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투자 열풍을 타고 불법으로 운영되는 '주식리딩방' 피해가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그래픽=김영찬 기자
최근 주식투자 열풍을 타고 불법으로 운영되는 '주식리딩방' 피해가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그래픽=김영찬 기자

“나만 믿고 따라와” 주식리딩방 운영 실태

“제가 드리는 수익 받을 준비되셨나요?” “참여 잘하면 2~3배 더 챙겨드립니다” “본업 하시면서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만 떡 얹으면 됩니다”

최근 주식투자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고수익이라는 미끼로 초보 투자자를 유혹하는 불법 리딩방이 활개를 치고 있다.

주식리딩방의 영업방법은 크게 3단계로 볼 수 있다. 먼저 ‘수익률 최소 200% 보장’ 등 불법 과장 광고를 문자 메시지로 발송한다. 주식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에 광고성 글을 게시하기도 한다. 이후 무료로 참여해 ‘체험’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급등 종목 추천이나 수익률 인증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환심을 산다. 마지막으로 체험방으로 끌어들인 투자자에게 고급 정보 제공을 미끼로 월 30만에서 최대 수백만원까지 요구하며 1대1 맞춤 상담형 비공개방으로 가입을 유도한다. 

익명으로 같은 관심사를 공유하거나 친목 도모를 위해 단체방을 만들 수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중심으로 주식리딩방이 서서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 본격화되면서 급증하고 있다.

리딩체험방의 운영방식은 대부분 비슷하다. ‘리더’ 또는 ‘애널리스트’ 등으로 불리는 자칭 주식투자 전문가가 종목 추천과 함께 매수가 범위나 손절가 등을 제시한다. 처음 채팅방에 들어간 회원은 주로 ‘눈팅’을 하면서 분위기를 살펴본다. 리더가 종목 추천을 한 뒤 수익 인증을 요구하면 일부 회원은 리딩에 따라 매수를 진행하고 인증 사진을 올린다.
실제로 운영된 카카오톡 주식리딩방에서 종목추천과 수익 인증 등 실시간 대화가 오고 가는 모습. /그래픽=김영찬 기자
실제로 운영된 카카오톡 주식리딩방에서 종목추천과 수익 인증 등 실시간 대화가 오고 가는 모습. /그래픽=김영찬 기자

오픈채팅방에서는 실시간으로 ‘추천 종목 +5% 수익 확인’, ‘+11% 돌파’, ‘+20% 급등’, ‘VI(변동성 완화장치) 발동’ 등 등락 현황이 올라온다. ‘추천 종목 8거래일 동안 77% 상승’ 등 누적 수익 내역도 틈틈이 자랑한다. 리더는 “수익 챙기신 분들은 늦더라도 꼭 수익인증을 남겨달라”며 “수익 시 인증은 필수, 참여 잘하면 2~3배 더 챙겨주겠다”고 참여를 독려한다. 

한 채팅방 참여자는 “3일 동안 지켜보기만 하고 안 샀는데 항상 오른다”며 “추천 종목을 사야겠다”고 리딩방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리딩방에서는 종목 추천뿐 아니라 초보 주식투자자를 위한 교육도 진행한다. 분할매수 방법이나 주식차트 보는 법 등 주식초보자에게 낯선 전문적인 내용을 설명하며 신뢰를 구축한다. “주식 초보분들은 제가 드리는 정보와 대응방법을 보고 공부하면서 ‘체험’하면 된다”면서 회원을 이끌어나가는 방식이다.

잦은 알림이 부담스러운 직장인을 위해 알림톡 설정 방법을 알려준다. 추천 종목에는 #나 @ 등 특수문자를 붙여 대화창 알림 설정을 꺼도 특정 문자 알림은 받을 수 있도록 단어를 선택해 공지하기도 한다.

체험방에서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유료 주식리딩방과 1대1 채팅방 홍보를 시작한다. 유료방에서는 체험방과 달리 매수가뿐 아니라 매도 가능 구간도 정확하게 알려준다고 유혹한다. 

유료방이든 무료방이든 주식리딩방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현행법상 개인이 불특정 다수에게 투자 조언을 하는 행위는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업체나 무등록 업체 등이 개별로 투자를 자문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최근 성행하는 1대1 리딩방이나 VIP종목추천방은 불법 행위인 셈이다. 
금융감독원이 예시로 구성해 배포한 주식리딩방 대화 내용. /그래픽=김영찬 기자
금융감독원이 예시로 구성해 배포한 주식리딩방 대화 내용. /그래픽=김영찬 기자

“한국매일증권 이은화 팀장입니다” 증권사 사칭 ‘변종 사기’도 활개

#직장인 A씨는 최근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황당한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한국매일증권 이은화 팀장”이라고 소개하며 “종목 넣어드렸는데 잘 받아보셨나요”라고 물었다. A씨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답하자 상대방은 다짜고짜 “넣어드린 ○○○종목 오늘 11% 수익 났다”고 대화를 시도했다. 개인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연락한 것인지 묻자 “종목 받아보겠다고 번호 남겨서 연락한 것”이라며 주식 투자하는 사람 아니냐며 몇 번을 되물었다. A씨는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불쾌감에 더 캐묻고 싶었지만 상대방은 주식 안 한다는 대답을 듣고는 바로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최근에는 투자자를 현혹하기 위해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회사 행세를 하거나 현재 영업하고 있는 투자자문업체 상호를 이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카카오톡 채널에서 증권사 이름을 검색하면 ‘00증권 투자분석가 000팀장’, ‘00증권(종목추천상담)’, ‘00증권(매매기법, 종목분석)’, ‘00증권 영업부’, ‘00증권 해외주식’ 등 증권사 이름마다 많게는 수십개의 채널이 검색된다. 하지만 해당 증권사에서 공식적으로 운영하는 채널은 1개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자사 이름을 이용해 카카오톡 채널에서 운영되고 있는 오픈채팅 채널이 다수 발견돼 삭제 요청 등 조치를 취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며 “다른 증권사도 이 같은 문제로 인해 회사 이미지에 해가 될까 우려하고 있지만 알면서도 그대로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증권사와 제휴해 안전하게 재산을 관리해주겠다고 광고해 투자자에게 리딩방 가입을 유도한 후 투자일임 및 주식매매 프로그램 설치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있다.

이들은 증권사의 HTS(홈트레이딩시스템)와 제휴를 맺고 있다고 광고하며 AI(인공지능)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700만원에 판매해 투자자 예수금 내에서 자동으로 주식을 매매했다. 하지만 자동으로 매수한 종목에서 큰 손실이 발생하면서 투자자는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 대부분은 리딩방 업자와 제휴 관계를 맺지 않는다”며 “리딩방의 증권사 제휴 광고는 투자자에게 잘못된 신뢰를 심어줄 뿐 아니라 사기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거짓·과장 광고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