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세계 최초 ‘기가 LTE’ 서비스를 시작한 KT. /사진=뉴시스DB
2015년 세계 최초 ‘기가 LTE’ 서비스를 시작한 KT. /사진=뉴시스DB

지난 3일 5세대 이동통신(5G)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됐다. 초고속·초저지연·초연결을 특징으로 하는 5G시대가 열렸지만 대부분의 이동통신 이용자는 “5G 서비스가 시작되고 LTE(롱텀에볼루션) 속도가 느려졌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이들의 주장은 이통3사가 5G 서비스로 가입자를 유도하기 위해 일부러 LTE의 속도를 줄였다는 것이다. 이번 문제는 KT의 LTE통신망을 사용하는 이들에게서 가장 많이 목격된다. 이용자들은 “지하철 출퇴근길은 물론 집안에서도 LTE 속도가 크게 낮아져 제대로 된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을 정도”라고 성토한다.

◆5G 때문에 LTE 느려질 수 있나

과연 5G가 LTE 속도에 영향을 미쳤을까. 해당 내용의 사실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5G와 LTE의 주파수 대역을 확인해야 한다.


5G는 3.5㎓(기가헤르츠)와 28㎓ 대역을 사용한다. 반면 LTE는 이보다 낮은 850㎒(메가헤르츠)~2.6㎓ 사이의 주파수를 사용한다. 수치상 겹치는 부분이 발생하지 않는다. 과거에 3G와 LTE가 일부 주파수 대역을 함께 사용한 적은 있었지만 LTE와 5G는 대역차이가 크게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주파수 대역이 다르기 때문에 5G 서비스 때문에 LTE의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주파수 대역이 다르기 때문에 5G는 LTE의 속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기존의 도로 옆에 새로운 도로를 놓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두개의 도로는 연결되지 않고 차선을 공유하지도 않아 교통량에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KT가 네트워크 최적화를 완료했다고 밝힌 다음날에도 LTE속도는 여전히 문제를 일으켰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KT가 네트워크 최적화를 완료했다고 밝힌 다음날에도 LTE속도는 여전히 문제를 일으켰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5G와 LTE를 ‘묶어’ 사용하는 방식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비독립형규격(NSA)을 5G 표준규격으로 사용한다. 이 방식은 5G만 독자적으로 사용하는 SA규격과 달리 신호가 먼저 LTE망으로 전송된 후 데이터 제공방식에 따라 5G 기술이 따로 적용되는 방식이다. 즉 5G망을 이용하기 위해 LTE가 기본 작동해야 하는 방식인 셈이다. LTE 속도가 느려지면 5G 속도도 함께 느려지기 때문에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
통신사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에서 LTE 속도를 줄이면 5G 속도도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며 “5G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LTE 속도를 향상시키는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LTE 속도를 줄였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절대다수의 소비자가 LTE를 이용하는 환경에서 소수의 5G 이용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LTE 속도를 줄이는 건 자살행위”라고 잘라 말했다.


이를 종합하면 통신사가 고의로 LTE 속도를 줄였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LTE 기지국 KT가 가장 적어

하지만 최근 들어 LTE 통신 속도가 크게 줄었다는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미뤄봤을 때 문제가 없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당사자인 KT 측은 지난 16일 “5G 네트워크 최적화 과정의 문제였을 뿐”이라며 “현재는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17일에도 KT 이용자의 불만은 끊이지 않았다. 한 이용자는 “KT가 문제를 해결했다는 기사를 접한 후 스마트폰으로 속도를 측정해봤지만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이통3사 가운데 KT의 속도만 유난히 느린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일부 전문가는 5G보다 지난해 무제한 LTE요금제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점이 LTE 속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도로 폭은 동일한데 더 많은 자동차가 오가면 그만큼 체증이 발생하기 쉬워진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 문제는 지난해 KT가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할 당시 제기됐다. LTE 주파수 대역폭 대비 가입자는 지난해 기준 ▲SK텔레콤 70㎒에 2285만명 ▲KT 50㎒에 1452만명 ▲LG유플러스 50㎒에 1191만명 순이다.

당시 이필재 KT 마케팅부문장 부사장은 “가입자수 대비 대역폭이 적다는 이유로 속도가 느려지거나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시설 투자를 늘리면 충분히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KT의 LTE 기지국수는 가장 적은 수준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20일 발표한 ‘통신3사 4G 및 5G 기지국 설치 세부 현황’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서울 5만9405개를 포함해 전국에 37만6829개의 기지국을 갖췄다. LG유플러스는 전국에 24만551개(서울 3만6907개)의 기지국을 갖췄다. 반면 KT는 전국에 구축한 LTE 기지국이 21만5010개(서울 2만9811개)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기지국수가 많으면 상대적으로 통신이 원활해진다”며 “부족한 부분은 기지국의 출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물리적인 차이를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