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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 "에스파가 왜 거기서 나와" 국민·우리·농협·하나, 아이돌 대전
② "우리도 라이언이 있다" 신한·KB스타·NH올원 프렌즈 출격
③ "○○역입니다" 신한·KB·하나·우리, 지하철 이름 노리는 이유는
① "에스파가 왜 거기서 나와" 국민·우리·농협·하나, 아이돌 대전
② "우리도 라이언이 있다" 신한·KB스타·NH올원 프렌즈 출격
③ "○○역입니다" 신한·KB·하나·우리, 지하철 이름 노리는 이유는
금융권이 지하철역에 이름을 걸고 있다. 서울교통공사가 진행하는 역명병기 유상판매 사업에 뛰어들면서 부역명 낙찰을 받는 식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역에 금융사 이름을 노출해 브랜드를 홍보하고 주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화에도 주목하는 모습이다.
역은 하나인데 이름은 두 개… 명동 접수한 '우리'·을지로 차지 '하나'
현재 금융사가 밀집한 서울의 주요 역명 뒤엔 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이름이 함께 적히고 있다. 금융사라면 부역명 하나쯤은 갖고 있을 정도로 지하철역에 금융사 이름을 새겨 넣기 위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수억 원을 턱턱 지불해 지하철 부역명을 사들이는 건 이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서울지하철 4호선 명동역은 이달부터 '우리금융타운'으로도 불린다. 우리금융과 명동역의 인연은 60년이 넘었다. 우리금융은 1962년부터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동안 명동역 주변에 자리를 잡은 우리금융그룹 임직원 수만 3000명이 넘는다.
하나은행은 서울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을 접수했다. 오는 10월부터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와 을지로입구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역사 내외부 역명판과 표지판, 열차 내외부 노선도, 안내방송 등을 통해 새롭게 추가된 하나은행 역명을 볼 수 있다. 2016년부터 을지로입구역의 주인이었던 기업은행은 6년 만에 이름표를 떼며 하나은행에게 자리를 내주게 됐다.
KB금융그룹은 서울지하철 9호선 샛강역 뒤에 이름을 걸고 있으며 1호선 종각역은 SC제일은행으로도 불린다. 서울지하철 2·5호선 을지로4가역은 비씨카드, 2·3호선 을지로3가역은 신한카드가 차지했으며 애큐온저축은행도 최근 2호선 선릉역을 낙찰 받았다.
"수억원 아깝지 않네"… 재계약률만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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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명병기는 지하철 역사의 주역명 옆 또는 밑 괄호 안에 부역명을 추가로 기입하는 걸 의미한다. 다만 조건이 있다. 역명병기 입찰에 참여하려면 해당 기업이나 기관은 대상 역에서 1km 이내(서울 시내 기준, 시외는 2km 이내로 확대)에 위치해야 한다.
주역명 뒤 부역명으로 이름을 걸기 위해선 보통 수억원이 필요하다. 을지로입구역을 낙찰 받은 하나은행은 8억원, 명동역을 쓰게 된 우리금융그룹은 6억5000만원을 지불했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선릉역을 7억5100만원에 낙찰 받았다.
통상 사업기간은 3년이며 1회 연장이 가능하다. 억 단위의 돈이 들어가는 만큼 금융사들에게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앞서 역명병기 계약을 체결한 기업·기관들은 높은 홍보효과에 만족하고 있다는 게 서울지하철의 설명이다. 올해 4월말 기준 재계약률은 약 90%에 달한다. 한 번 지하철 역에 이름을 걸면 6년 이상은 유지하는 셈이다.
브랜드 홍보는 물론 랜드마크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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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명병기를 통해 금융사가 노리는 효과는 무엇보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인지도 상승이다. 특히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 고객 확보가 중요해지면서 한 번이라도 더 이름을 알리기 위해 지하철 노선에도 손을 뻗고 있는 것이다. 역 인근 지역에서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랜드마크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젊은층이 자주 찾는 '힙지로(멋지다는 의미의 '힙'+을지로)'로 불리는 을지로 일대에 뿌리를 내린 카드사들이 대표적이다.
비씨카드는 을지로역 주변 가맹점에서 QR결제 시 최대 3000원을 청구 할인해 주는 등 인근 지역과 연계한 이벤트를 진행, 신한카드는 을지로 골목에 벽화를 그리는 '을지로 셔터갤러리' 조성에 한창이다. 인근 지역을 젊은층의 놀이공간으로 탈바꿈해 지역 상권을 살리고 동시에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는 모습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사들이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역명에 자사 브랜드를 병기하고 있다"며 "브랜드 노출 효과를 통해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등 금융사 입장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