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LCC)들이 여객기 화물칸을 활용한 '벨리카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여객 부문 과잉 경쟁으로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수요가 증가하는 항공화물을 추가 수익원으로 확보하겠다는 의도다. LCC 가운데 화물 매출이 가장 높은 티웨이항공은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화물 운송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벨리카고는 여객기 하부 수하물 공간을 활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방식이다. 대형항공사(FSC)처럼 전용 화물기를 도입하지 않아도 화물 사업이 가능해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확대로 항공화물 수요가 늘어나면서 벨리카고는 LCC의 안정적인 먹거리로 부상 중이다.
13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티웨이항공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11만7649톤의 화물을 운송했다. 전년 동기(9만8048톤) 대비 20%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진에어는 10만2513톤, 제주항공은 10만2147톤을 운송했다.
티웨이항공은 국내 LCC 가운데 화물 매출이 가장 높다. 올해 3분기 화물 운송량은 처음으로 1만1000톤을 넘어서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화물 운송 매출도 444억원으로 이미 작년 한 해 매출인 260억원을 뛰어넘었다.
중·장거리 노선의 안정적인 확장과 효율적인 화물 전용 운송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티웨이항공은 유럽·미주 지역에서 빠른 환적과 효율적인 화물 운송 프로세스가 가능한 시스템을 확대 적용해 안정성을 끌어올렸다고 전했다. ▲신선식품 ▲반도체 장비 ▲전자상거래 화물 ▲화장품 등 특수화물 및 소비재 수요 증가에 맞춰 맞춤형 서비스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신생 LCC인 파라타항공도 벨리카고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파라타항공의 다낭발 인천행 A330 항공기에는 총 9톤의 화물이 모두 실려 탑재율 100%를 기록했다. 베트남·홍콩·미주 등에 지점을 둔 글로벌 물류기업 엑스트란스글로벌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향후 화물 물량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적자 늘어나는 LCC, 벨리카고 주목… 사업 확장성은 과제
에어프레미아는 미주 화물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최대 화물 항공사인 아마존 에어카고와 인터라인 계약을 체결했다. 에어프레미아가 벨리카고를 활용해 인천-호놀룰루 구간 운송을 맡으면 이후 아마존 에어가 애틀랜타·올랜도 등 미국 전역 45개 도시로 배송하는 식이다. 미주 화물 운송망 확장으로 기업 물류, 제3국 환적 화물 등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상장 LCC 4사(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에어부산)는 올해 3분기 합산 201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들 회사의 분기 합산 적자가 2000억원을 넘은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처음이다. 여객 사업의 경우 환율 변동, 경쟁 심화 등 외부 변수에 따른 실적 변동성이 큰 만큼 수익 구조 다변화가 시급하다는 시각이 많다.
국토부가 집계한 국제선 항공 화물 운송량은 ▲2022년 332만톤 ▲2023년 374만톤 ▲2024년 419만톤으로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항공 화물은 화주와의 계약을 기반으로 운송이 이뤄져 비수기에도 일정 수준의 수요 확보가 가능하다. 다만 벨리카고는 화물 운송량이 항공기 운항 횟수에 비례해 단거리 노선 비중이 높고 상대적으로 운항 편수가 적은 LCC가 사업을 확장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벨리카고는 운항 편수와 운송량이 비례하는 구조라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면서도 "벨리카고를 활용하지 않으면 해당 공간은 비워져서 운항되는 만큼 이를 아예 포기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단순 화물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향후 고부가가치 화물 유치 등을 통해 수익 확대를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