 구조조정 논의도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와 채권단이 요구해온 구조조정의 전제 조건이 모두 충족됐기 때문이다.

앞서 여천NCC는 지난달 25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기존 주주사 대여금 3000억원을 출자전환하는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은 각각 대여금 1500억원씩을 출자전환했다. 지난 8월에는 제3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으며 현재는 가동 중단을 넘어 공장 폐쇄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

한편 여수산단에는 여천NCC 외에도 LG화학, 롯데케미칼, GS칼텍스가 NCC를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LG화학과 GS칼텍스는 NCC 감축과 관련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LG화학과 GS칼텍스는 각각 연 200만t, 90만t 규모의 에틸렌 생산 능력을 갖춘 NCC를 여수에 보유하고 있는데 LG화학이 NCC를 GS칼텍스에 매각한 뒤 합작사를 설립해 통합 운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