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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순서
①7주간의 꿈…새우가 고래 삼키지 못했다
②플랜B는 대기업 3파전?
③팬오션은 안도…HMM은 고심
HMM 인수가 무산된 것이 하림그룹에게는 긍정적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인수전에 뛰어들 당시 "새우가 고래를 삼키려 한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덩치가 큰 HMM을 인수하는 건 쉽지 않다. 인수 협상이 결렬되면서 하림과 팬오션은 안정을 되찾고 사업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HMM 인수 결렬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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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은 사모펀드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HMM 인수자금으로 6조4000억원을 써냈는데 이 중 절반가량을 팬오션 유상증자 대금으로 조달하려 했다. 이 계획이 알려지면서 하림 계열 해운사 팬오션 주가는 떨어졌다.
HMM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KDB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보유한 영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독립된 경영권을 보장받기는 어려웠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산은과 해진공 지분율은 57.9%에서 74%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번 매각 무산 이후 산은과 해진공은 영구채 처분에 집중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매각 무산 결정 이후 HMM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며 시름을 달랬다.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로부터 기후변화 대응 부문 '리더십(A-)' 등급을 획득한 것. 영국에서 설립된 CDP는 전세계 700여개 금융투자기관이 주도하는 환경이슈 관련 글로벌 ESG 이니셔티브다. 2만300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등 전세계 ESG 평가 중 가장 신뢰받고 있다.
특히 평가항목 중 기후변화 대응 전략 및 재무영향 분석 분야에서는 최고 등급인 A를 받았으며,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 간접배출량(Scope 3) 산정 및 보고 등에서도 A-를 받았다.
하림은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 사업에 집중하면서 팬오션 통해 해운물류 경쟁력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 말 서울시는 하림그룹의 숙원사업인 양재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 계획안을 조건부 통과 의결했다. 총사업비는 6조8712억원에 달하는데 지난해 의결 당시 자금조달능력에 우려가 있었지만 HMM 인수가 무산된 현재는 여력이 생겼다.
인수가 무산됐지만 팬오션 주가는 최근 꾸준히 상승했고 업계에서는 인수 결렬로 인해 재무 위험성이 사라진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하고 있다.
HMM 새 주인 찾아라…대형 M&A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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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의 인수 무산에 따라 HMM 매각측의 속내와 함께 전체 매각규모가 드러났다. 매각 작업이 실패하면서 새로운 인수 후보를 찾아야 하는 만큼 매각측의 전략 수정도 불가피하다. 향후 매각 작업에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하면서 우려되는 승자의 저주를 피하려면 입찰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기준이 모호하면 팔려는 쪽과 사려는 쪽 이견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조건 큰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건 아니고 컨소시엄을 구성하더라도 확실한 자금조달계획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