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이 쏘아올린 물적분할 논란… 주가 추락에 개미 '발 동동'


◆기사 게재 순서
①LG엔솔이 쏘아올린 물적분할 논란… 주가 추락에 개미 발 '동동'
②알짜 빼가는 물적 분할에 뿔난 개미… 정치권도 목소리
③구글이 상장 안하는 이유?… 물적분할 논란, 해외는 왜 없을까

IPO(기업공개) 공모주 시장에서 역대급 기록을 세우며 새 역사를 쓴 LG에너지솔루션을 두고 시장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주 일반 청약에서 역대 최대 증거금인 114조원을 끌어모으며 국내 IPO 사상 처음으로 증거금 100조원을 돌파했다. 단숨에 442만 소액 주주들을 확보하며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LG화학 주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LG화학 주가는 핵심 사업인 배터리 부문(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이슈로 롤러코스터를 탔기 때문이다. LG화학 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 현대중공업, 카카오 등도 비슷한 상황을 보였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모회사의 지분 가치 희석으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도 대기업들의 물적분할 후 상장이 잇따라 예고된 만큼 논란이 지속될 전망이다. 

‘황제주’ LG화학, 시총 28.7조 증발… SK케미칼·한국조선해양도 주가 ‘롤러코스터’

LG화학은 지난해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배터리 사업이 재평가받으며 1주당 100만원이 넘는 ‘황제주’에 등극했다. 2020년 9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떼어내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의 물적분할을 결정하면서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2020년 1월 30만대에 거래되던 주가는 2021년 1월14일 105만원까지 치솟았다. 1년 동안 200% 넘게 폭등한 것이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추진 소식에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현재(25일 종가 기준) LG화학의 주가는 64만3000원으로 고점(105만원) 대비 38.76% 빠졌다.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74조1220억원에서 45조3909억원으로 쪼그라들며 1년새 28조7300억원이 증발했다. 

물적분할이란 회사의 특정 사업부를 분사해 별도 법인으로 100% 자회사를 설립하는 형태다. 기존 회사의 주주는 자회사의 주식을 가지지 못한다. 물적분할 자체는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기존 주주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물적분할 자회사의 지분 매각이나 IPO 등이 발생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회사 물적분할 후 상장으로 모회사 주가가 하락한 경우는 LG화학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공모주 청약 열풍을 이끌었던 SK바이오사이언스도 비슷하다. SK케미칼은 주요 바이오주로 주목받으면서 주가가 폭등했지만 SK바이오사이언스가 분사해 중복 상장하면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LG엔솔이 쏘아올린 물적분할 논란… 주가 추락에 개미 '발 동동'

SK케미칼 주가는 2020년 1월초 4만원대에서 2021년 1월초 26만원대로 1년새 550% 가까이 뛰어올랐다. 지난해 2월3일 31만원을 돌파하며 고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전환해 현재 주가는 12만6500원 수준이다. 고점 대비 59% 빠졌다. 반면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는 17만2000원으로 지난해 3월18일 상장 첫날 종가 대비 1.8% 상승했다. 

지난해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분할 상장한 SK이노베이션과 현대중공업을 상장한 한국조선해양도 마찬가지다.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 성장에 힘입어 주가가 고공행진했다. 2020년 1월 15만원대에서 거래되던 주가가 1년새 두 배 넘게 뛰어오르며 지난해 2월3일에는 32만7500원까지 치솟았다. 

SKIET가 상장된 지난해 5월11일 26만9000원이었던 SK이노베이션 주가는 같은해 12월1일 19만3000원까지 28% 넘게 떨어졌다가 현재 17.7% 오른 23만4500원 수준이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5월11일 16만3500원을 찍은 뒤 하락 전환해 현대중공업이 상장한 지난해 9월17일에는 10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재 주가는 8만3000원으로 고점 대비 49.2% 하락했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각각 분할 상장한 카카오도 주가 하락으로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승승장구하던 카카오 주가는 지난해 6월24일 17만3000원을 찍은 뒤 하락세로 접어들며 현재 8만7600원까지 내려왔다. 고점 대비 49.4% 빠진 상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분할 이의 회사 전략과 지분조정 등에 따라 다양한 가치변동이 수반되며 어떤 방식을 선택하는 지에 따라 소액주주들의 기회손실이 발생될 수 있다”면서 “물적분할의 경우 100% 자회사가 되는 사업부문이 기존 회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중요하면 소액주주 등의 지분가치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가 상장하게 된다면 동시 상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지주회사 할인 등으로 모회사의 소액주주한테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SSG닷컴·카카오엔터 등 줄줄이 ‘분할 상장’ 예고

물적분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올해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분할 상장 ‘열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신세계와 이마트에서 물적 분할된 SSG닷컴이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고 카카오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를 물적 분할 후 상장할 예정이다.

물적분할을 앞두고 있는 기업들의 주가는 발표 직후부터 흔들리고 있다. NHN은 지난해 12월24일 클라우드 사업 부문을 단순 물적분할해 NHN클라우드(가칭)을 신설할 계획을 밝힌 이후 주가가 30% 가까이 급락한 상태다. 물적분할 발표 전일 4만9190원이던 주가는 현재 3만4650원으로 29.6% 빠졌다. 

지난 20일 물적분할을 발표한 세아베스틸 주가도 하락세다. 세아베스틸지주가 특수강 신설회사 세아베스틸을 100% 보유하는 구조의 물적분할을 통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자회사 중복 상장을 통한 자본조달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물적분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주가는 하루 동안 13.8% 급락했다. 발표 당일 1만4400원까지 내려가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대기업들이 물적분할을 선호하는 이유는 신규 사업에 대한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적분할에 비해 자금을 빠르게 조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물적분할 후 IPO 방식은 지배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과라는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이 연구원은 “물적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은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유지하면서 그 비용을 소액주주들에게 전가하는 자금조달 방식이 된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지배주주가 기업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증자 등으로 지배주주들 자신의 모회사 지분율이 희석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자회사를 상장시키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포스코는 분할 발표 다음날 주가↑… 차이점은?

물적분할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사례도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10일 철강사업의 물적분할 발표 이후 주가가 오히려 상승했다. 분할 발표 다음날 장중 3% 넘게 상승했다가 2.0% 오른 28만7000원에 마감했다. 

현재 26만6500원으로 발표 당일보다 9.7% 빠진 상태지만 포스코의 물적분할이 미칠 파장은 앞선 사례와는 다르다는 평가다. 지주사 단일 상장체제를 유지해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국민연금 역시 LG화학·SK이노베이션의 물적분할을 반대했던 것과 달리 포스코의 물적분할안에는 찬성표를 던졌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철강 부문을 분사해 IPO 시키지 않을 것 이라는 믿음, 철강·비철강 사업 분할을 통해 성장 사업에 대한 가치 평가가 좀 더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면 분할을 통해 성장 사업 부문의 개별 재무제표가 작성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제당의 경우 지난해 11월12일 물적분할 공시를 발표했다.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했던 사료 부문을 분할해 단독 법인으로 설립한다는 계획이다. 대한제당 사료사업 부문은 2019년 108억, 2020년 2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물적분할 후 별도 영업이익은 20억원 내외로 개선될 것이라는 평가다. 

최 연구원은 “분할 후 대한제당은 식품, 축산 유통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며 사료 사업 매각 시에는 연결 손익 개선, 현금 재원 확보 결과를 얻게 될 전망”이라며 “대한제당의 경우 분할 공시 이후 주가 흐름이 견조하게 나타나 물적분할 자체가 주가에 악재로만 작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적분할은 주주의 자금 투입을 억제하면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 주주 가치 측면에서 무조건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보다 더 중요한 점은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소액주주를 챙길 수 있는 공정함을 갖췄는가에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