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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게재 순서
①유니클로·남양유업… 불매운동은 지나가는 바람일까
②번지는 불매운동, 제빵왕의 미래는
③[르포] 본사 리스크에 울부짖는 6000여 가맹점주
①유니클로·남양유업… 불매운동은 지나가는 바람일까
②번지는 불매운동, 제빵왕의 미래는
③[르포] 본사 리스크에 울부짖는 6000여 가맹점주
한때 불매운동은 '작은 바람'이었다. 소비자 주권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았고 시민단체가 아니면 공감대 형성을 통한 집단행동을 취하기 어려웠다. 국내 소비자단체들은 성공적인 불매운동 사례가 매우 적다고 입을 모은다.
구매 행위는 해당 기업에 대한 찬성과 지지로 표현될 수 있다.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이를 '소비자 주권'이라 말했다. 사회적·윤리적 소비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며 소비자 주권 의식이 높아졌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온라인에서 공감대 형성이 활발해졌다. 불매운동의 힘이 예전보다 강력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불매운동이 대부분 온라인에서만 과열되며 실제 타격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한다. 여론이 들끓었다가도 금방 잊히고 가라앉을 것이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친다. 올해만 해도 불매 조짐을 보였던 서울우유와 스타벅스의 경우 영향이 미미했다. 소비자 주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에도 불매운동은 과연 기업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기 어려울까.
'노재팬' 직격타 맞은 유니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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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가장 크게 일었던 불매운동은 '노재팬'이다. 2019년 일본 수출 규제의 영향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타깃은 바로 유니클로다. 대표적인 일본계열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모독 논란을 불러일으킨 광고의 영향이 컸다.
유니클로를 향한 불매운동 물결은 거셌다. 격해진 반일 감정이 한동안 지속됐고 대체재도 많았다. 그 결과 한국 유니클로의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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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매출은 ▲2017년(이하 회계연도) 1조2377억원 ▲2018년 1조3732억원 ▲2019년 1조3780억원 ▲2020년 6297억원 ▲2021년 5824억원 등이다. 불매운동 타격을 바로 받은 2020년(2019년 9월~2020년 8월) 매출은 전년비 반토막이 났다.
영업손익은 ▲2017년 1765억원 ▲2018년 2344억원 ▲2019년 1994억원 ▲2020년 -883억원(손실) ▲2021년 529억원이다. 2000억원대까지 흑자를 냈다가 불매운동 직후인 2020년 큰 폭으로 적자전환했다.
최근의 흑자전환은 불매운동이 끝났다는 의미로 읽히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경영 효율화의 결과로 분석된다. 유니클로의 2021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판매비와 관리비'가 2660억원으로 전년대비 1017억원 줄었다. 유니클로 매장 수는 불매운동이 시작된 2019년 이전에는 190여곳이었으나 현재 130여곳이다.
꾸준한 불매로 쪼그라든 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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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로 소비자들의 공분을 샀다. 영업사원이 대리점주에게 폭언하며 '물량 밀어내기' 갑질을 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불매운동이라는 매를 맞았다. 이 사태 이후 남양유업은 대국민 사과로 갑질 근절을 약속했다. 대리점과의 동반 성장을 위한 활동을 늘리고 자율적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하는 등 반성 의지를 보였다.
그러다가 2021년 '불가리스 사태'가 터지며 말짱 도루묵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적으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지난해 4월, 남양유업은 인체 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채 자사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논란을 일으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불가리스 사태의 파장은 컸다. 의약품도 아닌 식품으로 코로나19를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경영진의 잘못된 선택으로 대리점 상생 경영, 특수 분유 생산, 친환경 자원순환 캠페인 등 그동안의 이미지 쇄신을 위한 노력이 물거품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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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은 2013년 이후 꾸준히 매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3년 1조2298억원에 달했던 매출은 2021년 9396억원까지 줄었다. 경쟁사로 꼽히는 매일유업의 매출이 성장세인 점을 고려하면 불매운동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분유류에서 매출이 많이 감소했다. 2017년 전체 매출에서 22.2%를 차지했던 분유류는 2021년 18.5%로 줄었다. 지속되는 저출산 현상에 따라 시장이 감소했지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소수점 자리에서 증감을 반복하다가 2020년부터 2%포인트(p)가량 매출 비중이 급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불매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았지만 MZ세대(1981~1995년 출생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6~2010년 출생한 Z세대를 통칭)를 중심으로 윤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며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며 "자본주의가 성숙되면서 앞으로 기업에 대한 책임을 더 많이 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