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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트랜스젠더 배우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이후 여권에 표기된 성별이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뀐 사실을 공개했다.
지난 22일(현지시각) 헌터 샤퍼는 자신의 SNS에 8분 길이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촬영을 하던 중 여권을 도난당해 새로 발급받았고 이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샤퍼는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국무부 영사사업국에 방문했다. 이전에도 갱신 신청을 해본 적 있어 절차가 동일했다"며 "평소처럼 신청서를 작성하고 성별을 여성으로 기재했는데 새 여권을 받아 열어보니 남성으로 표기돼 있었다"고 토로했다.
샤퍼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발표한 행정명령 때문에 자신의 성별이 여성으로 표기된 여권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조치로 2022년 4월부터 미국 국민은 여권상 성별을 '제3의 성'을 의미하는 'X'로 선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 1월20일 연방정부가 '여성'과 '남성'만을 공식 성별로 인정하도록 하는 첫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정부 기관이 태어날 때 지정한 두 가지 성별만 인정하도록 규정한다는 의미다.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금지하는 행정명령도 발표했다. 모든 연방 정부 문서에서는 '젠더'(사회적 성)라는 단어 사용이 중지되고 '섹스'(생물학적 성)로 변경된다.
샤퍼는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여권에 'M'(Male)을 찍는 건 상관이 없다. 트랜스젠더로서의 내 정체성을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삶이 조금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앞으로 해외에 갈 때마다 매번 트랜스젠더임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며 "공포를 조장하거나 위로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재 미국 트랜스젠더들이 직면한 현실을 알리기 위해 영상을 올린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