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관련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기로했다. 이번 조치로 전 세계 HBM 시장 1, 2위를 점유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는 2일(현지시각) HBM 및 첨단 반도체장비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 개정안을 발표하고 관보에 게재했다.
미국은 HBM 통제를 위해 특정 사양의 D램 반도체를 수출통제 대상 품목으로 새롭게 추가했다. 현재 생산 중인 모든 HBM이 통제 대상에 해당하며 이에 해당하는 제품을 미국이 지정한 무기금수국(중국 포함 24개 국가)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다만 로직칩 등과 함께 패키징 된 후의 HBM은 통제되지 않으며 HBM2는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허가예외 신청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미국은 기존의 첨단 반도체장비 통제도 확대하기 위해 현재 통제하고 있는 29종의 첨단 반도체장비에 더해 열처리·계측장비 등 새로운 반도체장비 24종 및 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3종 등을 수출통제 대상 품목으로 새롭게 추가했다.
이 외에 국가안보 사유로 중국 소재 첨단 반도체 제조시설(팹) 및 반도체장비 제조기업 등 140개 기업·기관을 우려거래자 목록에 추가했고 일본, 네덜란드 등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반도체장비 수출통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반도체장비와 관련이 낮은 33개국을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면제국으로 지정했다.
면제국이라고 해도 실제 통제 효과는 유사하다. 한국은 아직 미국 수준의 반도체장비 수출통제를 시행하지 않아 면제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미국의 HBM 및 반도체장비 수출통제 조치에는 FDPR이 적용되기 때문에 미국 외의 제3국에서 생산된 HBM 및 반도체장비라도 특정 요건에 해당하면 미국산 제품으로 간주돼 통제 대상이 된다. 이 경우 해당 제품을 미국의 안보우려국 또는 우려거래자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 허가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반도체 설계·제작에 미국 기업 기술과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중국 수출도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반면 산업부는 미국의 이번 통제가 HBM을 중국에 직접 수출하는 경우에만 해당돼 우리 기업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 및 FDPR 적용에 따라 HBM을 생산하는 우리 기업에도 다소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향후 미국 규정이 허용하는 수출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반도체장비의 경우 통제 대상이 미국의 국가안보 관점에서 중요성이 큰 첨단 수준 반도체장비로 설정되어 있고 이와 관련된 국내 기업은 소수인 것으로 파악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로 통제되는 품목 수출건에 대한 허가 신청시 기본적으로 '거부 추정'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나 기존에 VEU 승인을 획득한 중국 내 한국 기업은 이번 조치와 관계없이 수출이 가능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미국이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조치이나 한미동맹과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양국간 긴밀히 협의해왔다"며 "정부는 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업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해가며 의견을 수렴했고 한국과 미국 정부 모두 이번 조치의 영향에 대해서 예의 주시하고 양국 기업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노력하기로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이번 미국 조치를 면밀히 분석하고 영향을 지속 점검하면서 기업의 수출 애로를 최소화하기 위한 지원방안 모색에 노력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4일 반도체장비 업계와의 간담회 개최를 통해 이번 미국 조치의 상세 내용을 공유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와 무역안보관리원(KOSTI)에 '수출통제 상담창구'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향후 중국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수출통제 제도 설명회 개최, 가이드라인 배포 등을 통해 업계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 미국 정부와 우리 기업 애로사항 등을 집중 협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