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일어난지 10년이 지난 2017년. 한국경제는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희망은 보인다. 부동산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환율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시장 역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앞으로 10년 후는 어떨까. <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국책연구소, 민간연구소, 교수, 애널리스트 등 경제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한국경제 미래 10년 보고서’를 작성했다. 미래 10년 우리 경제가 성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 대비해야 할 점이 무엇이며 과거 10년에서 배울 점이 무엇인지 심층 분석했다. 또 미래학자를 만나 ‘한국경제 십년대계’를 위해 신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아울러 증권사 애널리스트 20명이 제시하는 10년 후 투자 성공전략도 알아봤다.<편집자주>
위기와 기회는 공존한다. 성장동력을 잃어 경기가 하향곡선을 그리면 언젠가는 위기를 딛고 올라설 기회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위기 속에서도 난관을 극복하며 성장을 거듭한 한국경제가 그렇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의 한국경제는 과거와 달리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10년째 저성장·저금리 터널을 뚫지 못하고 있어서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 현실은 이런 속담이 무색하다.
다가올 10년은 어떨까. <머니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민간연구소, 금융연구원, 학계,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국내 경제전문가 50명을 대상으로 '한국경제 미래 10년 전망'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맞딱뜨릴 과제와 미래를 선도적으로 개척할 방법은 무엇인지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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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구윤성 기자 |
◆다가올 10년, 긍정 36% vs 부정 32%
한국경제 미래 10년 전망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미래 10년 한국경제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전문가 36%(18명)가 '지금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32%(16명)는 '지금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현수준과 비슷'하거나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각각 28%(14명), 4%(2명)를 차지했다. 대다수 전문가(60%·30명)가 한국경제 미래 10년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저성장의 터널을 뚫지 못한 현 수준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한국경제 미래 10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로는 '양극화 해소'(38%)가 가장 많았고 '수출확대', '내수활성화'(각 25%)가 뒤를 이었다. 기타의견으로는 공정성과 인권 등 '사회문화기반시스템 발전'(13%) 등이 꼽혔다. 양극화 해소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리경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양극화 해소와 내수활성화”라며 “이는 정부와 경제전문가들도 인식을 같이한다. 앞으로 정부와 민간기업이 힘을 합쳐 인력개발과 (정책·민간) 자금투입 등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10년 이내)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반면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 이유로는 '수출감소'와 '고령화·저출산'이 28% 씩으로 동률을 이뤘다. 다음으로 '내수침체'(22%), '양극화'(11%), '주변국의 견제 및 성장동력미비'(각 6%)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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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가계부채와 가처분소득이 단기간에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인구구조가 고령화되면 소비를 늘리기 어려운 만큼 미래경제는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부정책과 환경에 민감한 기업들은 이번 설문결과 중 앞으로 10년 후 우리 경제를 부정적으로 전망한 시각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들 중 상당수가 심리적인 요인에 의해 긍정적으로 전망한 측면이 있어서다. 해결과제가 산적했고 우리 경제가 앞으로 10년 동안 이를 풀어나가는 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지만 국민의 불안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긍정적인 의견을 낸 전문가가 있다는 얘기다.
익명의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경제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이 (국민의)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며 “경제를 책임지는 정부와 환경에 민감한 기업들은 밝은 미래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에 더 관심을 두고 정책과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10년 후 한국경제를 이끌 산업으로는 헬스케어와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업종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국경제를 이끌 산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62%(31명)가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응답했다. 이어 '제조업'(34%·17명), '관광 등 문화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등 '융합산업'이 각각 2%(1명)를 차지했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은 분야다. 최근 문재인정부도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관련산업에 1조5000억원의 정책자금을 지원키로 했다. 4차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만들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차별화된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했다.
로봇과 자율주행, 드론 등 첨단기술은 미래 유망산업으로 꼽혔다. '10년 후 유망산업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74%(37명)가 '첨단기술'이라고 답했다. 다음으로 'IT관련업종'(14%·7명), '서비스업'(8%·4명)·'대체에너지'(2%·1명)·기타(2%·1명)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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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요소 '저출산·고령화' 압도적
한국경제가 성장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위험요소로는 76%(38명·복수응답)가 '고령화·저출산' 문제를 꼽았다. 고령화·저출산문제가 사회뿐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저성장'(18%·9명), '실업률'(2%·1명), '가계빚'(2%·1명) 등이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흥미로운 점은 전문가 대다수가 고령화·저출산 문제를 우리가 극복할 해결과제로 꼽았다는 점이다. '10년 후 한국경제가 해결한 과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전문가 32%(16명)가 고령화·저출산이라고 답했다. 고령화·저출산이 우리 경제에 위험요소가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를 비롯해 사회, 기업 등이 이를 해결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해결방안에 대해선 정부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저출산 문제는 수치로도 심각성이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출생아 수는 18만8500명으로 지난해 상반기(21만5000명)보다 12.3% 줄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감소율(5.7%)의 2배가 넘고 2000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율이다. 설문에 참여한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뿐 아니라 민간기업에서도 앞장서야 한다고 첨언했다.
10년 후 사양산업으로는 조선·해양산업과 건설산업이 지목됐다. 전문가들은 '10년 후 지는 산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복수응답)에 '조선·해양' 38%(19명), '건축' 36%(18명) 순으로 답했다. 채권은행의 경영관리 부실과 무리한 투자가 자행된 조선·해운의 현재 경영지표를 볼 때 이를 극복하는 데 최소한 10년 이상 소요될 것이란 해석이다. 이밖에 ‘제조업’이 16%(8명)를 차지했으며 ‘관광산업’, ‘지식관련업종서비스업’, ‘단순 중개업’이 각각 10%(10명)로 나타났다.
10년 후 적정 최저임금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렸다. 다만 시간당 1만원 이상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10년 후 최저임금은 얼마가 적당한가'라는 질문에 1만원 이상이 68%(34명)를 차지했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전문가 절반 이상이 공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음으로 현 수준과 비슷(16%·8명)하거나 인하(6%·3명)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이외에도 10년 후 인플레이션이 반영된 금액이 적정하다는 소수의견(2%·1명)도 나왔다.
미래 유망직업을 묻는 질문(주관식)에는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가장 많이 언급된 유망직업은 소프트웨어·AI개발자였다. 이밖에 프로그래머와 데이터분석통계전문가, 뇌과학자, 개인서비스업, 실버 엔지니어, 예술가·서비스업 등도 제시됐다.
▲연구위원 및 애널리스트
곽동철 IBK기업은행연구소 연구위원, 김나라 IBK기업은행연구소 연구위원, 김재은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이사, 김지연 IBK경제연구소 연구원, 류창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자문부 차장, 박정은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 송경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송재만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안성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 팀장,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대원 KDB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이수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이재우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산업연구팀 팀장, 장기천 KDB산업은행 조사부 선임연구위원, 조윤정 KDB산업은행경제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 천대중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 최현희 KDB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20명, 익명 8명)
▲교수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강윤식 강원대 경영회계학부 교수, 김도영 아주대 경영학부 교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재진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김정포 부산외국어대 경영학부 교수, 김지섭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김진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노태우 순천향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박태경 영남대 경영학부 교수, 백웅기 상명대 경제학과 교수,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이윤재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전봉걸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전인 영남대 경영학부 교수,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허찬국 충남대 무역학과 교수(21명, 익명 1명)
◆10년 후 투자전략 설문조사 참여자
▲애널리스트
김동원 SK증권 애널리스트, 김성봉 삼성증권 WM리서치팀 애널리스트,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김영환 KB증권 애널리스트, 김예은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 김환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투자전략부 이코노미스트,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박옥희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박중제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 변준호 현대차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애널리스트, 서상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이영환 대신증권 압구정지점 금융주치의(차장),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이재선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이진호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조병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 (17명, 익명3명)
☞ 본 기사는 <머니S> 제506호(2017년 9월20~2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