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3세 경영은 이제 공동 승계에서 '각자 책임지는 경영'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 /사진=한화

올해 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지분 증여로 물꼬를 텄던 한화그룹 승계 구도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섰다.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중심 체제가 굳어지면서 차남·삼남이 각자의 사업 축에서 독립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3월 김 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의 ㈜한화 합산 지분율은 42.67%까지 올라갔다. 증여 이후 ㈜한화의 최대주주는 김 회장에서 세 아들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로 변경됐다. 지배 구조의 축이 2세 김승연 회장에서 3세인 세 아들로 이동한 것이다.


승계 구도 정리는 12월 들어 더 분명해졌다. 지난 16일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에너지 지분 20%를 재무적투자자(FI)(운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고 배당·시세차익 등 수익만이 목적인 개인이나 기관) 컨소시엄에 약 1조1000억원에 매각했다. 거래 이후 한화에너지 지분 구조는 김동관 부회장 50%, 김동원 사장 20%, 김동선 부사장 10%, FI 20%로 재편됐다. 장남 중심으로 후계 구도를 명확히 하고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 삼 형제의 경영 무대는 이미 뚜렷하게 나눠졌다.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우주·에너지·조선 등 그룹 핵심 사업을 총괄하며 성장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분기 기준 지상방산 수주잔고가 31조원에 달하고 대우조선해양 시절 인수했던 한화오션은 한미 조선협력 사업인 'MASGA 프로젝트'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김동원 사장은 재작년 인도네시아 리포손해보험 인수에 이어 올해 노부은행 지분 40%, 미국 벨로시티증권 지분 75%를 확보하며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금융 부문 해외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레저를 축으로 사업 재편에 나섰다. 아워홈과 신세계 급식사업부, 북한산 안토 리조트 인수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리했다.


한화에너지 지분 정리로 공동 소유 체제에서 벗어나 형제별 책임경영이 강화되면서 의사결정 속도와 투자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승계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수조원 단위의 대규모 투자 판단이 한층 빨라질 것"이라며 "방산·우주 분야에서는 글로벌 수주 경쟁과 해외 생산기지·MRO 거점 확대 등을 두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