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의 모습. 2025.5.2/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윤다정 기자 = 박정희 정권 당시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렀던 이수일 전 참교육연구소장 등 4명이 재심을 통해 45년 만에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판사 정재오 최은정 이예슬)는 국가보안법 위반,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소장과 노재창·김부섭·김경중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반정부 단체인 한국민주투쟁국민위원회(민투) 활동을 해 왔는데, 민투가 남민전 산하 반국가 단체라는 이유로 사건에 연루됐다.

남민전은 민족일보 기자였던 이재문 씨 등이 1976년 결성한 지하 조직이다. 이들은 서울 시내에 유신체제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 활동을 벌였다.

이수일 전 소장은 서울 정신여중에서 교사로 재직하던 중 1979년 남민전 사건에 연루돼 구속, 해직된 뒤 10년간 수감 생활을 했다. 이후 복직해 2004년에는 11대 전교조 위원장으로 당선되기도 했으며, 2006년 노 씨와 함께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됐다.


법원은 지난해 2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고, 이후 징역형이 확정된 지 45년 만에 4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심 재판부는 먼저 수사기관이 작성한 진술조서 등의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과 다른 일부 공동피고인들이 수사관들에 의해 불법적으로 체포·구금된 상태에서 가혹행위 등을 당해 임의성 없는 심리상태에서 수사기관에서 허위로 자백 진술 등을 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1979년 10~11월 각각 연행돼 구속됐는데, 수사관들로부터 임의동행을 거부할 수 있다는 점과 긴급구속 사유 등을 고지받지 않았다. 검사의 사전지휘와 사후 즉시 승인도 받지 않았으며, 48시간 이내에 사후구속영장을 발부받지도 않았다.

항소심 공판기일에서 이들이 "3~4일간 잠을 재우지 않고 목욕탕에 집어넣고 각목질을 하는 등의 고문을 받았다", "다리에 각목을 끼워 돌리다 못해 결박한 채 물을 먹였다", "심한 고문 때문에 죽기 싫어서 시인했다" 등의 구체적이고 일관된 진술을 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수사관들 역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에서 "고문을 당했다고 하는 경우 거의가 없는 사실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당시 수사 관행상 어느 정도 가혹행위가 있었을 수 있다"며 이 같은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이들이 가입한 민투가 반국가단체라고 할 수 없다고도 봤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남민전이나 민주학생구국연맹(민학련)을 결성하거나 가입해 활동했다거나,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회합하거나 편의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했다는 공소사실 증명이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전 소장과 김부섭 씨가 이른바 '민투위 강도 사건'에 가담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합리적 의심이 없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