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TV에 이어 디즈니+ 등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애플 TV에 이어 디즈니+ 등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그래픽=김영찬 기자
◆기사 게재 순서
(1)넷플릭스 vs 디즈니+… 韓 ‘왕좌의 게임’ 승자는?
(2-1)디즈니·애플 韓 상륙… 토종 OTT는 해외시장 간다
(2-2)오징어게임 편당 28억 투입됐는데… 정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1억'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이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오징어게임’으로 유례없는 흥행을 거둔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왕좌 굳히기에 돌입한 가운데 애플과 디즈니도 이 주도권 전쟁에 가세한다. 애플이 지난 11월 4일 ‘애플TV+’의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디즈니의 ‘디즈니플러스’도 같은 달 12일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각축전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웨이브·티빙·왓챠 등 토종 OTT도 넷플릭스에 안방을 내준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반등을 꾀한다.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는 한편 해외 진출을 통해 사업을 확장한다.

넷플릭스 보다 콘텐츠 많은데… 경쟁력 강화 ‘과제’웨이브는 ‘드라마’ 티빙은 ‘예능’

OTT 콘텐츠 수 현황. /그래픽=김영찬 기자
OTT 콘텐츠 수 현황. /그래픽=김영찬 기자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9월 기준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47%로 전년동기대비 5%포인트 증가했다. 넷플릭스가 높은 성장세를 보인 반면 토종 OTT는 답보 상태다. 웨이브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2%포인트 떨어진 19%로 2위를 유지한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티빙 14%(2%포인트↑) ▲시즌 8%(2%포인트↓) ▲왓챠 6%(1%포인트↑) 등도 큰 변화없이 대체로 부진한 수준이다. 디즈니와 애플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나면 토종 OTT가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토종 OTT는 지난 1년 간 사업의 근간이 되는 콘텐츠 확보에 매진해 왔다. 하지만 콘텐츠의 양적인 성장이 매출의 핵심이 되는 유료가입자 수 증가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업계는 올해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콘텐츠 경쟁력의 강화다.
 
실제 콘텐츠 보유량만으론 국내 OTT가 넷플릭스를 압도한다. 각 사의 보유 콘텐츠 수는 웨이브 34만편, 왓챠 10만편 등으로 업계가 추정하는 넷플릭스코리아의 2만편을 훨씬 웃돈다. 하지만 독점(Exclusive) 콘텐츠를 포함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가진 영향력은 매우 떨어진다. 국내 OTT를 두고 “볼 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의 중요성은 앞서 새 작품 공개에 따른 넷플릭스의 유료가입자 수 변화 추이에서 드러났다. 넷플릭스가 2017년 오리지널 콘텐츠 ‘옥자’로 변곡점을 맞이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옥자 공개 직후 넷플릭스의 주간 접속자가 2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에선 웨이브가 2019년부터 3년 간 총 31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앨리스 ▲녹두전 ▲꼰대인턴 ▲보쌈-운명을 훔치다 ▲원더우먼 등 다수의 히트작을 남겼다. 티빙은 지난 1월 첫 오리지널 콘텐츠 추리 예능 ‘여고추리반’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25개의 오리지널 콘텐츠 라인업을 갖췄다.

왓챠도 올 연말부터 내년까지 다수의 오리지널 콘텐츠 공개를 계획하고 있다. 앞서 왓챠는 오리지널 영화 ‘언프레임드’와 연애 관찰 예능프로그램 ‘러브&조이’를 공개했다. 앞으로 한화 이글스의 스토리를 담은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일 방침이다.

이처럼 지난해와 비교해 오리지널 콘텐츠의 수는 급증했지만 각 사를 대표할 킬러 콘텐츠는 아직까지 부재한 상황이다. 

김용희 오픈루트 위원은 “OTT 사업에선 특정 연령대의 이용자를 타겟팅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대마다 OTT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다는 것은 이미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OTT는 어떤 장르의 콘텐츠로 승부수를 둘지 확실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콘텐츠는 곧 비용… 토종 OTT, 해외서 가입자 유치

티빙은 18일 독립법인 출범 1주년을 기념하는 ‘TVING CONNECT 2021’행사를 열고 이 같은 해외 진출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왼쪽부터) 양지을·이명한 티빙 공동대표. /사진제공=티빙
티빙은 18일 독립법인 출범 1주년을 기념하는 ‘TVING CONNECT 2021’행사를 열고 이 같은 해외 진출 계획을 밝혔다. 사진은 (왼쪽부터) 양지을·이명한 티빙 공동대표. /사진제공=티빙
질 좋은 콘텐츠에 대한 논의는 결국 비용의 문제로 귀결된다. 콘텐츠 제작에는 평균 수백억원대의 비용이 투입된다. 월 구독료로만 수익을 내는 OTT 기업의 구조상 100억원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선 최소 100만명의 유료 가입자가 필요하다.

이에 국내 OTT와 넷플릭스 간 격차는 이미 콘텐츠 제작 시작 단계에서 벌어진다. 넷플릭스의 경우 2억 명이 넘는 글로벌 가입자를 등에 업고 있는 반면 국내 OTT의 가입자 수는 수백만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억 단위 가입자를 보유한 글로벌 플랫폼과 수백만 수준의 국내 플랫폼의 차이는 분명하다”며 “콘텐츠는 대규모 자본이 지속 투입돼야 할 분야여서 가입자 매출 성장과 비례해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차이는 콘텐츠에 대한 투자 규모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티빙은 2023년까지 제작비 4000억원을, 웨이브는 5년간 1조원을 각각 투자한다고 밝혔다. 연 평균 각각 1300억원, 2000억원이 투입되는 것이다. 이는 넷플릭스가 올 한해 한국 콘텐츠 제작에 투입하기로 약속한 5500억원에 훨씬 못 미치는 액수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국내 OTT 산업은 성장을 위해 많은 적자를 감수하며 투자하는 단계”라며 “중소 OTT 업체의 경우 대형 콘텐츠 제작 비용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넷플릭스의 경우 전체 매출의 70%를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다. R&D(연구개발) 비용에 70% 이상을 쓰는 것”이라며 “뒤늦게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 뛰어든 국내 OTT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도 말했다. 

토종 OTT는 해외 진출로 반등을 노린다. 국내에선 가입자 증가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만큼 해외 진출을 통해 사업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김용희 위원은 “(토종 OTT의 경우) 가입자당 콘텐츠 수급 비용이 글로벌 OTT와 비교해 훨씬 높다”며 “같은 금액에 블록버스터급 영화를 구매해도 토종 OTT는 수익을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이 누적 되다보면 외국 플랫폼한테 경쟁력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티빙은 지난 10월 18일 독립법인 출범 1주년을 기념해 열린 ‘TVING CONNECT 2021’ 행사에서 해외 진출 계획을 밝혔다. 2022년 일본과 대만을 시작으로 2023년 미국 등 주요 거점 국가에서 K콘텐츠 열풍을 선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해외 진출을 목표로 하는 OTT는 티빙만이 아니다. 웨이브 역시 해외 진출을 위한 ‘물밑 작업’을 해온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현재는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잠정 보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왓챠가 먼저 해외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2015년 왓챠피디아로 일본에 진출한 왓챠는 수년간 입지를 다진 이후 지난해 왓챠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